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주(43) 도곡면 청년회장

농업의 최 일선에서 힘든 농촌의 현실과 부딪히며 희로애락을 겪고 있는 농민들. 그 중에서도 한발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며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결실을 보고 있는 이들을 찾아 그들의 고민과 꿈,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앞서가는 농업인’ 다섯 번째 순서로 방울토마토 재배로 귀농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도곡면 문방주 씨를 만나보았다.

방주농원 주인장 문방주 씨
부인 양형순(42) 씨와 함께 꾸려가고 있는 방주농원의 주인장 문방주 씨의 학력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이다. 전남과학대학 원예학과 1학년인 그는 이전까지 배운 것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마흔이 넘은 나이에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농사일로 인해 조금의 여유도 내기 힘들었지만 농사에 전문성을 부여하고 한발 앞서가는 진보적인 농업인이 되고 싶은 그만의 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Interview - 귀농은 언제 했고 계기는 무엇인가?
10여년 전 IMF가 터지던 해에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도곡 천암리에 하우스 농사를 지어보고자 결심하고 들어왔다. 현대자동차에서 5년여 동안 근무했었는데 당시 불던 정리해고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 전부터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지만 선듯 결정을 못하던 차에 차라리 잘된 일이다 싶었다. 그리고 이왕 귀농 한 거니 한번 잘해보자는 꿈도 있었다.

귀농 후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아버님이 손수 짓던 하우스 2동을 기반 삼아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는데 경험 부족으로 초반엔 고전을 많이 했다. 이어지는 작물 실패에 토마토 파동까지 겹쳐서 금전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었었다. 토마토에서 참외, 수박, 호박, 딸기 등으로 작물변화도 시도했지만 그 역시 시원치 않았다. 잘되면 가격이 싸고 그렇지 않을 땐 농사를 망치고.... 그야말로 한숨의 연속이었다.

특히 권장량대로 토착미생물을 토마토에 사용했는데 열이 너무 많이 발생해 모두 고사해 버린 일이 있었다. 다 걷어 내고 다시 심었지만 또 말라버려 그 해는 하우스를 놀려야만 했는데 그때가 가장 큰 고비였다. 남들 보기도 창피하고 앞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그러나 잦은 실패와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으로 힘들었던 4~5년이 지나자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공에만 집착했던 섣부른 욕심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다. 힘든 시기를 지나 조금씩 안정권에 접어들고 나서야 경험만큼 중요한 스승도 없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현재 농사의 규모와 소득은 어느 정도인가?
방울토마토 하우스 10동과 파프리카를 조금 재배하고 있다. 소득은 작년의 경우 1억 5천만원 정도 올렸는데 하우스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기계를 새로 설치하는 등 투자위주로 나가다보니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농사가 이미 안정화궤도에 오른 만큼 지금 하고 있는 투자가 앞으로 더 높은 소득을 올려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본다.

농약 대신 천적을 방사하는 농법으로 받은 ‘SafeSure’인증 마크

방울토마토 재배와 판로 등에 관해 말해 달라?
방울토마토는 1년에 2번 재배가 가능하다. 1월초에 심어 3월에서 6월까지 수확을 하고 다시 7월경에 심어 9월에서 12월말까지 수확을 하게 된다. 현재 수경재배를 하고 있는데 토경은 땅에 포함된 양분에 물만 주면 재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수경재배는 물에 영양제와 비료를 혼합해서 일정 주기로 공급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성이 필요하다.

수경재배의 장점으로는 당도 조절과 품질개선이 가능하고 연작의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토경에 비해 보름 이상 수확을 앞당길 수 있다. 또한 흙에서는 병이 발생하면 전체 작물로 퍼지지만 수경재배는 해당 배지만 들어내면 된다.

판로는 작년 까지 5~6년 정도 일본 등에 수출했었지만 올해부터는 화순군 토마토연합회와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가격변동에 대한 걱정은 없어졌다.

현재 농촌의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뭐니 뭐니 해도 인력이다. 인력문제 만큼 중요한 것도 심각한 것도 없다. 도곡면만 보더라도 인근 골프장이나 농공단지 등에서 인력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에 하우스 농가의 경우 70넘은 노인 분들이 와서 수확을 하는 일이 다반사다. 농촌에서 인력을 고정으로 쓸 수 있도록 화순군에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이번에도 군에서 저소득층을 위해 일자리창출 사업을 하던데 환경정비사업 등 공공근로 성격의 일만 하지 말고 그 인력을 농촌 일손을 돕는데 할애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도 인건비를 부담하고 정부에서도 부담한다면 그 인력들은 소득을 더 올릴 수 있고 농촌도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농촌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희망이 있다고 본다. 농촌에 대한 희망은 미래를 밝게 만든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열심히 해서 잘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정부의 힘을 빌려 살려고 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정부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사람들은 그 사업에 기대어 살려고 한다. 일한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내가 진정 바라는 농촌상이다.

에필로그
문방주 씨는 천연 녹즙과 한방 영양제를 통해 작물을 키우고 농약 대신 천적을 방사하는 농법으로 ‘SafeSure’인증을 받는 등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또 도곡면 청년회장과 자율방범대원으로 일하며 전남도지사 표창과 군수 표창을 받는 등 지역민을 위한 봉사활동의 공을 인정받고 있다.

문방주 씨는 새로운 시도 또한 멈추지 않는다. 지금의 하우스를 모두 철거하고 현대식 하우스를 지어 손이 많이 가는 토마토 대신 파프리카를 본격적으로 재배해볼 계획도 세우고 있다. 농촌의 젊은 피로써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는 어려운 농촌현실에서도 앞서가는 농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방주 씨와 부인 양형순 씨. 중학교 선후배의 인연을 키워 부부가 됐다.

문방주 씨는 수경재배를 통해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