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삐약거리는 소리가 너무 예뻐 샀던 우리의 “뽀뽀”(땅에 묻은 병아리 이름)를 아이는 자꾸 기억해 냈습니다.

뽀뽀가 잘 사는지, 정말로 천국에 갔는지, 연신 전화를 해대며 묻고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도 담담히 “엄마,학원 갔다 올께요.”하고 문자를 날리고는 학원으로 가버렸습니다.

언제 엉엉 울었냐는 듯이요.

아이가 마음에 상처받을까 조마조마하던 제 마음은 아랑곳없이 아이는 그렇게 자기 할일을 하러 가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아빠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일찍 퇴근을하고 집에서 뽀뽀때문에 우는 아이를 달래 학원에 보내놓고 한시름 자고있는데 병아리들이 자꾸 옆에서 왔다갔다하고 몸위로 올라타고 하더랍니다.

이놈들 건강하니 좋네 하며 단잠에 빠져들었는데 갑자기 묘한 느낌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몸을 움직여보니 아뿔사 병아리 한마리가 그만 아이아빠의 옆구리 밑으로 파고들어가 미처 피하지못하고 그만 그 작은 몸이 자그맣게 눌려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간신히 아이가 진정되었구나싶어 안심하면서 훌쩍 자란 아이를 보며 감격해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은 다 되어가고 우리는 007못지않은 첩보전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일단 아이가 돌아오면 아이에게 병아리가(각자 뭐라뭐라 이름은 있는데 우리가 기억하기엔 벅차더이다) 몸이 부실한 듯해서 조류사에 잠깐 엄마가 데려 갔다고 하고 제가 그놈이랑 닮은(이름이 뭐라하긴 했는데)놈으로 다시 사 가지고 오기로요.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제게 전화를 하더군요.

삐용이가 많이 아프냐구요. 걱정 말라고 했지요.

퇴근을 하자마자 닮은 놈이랑 덤으로 까마귀같이 까만 한마리를 더 사서 집으로 갔습니다.

아이가 눈치채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까만 놈한테 정신이 팔려 병아리가 바뀐 걸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오골계라는 둥, 까마귀라는 둥, 꿩일거라는 둥, 서로 의견이 분분하더니 병아리들에게 줄 풀을 뜯으러 나가고 병아리 집을 새로 단장해 주더니 일기장에 “새 동생이 생겼어요”라고 쓰곤 잠이 들었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한 오후였지요.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던지....

그리고 지금까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까옥이는 삐약삐약거리며 잘 자라고 있답니다.

물론 다섯마리가 다 잘 자라는건 아니구요, 뽀뽀같이 운명을 달리한 놈도 있지만요.

동물을 기른다는 건 그것이 크던 작던간에 손이 많이 가는건 사실입니다.

때론 귀찮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작은 동물을 보살피면서 아이들이 배우는건 따뜻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보다 약한것을 돌보고 약하기에 배려할줄 아는 작은 마음들을 배우는 거지요.

자기보다 일방적으로 약한 것을 대할 때의 섬세한 배려라고 할까요?

우리의 아이들이 자기보다 약한것들에 대해 배려할줄아는 아이로 예쁘게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약하기에 상처받는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쭌이 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