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역설의 미학이 이루어지는 곳 김지현 국장이 보는 오늘의 화순(2) 김지현 기자 hoahn01@hanmail.net

2014년 11월 18일(화) 01:55

김지현 편집국장

“화순은 정치적으로 복잡합니다. 화순처럼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된 곳도 없을 겁니다.”

내가 화순에 근무하면서 가족과 지인들뿐만 아니라 화순주민들 및 화순지역 공공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솔직히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약간의 웃음도 나왔다. 사람이 모이는 곳 치고 정치적이지 않은 곳이 있고 대립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 극히 당연한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을 너무 특별하게 여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볍게 들었다.

물론 화순의 정치역사를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간 화순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정치적 사건들을 일일이 여기에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치적 싸움(?)에 화순 주민들이 염증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모임들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제각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색깔을 내는 게 보는 이에 따라서는 너무 강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어때서? 그게 어쨌단 말인가?

화순에 대해서 무관심한 게 문제가 아니라 화순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고 관심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하지만 표현 방법이 다르더라도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고 마음껏 화순의 미래에 대해서 염려하고 논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을까?

내 편이 아니면 중도는 있을 수 없고 무조건 상대편이라는 인식구조가 화순은 강하다는 말을 들었다. 한편으론 이것 또한 매력적이다. 이렇게 깔끔하고 단순한 생각이 어디 있겠는가? 잔뜩 머리굴려가며 겉으로는 화친하고 속으로는 온갖 잇속을 챙기며 자신을 공격한 이들의 뒤통수를 치는 ‘악한 사람’보다 낫다.

정치란 ‘이해관계를 두고 타협하고 투쟁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모든 관계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homo politicus). 우리는 그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정치계에서 대립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할 것은 그들간의 평화다. 오히려 그들간의 야합을 막아야한다.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 사이에 투쟁해야 할 부분에서 타협하고, 타협해야 할 부분에서 투쟁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막아야한다.

또한 정치적이어선 안되는 집단이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야한다. 대한민국 헌법 아래에 있는 모든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이다. 이러한 자신의 기본 정체성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이러한 정체성을 잃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화순군민신문은 기꺼이 그 정체성을 제대로 가르쳐줄 의향이 있다.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은 권력을 위임한 자들을 위한 투쟁과 대립이 필요하다. 정치적 평화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역설이 가득한 게 세상이다. 세상과 인생은 그 역설에 묘미가 있다. 화순이 주는 그 재미를 마음껏 누려보길 바란다. 화순은 거기에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