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되면 개나리만큼 화사한 노란빛깔 병아리가 초등학교앞에서 어린 손님들을 기다리지요.

작년 봄엔 아이들 등쌀에 못이겨 병아리를 샀다가 하나둘 운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몹시 난감했었습니다.

뻔히 건강하지 못한줄 알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로 다섯마리 산것이 하루 이틀 자고나면 한마리씩 힘없이 작은 숨길을 거두는 데 영 보기가 안스럽더라구요.

그래서 아이와 꼭꼭 약속을 했더랬습니다.

다시는 어린 병아리들을 데려다가 키우지 말자구요.

올해도 여지없이 학교앞 정문에 병아리가 삐약삐약울며 봄을 알리더군요.

작년의 아픈 기억때문에 병아리는 생각도 말라고 아이를 야단쳤지만 사실 저도 작은 동물기르는걸 좋아하는 터라 아이들 손잡고 하나는 등에 업고 학교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조류독감으로 닭들이 없어서 병아리도 귀해졌다네요.

아이와 병아리 사기로 철썩같이 약속은 했지, 병아리는 언제 다시 올지 기약도 없다하지, 아이는 드디어 울음을 터뜨렷습니다.

무어라 주절주절 중얼대는 울음끝에 ""엄마는 맨날 약속해놓고 지키지도 않아!!"" 라는 말이 귓가에 확 내리 꽂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했죠. ""야,타!"" 그 즉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조류사로 달려가서 엄마닭 아빠닭 사랑을 받으며 곱게 태어났다는 유정란 병아리들을 살 수 있었습니다.

암수 두쌍을 샀는데 공교롭게 한마리만 노란색이고 다른 세 마리는 갈색을 띤 병아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살박이 막내가 노란놈만 병아리라 생각하고 쫓아 다니며 괴롭히는 겁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삐삐, 없셔?"" 하며 찾을 정도로 애착을 갖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병아리 날개를 잡고 흔들고 툭하면 집어 던지는 통에 저희 집엔 때아닌 병아리 사수작전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어제저녁 무렵부터 그 노란놈이 힘없이 시름시름 앓더라구요.

아마도 잦은 구타와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며,큰 아이에게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아이는 밤새 엉엉울고 훌쩍거리며 ""천국에 가서도 잘 살아야해. 눈 떠봐. 언니 얼굴 한번더 보고가야지. 그래야 천국에서도 언니 안 잊어버리지, 눈 한번만 떠봐. 어쩌구저쩌구...."" 일기에 쓰더니 울다 지쳐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걱정과 달리 아이는 의외로 담담하게 병아리의 죽음을 받아 들였습니다.

죽음이 어떤건지 설명은 못하지만(아니 그건 누구라도 그럴겁니다.) 슬프다는것, 그리고 가슴 아프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걸 나름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에게 많이 미안하기도하고 한편 대견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보다 훨씬 생각이 많이 커진 듯해서요.

우리 아이는 앞으로 많은 만남을 가질 것이고 헤어지는 연습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커가겠죠. 작은것에도 마음 아파하고 눈물 흘릴 줄아는 마음이 따스한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하는 엄마의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참 그리고나서 오후에 엄청난 일이생겼답니다.

그건 다음에 알려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