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이후에 농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배경의 이야기를 중간에서 생략하고 체험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나처럼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이 없었습니다. 보성회천중학교에서 인시이동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모 교육위원이 화순의 중심학교에 초빙교장으로 옮겨갈 의사가 없느냐고 제의를 해 왔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원들이 4년 중임의 인사제도를 계산하며 마지막 정년을 어느 학교에서 마치느냐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젊은 시절에 오랜 기간을 근무하여 제자들을 많이 배출했던 그 학교를 마지막 정년에 맞추고 싶어서 거절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제가 시행되고부터 지역의 정치인이나 교육위원이 교원인사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불만이 컸고 나의 정년까지의 계획에 맞지 않아서 거절했던 것이지만.....<중략>
2002년 7월에 작은 학교인 도곡중학교에 나 스스로 임지를 결정하고는 2년 후 퇴임을 내다보며 농부의 길을 가기 위해 준비했고 거의 매일 같이 새벽에 한 두 시간 일하고 샤워와 아침식사를 마치는 길로 여덟시까지 출근, 오후 퇴근하는 길로 두어 시간을 밭에서 땀 흘리고 샤워와 저녁식사를 하는 생활에 젖어 들어갔습니다.
전임지에서부터 운동부족과 과식이 원인이었던지 당뇨수치가 높아서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보다 텃밭을 가꾸는 농사 일로 혈당을 조절하기로 했으며 작물을 심고 가꾸고 거두어 우리 집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남는 것은 나누어 먹는 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체험학습장을 겸한 관광농원 같은 더 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나의 체력과 의지를 실험하는 과정을 자청하여 겪은 체험학습(체험담)결과를 올려 봅니다.

『참깨농사와 기초과학상식』
'땅을 놀려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농사를 지으려면 남에게 부끄럽게 지어서는 아니 된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지난 해 여름부터 당뇨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땀 흘려 일하는 아마츄어 농사를 시작했다.
내가 심어 가꾼 채소들을 이웃과 제자들, 친구들, 교직원 등과 나누어 먹으면서 아이들 어메도 나를 따라 신이 나는 듯 좋아하며 함께 거들었다.
워낙 땅 관리가 엉망이었던지 포크레인 작업, 샘과 전기시설 등에 큰돈이 들었고 종자, 비료, 농구 등을 합하여 거의 한 해 동안에 삼백만원이 넘게 들었으나 내 건강을 위하여 보약을 먹는 셈치고 나누어 먹는 정신건강이 더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집에서 먹을 채소부터 고루고루 심다 보니 종류가 스물여섯 가지가 되었고 파종을 하고 거두어들일 때까지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한두 가지 주종 작목을 참깨와 고추로 선택했고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내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해 가면서 작은 농원(?)을 가꾸는 가운데 농사에도 기초과학상식이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다.
보통 농부들처럼 한꺼번에 작업을 하지 못하므로 차근차근 이랑을 만들고 다음에는 비닐을 씌우고 동그란 구멍 안에 열 알 정도의 참깨 씨를 넣고 흙을 덮는 작업을 하지만 일은 느리고 면적이 넓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장 싫은 손님들이 맛있는 참깨 씨를 파먹는 새떼들이었고 굵은 빗방울이었다.
싹이 나지 않은 구멍에 다시 파종을 하지만 그게 한두 번으로는 안 되었기에 다음에는 신문지를 길게 두 번씩 접어서 벽돌이나 돌맹이로 덮어 눌러 삼사일쯤 뒤에 벗기는 방법을 쓰니 발아율이 훨씬 높았는데 다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흙으로 덮는 방법에 따라 새싹이 동그란 구멍으로 반듯하게 나오지 않고 비닐 안쪽으로 누어서 기어 싹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로 두 번 세 번 일손이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으나 초등학교 자연교과의 기초과학상식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아주 좋은 체험학습의 내용임을 알고는 방법을 개선하게 되었다.
바르게 새싹이 나온 것은 흙을 덮을 때 하얀 비닐의 전부를 덮었기 때문에 햇빛의 방향이 아닌 바로 위쪽으로만 싹이 텄고, 바르게 자라지 못한 경우는 흙을 동그란 구멍만 덮어서 가까운 그 주변의 햇빛을 따라 가다보니 바로 위쪽의 구멍이 아닌 햇빛이 비치는 하얗게 투명한 비닐 밑으로 기어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물의 이치나 현상에는 그 원인이 작용되고 있음을 알고 잘못 되었을 때는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 고쳐주어야 근본적으로 바로 잡게 되며 작업능률이 향상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완전학습을 이룬 쾌감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이지만 농사는 작물에 따라 적당한 시기에 일정한 작업과 시비관리가 따라야 하기에 농부들이 무척 힘들고 내가 가꾼 작물이 우리 집 식탁과 다른 집의 식탁에도 오를 수 있다는 기쁨을 맛보게 해준 자연과 건강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애써 가꾼 참깨가 꽃이 피고 꿀벌들이 날아들어 수정이 되면서 줄기를 따라 깨가 열렸습니다.
텃밭농사는 금전가치의 소득보다 내손으로 가꾸어 가족의 식탁에 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남으면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이 흐뭇한 마음을 가져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