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여름이면 집 앞 개울에서 물장구도 치고 물고기도 잡으며 놀곤 했다.

물도 맑고 이름모를 작은 물고기랑 가재를 잡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름날 더위에 지치면 아이들과 개울로 달려가 텀벙대며 물놀이를 하다가 배가 고프면 산딸기며 어름을 따먹기도 했다.

입술이 새파랗게 변하고 턱이 덜덜 떨릴쯤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을 찾아뵈었다.

토요일부터 내린 비로 집안에만 갇혀있던 아이들은 밖으로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태풍 비앤무가 아직 다 지나가지 않은 터라 하늘은 찌뿌둥하고 부슬부슬 가랑비도 내리고 있었다.

시댁 앞엔 작은 개울이 흐른다. 지금은 행여 무너질까 콘크리트로 벽을 세워 놓았지만 빨래터로 사용하던 위쪽은 아직 옛날 개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빨래터로 올라갔다. 마냥 신이 난 아이들은 손으로 물을 뿌리고 발로 저으며 야단이다.

감기 걸린다고 하지 말라고 말리다가 그냥두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가물어 바닥이던 물이 채워져 흐르는 것도 대견하고 그깟 감기가 뭐 그리 대수랴 싶어서다.

물에 흠뻑 젖은 아이들을 데려다 옷을 갈아입히고 어머님이 캐 오신 감자를 쪄 먹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팠던지 볼이 미어져라 입안 가득 감자를 물었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신다.

효도가 뭐 별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들 데리고 자주자주 찾아뵙고 기쁘게 해드리는 게 효도지.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님께서 아이들 쪄주라며 감자를 한 가득 싸 주셨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 할머니집 앞개울과 할머니가 쪄주시던 감자의 달콤한 사랑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울이 언제까지나 마을 앞을 흘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