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꾸고 있는 밭에 작물관리가 힘들고 시간이 쫓겨서 글을 쓸 시간이 여의치 못해 두 번째 이야기가 늦었습니다.
1999년 9월에 고향 화순에 18년 6개월 만에 돌아왔습니다. 1971년에 도곡중학교가 신설되어 사회과교사로 고향에 발령을 받아 3년을 근무하고 화순중학교로 옮겨 7년을 근무하여 10년 만기로 1981년 3월에 함평농고로 전출하여 6년, 그 후 완도의 도서벽지에서 10년을 근무하는 동안 교감으로 승진하였고, 강진중학교 교감근무를 끝으로 교장으로 승진하여 보성회천중학교에서 초임교장을 거쳐 화순교육청 교육과장(장학관)으로 되돌아 온 것입니다.
이미 2년 6개월 전에 화순읍 광덕리에 이사해 왔었지만 근무지를 화순으로 옮겨 되돌아 온 것입니다. 교육과장 몫으로 관사가 있었기에 아파트를 택하지 않고 화순초등학교 담 옆에 있는 단독주택을 선택하였습니다.
단독주택이면 약간의 땅이 있을 것으로 생각돼 부임하자마자 이사를 했는데 대문이 잠겨진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길쭉한 화단이 ㄱ자로 있고 마당이 있어서 채소정도는 조금씩 심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둑한 밤에 문틈으로 들여다 본 마당은 아스콘으로 깔려져 흙이 아니었고 화단에는 정원수와 어성초 등이 무질서하게 심어져 있어서 텃밭을 가꾸기에는 기대에 따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거의 전정을 하지 않았던 정원수를 다듬고 어성초 등 필요없는 것들을 정리하면 아쉬운 대로 이것저것 심어 가꿀 수 있겠다 싶었으며 아이들 어메가 해달라는 대로 일구고 상추, 쪽파, 고추, 가지 등 씨앗을 넣어 보았습니다.
아마도 우리 부부는 흙을 좋아해 심고 가꾸고 거두는데 타고 난 천성이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ㄱ 자로 길쭉한 화단의 전체면적이 아마 다섯평도 안되나 싶었었는데 그 중에 정원수가 있었고 앞집과 옆담의 그늘이 있었으며 배수가 잘 안되는 습한 곳에는 큰 우렁만큼의 껍질들이 많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린 채소 때부터 갉아먹어버리는 달팽이 껍질이었으며 채소재배에 달팽이가 가장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나 최악의 조건이어서 3년을 관사에서 살면서도 첫해에만 열심히 심고 가꾸는 일을 했었는데 아예 기대를 하지 않고 풋고추와 가지 등을 조금씩 따먹는 재미로 욕심을 줄였고 이사들어 올 때부터 있었던 작고 예쁜 개 바둑이가 털어내 놓는 털과 화단 흙을 파고 구덩이를 만들어 흙모래 목욕이라도 하는 듯 파헤치는 행동 때문에 상추 등 채소는 포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관사화단에서 얻은 수확이 있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만연사 절길로 산책을 다니면서 돈나물을 캐다가 밑구멍이 뚫린 스치로풀 박스에 심어두었더니 새순이 자꾸 길어나 지금의 밭가 돌무더기 밑에 옮겨 심어서 번식력이 왕성하여 무성하게 자랐고, 녹두를 가로세로로 줄을 맞추어 심어 날씨가 좋더니 계속해서 굵게 열려 제법 거두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좁고 일조량이 부족하였으며 토질이 좋지 못해 우리 가족의 먹거리도 부족하여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무실에서 가끔 텃밭이야기를 꺼냈더니 지금은 담양여중 교감으로 근무하는 최 식 장학사가 화순실고 아래쪽에 자신의 밭이 있으니 채소를 가꾸어 보도록 양해를 해 주었습니다.
이미 다른 영감님이 콩이나 참깨 등을 심어 가꾸고 있었는데 경운기나 수레가 들어 다닐 수 없고 다른 밭을 두 필지나 건너서 들어 다니는 불편함이 있었으며 기다랗게 경사가 진 밭으로 관사에서 거리가 좀 멀고 퇴비를 운반하기도 어려웠으며 복합비료를 뿌려 삽으로 깊게 파서 상추와 호박을 심었습니다.
영감님은 가을에 보리를 심었으나 텃밭으로의 경작이 불편했고 좁은 면적에 병충해와 제초를 위해 농약 분무기 등의 준비가 어울리지 못하는 사정으로 지속되지 못했으며 최 장학사 가족이 일요일에 두어 차례 오가더니 채소를 뒤 덮어버린 잡초에 해 볼 재간이 없어 손들고 말았습니다.
텃밭을 경작하려면 최소한 50-100여 평의 면적에 연장과 도구, 퇴비와 비료, 병충해 방제와 제초를 위한 준비가 갖추어져 옆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독자적으로 땅과 작물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였습니다.
마치 채비를 제대로 갖춘 동료 낚시꾼들에게 낚시대 하나만 달랑 추켜들고 동행하여 잇감 하나, 뽕돌 하나, 낚시 하나 등을 얻어 쓰는 격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까지 분위기를 그르치는 일이 되는 것처럼 처음부터 시작과 동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에 시간이 되는대로 다시 올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