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차례로 이야기를 쓰다보니 지금 현재의 작물을 소개하려면 너무나 오래 뒤의 이야기가 되어 읽고 싶은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 순서를 조금씩 바꾸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에 실패? 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미리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8월초부터 비가 계속 내리거나 태풍 민들레로 땅이 질다고 밭갈이를 해주지 않았고 그 후로는 계속 가뭄이 들어 땅이 너무 단단해 밭갈이가 늦어졌습니다.
일심리의 인심 좋아 보이는 어른을 만나 미리 밭갈이를 예약하여 퇴비를 많이 넣고 복합비료와 충해 예방을 위해 곤자리 약을 살포해 두었습니다.
어르신께 평소에 물 빠짐이 좋도록 약간 경사진 땅을 따라 이랑을 길게 내 두었다고 상황을 설명해 비가 내리고 2,3일 뒤 새벽 다섯 시에 경운기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 때가 아직 퇴임을 하지 않았던 8월 20일 경이었으며 처서 안에 씨앗을 넣어야 한다는 말에 서둘러 일을 해야 했습니다. 긴 이랑을 여섯 개 만들어 세 이랑은 무우를, 나머지 세 이랑은 배추를 심기로 했습니다.
경운기가 이랑을 대충 만들어 주었으나 내 깔끔한 성격으로 긴 줄을 다시 띄워 반듯반듯한 이랑으로 고치면서 씨앗을 넣다보니 하루씩 시간차가 생겼습니다.
하루나 이틀정도의 시간차가 성장속도에 큰 차가 나타나는 것이었기에 마음이 조급해 바쁘게 서둘렀습니다.
첫 이랑은 무우씨를 한 알씩 작은 한 뼘 간격으로 넣었고 두세 번째 이랑은 두 세알씩 넣어 나중에 하나만 남기고 솎았는데 한 알 만 넣었을 때 발아가 안 되거나 벌레가 연약한 새싹을 갉아 잘라버리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배추는 예전에 쓰다 모아둔 비닐 포트가 있어서 흙과 퇴비를 섞어 만든 흙을 담아 두세 개씩의 씨앗을 넣었습니다.
무우보다 더 관리가 까다로왔고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한쪽에서 햇볕이 드는 축사에 줄을 맞추어 늘어놓아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솎아주며 벌레를 잡아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줄기가 길게 햇볕을 따라 커버리고 포트의 흙이 물 빠짐이 좋지 않거나 솎아낼 때 연약한 뿌리들이 서로 다쳐서 생각한 대로 모종관리가 잘 안되었습니다.
원예사에서 모종을 할 때의 흙을 구입하지 않아 포트가 무겁고 물에 젖으면 이리저리 움직일 때 자라고 있는 모종의 뿌리가 흔들려 발육에 지장이 생기는 등 추석 안에 이종을 해야 하는 시기를 맞출 수 없게 성장이 너무 늦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추석날 성묘 만 다녀와서 시장에 나가 모종을 사다가 한 이랑은 심었고 성장은 느렸지만 직접 만든 모종을 조심조심해서 두 이랑을 심었는데 다른 밭의 작물 성장과 비교하여 너무 차이가 있어서 올해에도 실패를 하나 하고 조바심이 나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다시 모종을 사다 심는다는 것도 때가 늦어 이미 심어 둔 모종에 정성을 다해야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무우는 그런대로 안심이 되었고 배추가 너무 실망스러웠는데 8월 31일에 퇴임을 하던 다음 날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와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밭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퇴임을 하고 나니 그 동안 소홀히 되었던 밭일로 완전한 농부가 되어 매달리게 되었고 지난해처럼 또 잘못되어 이웃사람들이 혹 흉이라도 볼까 봐 정성을 다했습니다.
1미터 폭의 이랑에 두 줄로 심어진 무우 배추를 호미로 가운데 홈을 길게 파서 작은 고랑을 내었는데 호스로 한 쪽 끝에서 물을 흘려주니 이랑의 끝까지 막히지 않고 곧장 흘러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우리 밭에서 심어 기름을 짠 깻묵을 큰 물통에 담그어 우러난 물을 찌꺼기와 함께 조로에 담아 주고 다시 물을 흠뻑 흘려주기를 매일같이 했습니다.
큰 통에 요소비료를 녹여서 주기를 세 차례 그리고 가뭄에 매일같이 배수관리를 잘해 주었는데 처음에는 다른 밭에 비하여 너무나 차이가 있었지만 진한 녹색으로 영양상태가 아주 좋아 보이고 성장이 빨라졌습니다.
한뼘 간격으로 심었던 무우를 두개 남기고 세 번째는 솎아 김치를 담그었는데 그렇게 맛이 좋았고 이웃에 나누어주었더니 칭찬을 많이들 해 주었습니다. 배추도 상태가 무척 좋아져 오히려 김장시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했습니다.
처음 밭갈이 때부터 퇴비와 복합비료를 충분히 해 주었고 병충해 방제를 해 주어서인지 아직 벌레 한 마리도 볼 수 없었고 비가 내리거나 매일 물을 주고나면 다음 날 아침에 달팽이가 보였는데 아침마다 적게는 대여섯 마리에서 많게는 마흔 마리가 넘게 잡아주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배추가 영양가가 최고일 것 같고 병충해 방제농약과 칼슘 등 영양제를 새싹이 나왔을 무렵 두 세 차례 해주었으며 계속하여 깻묵 물과 가뭄에도 배수관리를 잘 해 주어 작황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지난해에 밭갈이를 제대로 못하고 배추 성장이 늦어서 차가운 날씨에 호스로 위에서 물을 뿌려 포기 속에 물이 스며들어 속도 덜 차고 맛이 좋지 못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신 있게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올 해는 나누어 먹어도 자랑할만 합니다. 10월이 다 가고 점점 김장 철이 다가오니 무우 배추값이 너무 싸서 화가 잔뜩 나기도 합니다.
무척 힘든 농사를 짓는 시골 어른들이 애써 가꾼 농작물이 너무 싸 소득이 낮고 공산품이나 도시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격차가 심한 소득에 화가 치밉니다.
나는 처음부터 팔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고 내 스스로 좋게 평가하고 있는? 영양가 높고 농약 공해가 적은 농산물로 우리 집 밥상을 풍요하게 하고 이웃과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먹는 재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농촌을 살리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대변하면서 요즈음 같으면 최소한 무우 한개에 1,000원, 배추 한포기에 2,000원씩은 농부들의 손에 쥘 수 있게 되어야 함을 실감합니다.
땅은 거짓이 없다던 이야기를 실감하면서 좀더 좋은 작물을 선택하여 재배하는 공부를 체험하고 싶지만 너무 생각이 앞서 가는 것 같아 더욱 인생공부를 겸하여 노작활동을 많이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계속 쓸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세번째 이야기에 제 글을 읽고 이야기를 보내주신 문 정 희 님께 무우 배추를 조금이라도 맛보게 해드리면서 감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