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밭.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온몸으로 침입해 들어오고 단풍든 나무들은 부단하게 춤을 추고 있었네요.
사무실에 연가까지 내고 오늘 떠나기로 한 낙안읍성에서 보성득량만 해안도로를 따라 녹차탕에서 목욕을 하고, 점심을 먹고 대한다원에서 한가로히 산책을 하고, 미력 옹기 체험장에 가기로 한 짧은 가을 여행에 행여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바람이 오늘 하루쯤 잠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시 기도를 했지요.
두꺼운 웃옷과 모자를 챙겨서 약속 장소로 나가니 먼저 와 있는 친분이 있는 언니와 승주인터체인지에서 만나기로 한 다른 일행을 위해 서둘러 출발하니 어느사이 바람도 멈추어 주고 목적지로 가는 길에는 예쁘게 단풍으로 물든 나무와 벌써 노란색으로 옷갈아 입은 은행나무들이 그리움이라 명명하고 싶은 가을빛으로 가득했네요.
그 동안 만나지 못해 낙엽처럼 쌓여진 사연들을 이야기하며 승주인터체인지에 도착하여 오분정도 지나니 서울에서 출발한 관광버스 한 대가 도착했지요. 서울 00동 성당 착한목자회 회원님들이지요. 봉사활동도 많이하고 모두들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언니와 나는 승용차로 길을 안내하고 그 버스는 뒤따라 출발을 했지요.
낙안읍성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도로를 지나 온통 산으로 둘러쌓여진 넓은 평야지대가 나오고 평야지대 안에 성을 쌓아올려 그 안에 관아와 초가지붕이 100여채 있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눈앞에 나타나더군요.

마침 오늘부터 남도음식문화축제 첫날이어서 상달행렬을 볼 수 있었네요.
옛날 관찰사가 행렬할 때처럼 옷을 갖추어 입고 도지사님이 그 위에 타시고 풍악을 울리면서 가는데 아마 이런 행렬은 보기 위해 시간 맞추기도 힘들텐데 마침 시간이 맞아 좋은 구경 하였지요. 남도에서 모여든 여러 가지 맛난 음식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축제를 하고 남도요리명장 콘테스트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성곽으로 둘러쌓여진 돌담을 걸어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보성으로 출발했지요.
보성녹차탕에서 목욕을 하고 갯마을 횟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일정때문이라네요.
반듯한 도로가 아닌 구불구불한 길로 가니 득량만 해안가 드라이브 코스로는 적격이데요. 해안가에 자리잡은 예쁜집 한채 누가 살고 있는지 궁금하여 들어가보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면서 녹차탕에 도착하여 일행들은 목욕을 하고 언니와 나는 밀린 이야기, 궁금한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윗쪽으로 한바퀴 돌았지요.
산다는 것은 물 흐르듯이 거스르지 말고 살아야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가고 싶지 않는 길도 가끔은 흐르는 물에 유유히 흘러가보기도 하고 때론 내려가기도 하고 그렇게 살야야 되는 것인가 봐요.
점심은 갯마을 횟집에서 전어회에 전어무침이었지요.(아주 잠깐 어떤스님이 보내주신 갯마을 책 내용이 스쳐지나가더군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을 위장에 채워넣고 미런한 음식탐을 후회했지요.
그리고 출발한 대한다원, 드라마 촬영지로 너무 유명해서 눈에 익은 녹차산책길은 향긋한 내음이 너무도 좋았고요. 그림에서만 보았는데 녹차꽃을 보았네요. 수술이 유난히 커서 꽃잎이 도리어 작게 보이는 하얀 꽃잎이 안스러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녹차씨앗은 그렇게 크고 단단했었나 싶었지요. 아! 예쁘다 그런 소리는 나오지 않고 차라리 위대해 보였다고 할까요? 아니 보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 가슴속에만 녹차꽃을 남겨두었어야 했어요. 실물을 보지 않았을때는 가슴속에 환상같은 것이 있었거든요 가끔은 가슴에만 남겨두어야 할 것이 있구나 싶었지요.
그리고 마지막 도착지 미력옹기 체험장에 같는데요. 시중에 있는 도자기들에 비해서 너무 비싸다고 그러니까? 미력옹기는 300년동안 9대째 내려오는 전통옹기라고 하더군요. 요즘 플라스틱과 스테인레스 제품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그런 물건들로 인해 인체에 유해한 환경물질이 많이 나온다네요. 하지만 미력옹기는 직접 손으로 만들어 천연유약을 입혀 1200℃에서 구워내는 전통제조법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옹기를 두드리면 쇳소리가 나오고 대를 이어서 쓸 수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옹기는 살아 숨쉬는 그릇으로 발효식품이 특징인 우리나라 음식문화에 알맞은 그릇이라네요. 그러니 그릇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라고 한다네요.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일행들은 화순도곡온천에 가서 흙두부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하고 가을빛 하루를 잘 보낸 나는 이제 가을향기를 뒤로 하고 평범한 가정의 아낙으로 돌아와 집으로 들어왔네요.
가끔은 지나가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날들이 있지요. 그럴땐 계절향기의 멀미에 몸살나 하지만 말고 이렇게 한번씩은 고의든 아니든 떠나야 될 것 같네요. 이런시간을 만나게 해주신 언니에게 고맙고, 기꺼이 따라나선 내자신에게 고마운 하루였네요.

순천낙안읍성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