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n t e r-h w a s u n t e l l a r 김지현 국장이 보는 오늘의 화순(3) 김지현 기자 hoahn01@hanmail.net

2014년 11월 25일(화) 07:03

김지현 편집국장

최근에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보았다. 허리우드에서 지금까지 나온 우주영화들에서 조금씩 따온 듯 했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봤다. 인생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한 우주 안에서 시간이라는 개념과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각각의 별들간에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른다. 각각의 인생간에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화순이라는 별에서 나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남들이 열심히 밖에서 사회성을 배워가는 동안 난 방 구석에서 책만 봐온 덕택에 내가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의 속도는 남보다 천천히 가기도하고 아주 빨리 가기도 한다.

화순에서 배워가는 사회성이란게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다양한 색깔의 날실과 씨실로 채워주고 있다. 책상물림만 한 백년서생이 나이먹어 여기와서 겪는 것들이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나름 즐거움뿐만 아니라 서글픔과 눈물도 종종 선사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의혹을 갖지 않을 법한 나이에 들었음에도 화순이라는 별에서 살고 있는 인간 그 자체가 보여주는 생명력과 생에 대한 투지력에 경이감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많이 배웠든 덜 배웠든, 적자이든 서자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사회적 지위가 높든 낮든, 장애자이든 아니든, 사람 그 자체가 지닌 어떤 혼과 인생에 대한 진지함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하루 속에서도 문득 나를 멈추게 한다.

무엇이 지금의 그 인생이 되게 했을까, 무엇이 그런 생각과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들었을까. 인생의 속도가 각기 다르니 혹시라도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건 아닐까.

하지만 궁금하지 않은 인생도 있다. 아무리 별들간 시간의 속도가 상대적이라고 해도 우주의 대원칙 아래 모든 행성들이 돌아간다. 그게 진리이고 공리(axiom)일진대 이에 역행하는 인생에 대해서는 같은 우주공간에 있다는 사실조차 부인하고 싶다.

그런데 내 자신에게 묻고 싶다. 나와 화순사이에 상대적인 시간차는 얼마나 될까? 나는 다른 인생에게 어떤 별일까? 내 자전과 공전의 속도로 만들어지는 중력으로 인해 다른 별들의 시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화순에 와서야 대한민국 마지막 고시라는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운전면허증을 따게 되면 아마도 화순이라는 별이 돌아가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달릴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속도위반으로 걸리더라도 한 번은 봐주시라. 화순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화순보다 내가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상처입지 않은 인생이 있으랴마는, 나 김지현 국장이 당신의 행성에 상처를 준 적이 있는가? 그 상처를 싸매줄 입맞춤 한 장과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를 동봉하여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