4일 전남 화순군 춘양면 용암산에서 한식을 앞두고 산일을 하던 성묘객이 버린 담뱃불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산불이 났습니다.

이날 오후 화순군청에 취재차 들어갔다가 모과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을 들여다보더니 ""춘양면에 큰 불이 났다고 직원들 다 나오라는데?""하시는 겁니다.

설마 싶어 ""진짜요?""하며 들여다본 휴대폰 안에는 분명 ""춘양면 용두리에 대형 산불 발생, 본청이하 직원 출동바람" 뭐 이런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부랴부랴 차를 몰고 춘양면으로 달렸습니다.

산불이 어찌나 크게 났던지 춘양면과 인접해 있는 능주면에서도 자욱한 연기가 보였습니다. 용두리에 가까이 가자 소향원과 마주한 우봉리쪽 산기슭이 타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도로 옆 넓은 공터에서는 "산림청"이라고 선명하게 쓴 헬리콥터가 소방차로부터 물을 공급받고 있었습니다.

연기는 우봉리 기슭을 넘어 용두리 쪽으로 자욱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용두리로 가는 고개를 넘으니 나무들이 타 들어가는 소리와 나무들을 삼키며 달려드는 빨간 불길이 ‘작은 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능주면에서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신다는 어느 분은 ""문자 받고 오셨나요?""하는 제 질문에 문자는 못 받았는데 지나가다 불이 난걸 보고 달려왔다며 “작은 불이 아니라 끄려면 고생깨나 해야 겠다”며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불이 난 현장을 찍으려 했지만 웬걸 말같이 쉽지 않더군요. 렌즈로 당겨 찍는 건 한계가 있고 가까이 가려니 성난 불길이 조금 무섭기도 하구요.

헬기사진을 찍으려 하늘을 봐도 분명 헬기가 지나갔는데, 소리도 들리긴 하는데 연기 탓에 보이질 않았습니다. 높이 솟은 연기에 헬기조차 가려져 있던 탓이지요.이미 용두리 마을 입구는 경찰이 통제하고 있고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는 불을 끄러 달려온 의용소방대원들의 차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산불진화용 물탱크를 실은 의용소방대의 트럭들이 쉴 새 없이 현장으로 들어오고 대원들은 긴 호스를 끌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커다란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산길은 의용소방대의 물탱크 트럭이 대신 해 주고 있는 듯싶었습니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속 물을 떠다가 불이 타고 있는 산 중턱에 쏟아 붓고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연락을 받고 달려온 대원들도 등 뒤에 물통을 메고 산으로 향하고 뒤 늦게 달려온 공무원들도 손에 갈고리를 들고 불이 타고 있는 기슭으로 계속 올라갔습니다.

산 중턱은 자욱한 연기와 매캐한 연기에 싸여 올라가는 분들의 모습이 염려스러웠지만 다행히 다치신 분들은 없었답니다. 산에서 불이 난 탓에 소방차의 역할보다는 헬리콥터의 역할이 커 보였습니다.

여섯 대의 소방헬기가 쉴 새 없이 물을 퍼다 뿌려대고 소방대원들은 헬기가 물을 뿌려 주고나면 잔불을 끄시더군요. 산 중턱까지 따라 올라갔는데 불이 무섭긴 무섭더군요.

분명 물도 뿌렸고 잔불도 끈 뒤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작은 불꽃이 소리 없이 피어올랐습니다. 분명 끈 곳인데, 불을 끌 때 큰 불보다 잔불을 끄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의아스러웠던 건 불이 난 기슭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마을 뒷산에서 불이 났다고 하기엔 너무나 태연하셨거든요. 수리하던 집을 고치고 있는 모습이나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는 포클레인의 모습은 낯설어 보였습니다.

어찌됐든 용암산을 태우던 불길은 4시간여만에 얼추 진화됐고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 분주한 공무원과 소방대원들을 뒤로하고 현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매캐한 냄새도 사라지고 자욱한 연기도 사라졌지만 다 타 버리고 까만 속살을 내비치고 있는 산의 모습을 보니 ""백날 나무 심으면 뭐해, 태워먹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걸""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작은 실수가 그 동안 공들여 가꿔놓은 나무며 수풀을 한 번에 집어삼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