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준(39) 씨

농업의 최일선에서 힘든 농촌의 현실과 부딪히며 희로애락을 겪고 있는 농민들. 그 중에서도 한발짝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며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결실을 보고 있는 이들을 찾아 그들의 고민과 꿈,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앞서가는 농업인’ 첫 순서로 농업·농촌 정보화 부문 선도농업인 장형준 씨를 만나 보았다.

#농업·농촌 정보화는 내게 맡겨라
장형준(39) 씨는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열린 2008년도 농업인정보화 촉진대회 정보활용 능력 경진부문에서 2007년에 이어 '최우수상'을 수상, 화순 농업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을 만큼 농업농촌 정보화 부문에서 앞서가고 있다. 고령화되어가는 우리의 농촌을 살리는 방법 중 하나로 정보화를 꼽는 장 씨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농산물의 직거래로 어려운 현실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각종 상장과 자격증이 한보따리인 장 씨는 2008년엔 전남도로부터 농업농촌 정보화 선도자로 위촉 받아 주업인 쌀농사와 정미소 운영 외에도 군청에서 주관하는 농업인 정보화교육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Interview - 귀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연세대 중어중문과를 중도에 그만 두고 서울에서 10여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늘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부모님은 환영하지 않았지만 농촌에서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결국 귀향하기로 마음먹었죠. 2004년에 고향인 동면에 내려와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쌀농사와 아버님이 운영하시는 정미소 일을 도우며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홈페이지를 통한 쌀 직거래를 시작하게 되었고 많지는 않지만 일정의 소득도 올리고 있게 되었죠.

전자상거래를 통해 황금눈쌀을 판매한다고 들었는데 황금눈쌀은 무엇인가
황금눈쌀은 쌀눈이 살아있는 쌀을 말합니다. 노란 쌀눈이 살아있다는 뜻을 살려 이름을 지었죠. 보통은 도정과정에서 떨어져나가기 쉽상인데 정미소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벼의 건조 상태에 맞춰 쌀눈을 살려 도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쌀의 영양을 최대한 살려 브랜드화 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농민에게 있어 정보화가 왜 중요한가
정부의 정책에만 기대지 말고 우리 농민들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품질을 높이거나 체험행사를 통해 고객만족을 높여 판매로 유도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정보화가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한 도시민과의 직거래가 자유자재로 이루어 졌을 때 그 효과는 바로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소득이 생겨야 자생력도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에만 기대지 말고 우리 농업인 스스로 자생력을 기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농민들의 정보화 수준은 어느 정도 되나
고령화화 비례한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농촌이 낙후되고 고령화 된 만큼 정보화 수준도 낮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우리 농민도 나이를 뛰어 넘어 정보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된다고 봅니다. 늦어질수록 농민에겐 어두운 결과를 가져올 테니까요.

화순군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있는가
아직까지는 서로에 대한 간격이 있다고 봅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죠. 농민은 군청이 필요합니다. 군청에서 농업정책 잘 만들어주고 농민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해야합니다. 농민들 스스로 만들어진 정책을 활용 못하는 점이 많은데 정책 못지않게 활용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형준 씨가 능주 정보화마을에서 농민들에게 컴퓨터의 기초를 가르치고 있다

정부의 WTO, FTA에 대해 농업포기정책이라고 주장했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농업은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일방적인 개방대신에 서로의 기반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 공산품과 외국 농산품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기반 자체가 취약한 우리농업을 거대 외국농업과 경쟁을 시키는 것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게 되면 농업은 더욱 더 악화 일로를 걷게 될 것이고 결국 무너져 내릴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죠.

농촌고령화문제가 심각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귀농을 한다 해도 도시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농촌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없고 이런 현실이 지속되는 한 고령화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길게 잡아야 10년 짧게는 5년이 지나면 농촌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정부의 확실한 대안이 필요한 거죠.

농업은 공업에 비해 많이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농업과 공업의 경쟁력은 다르다는 기본 바탕위에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새로운 정책들이 세워져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면 자연히 농촌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활력이 넘쳐나는 살맛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장형준 씨는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 꿈은 파랗게 벼가 자라는 들판에 앉아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보는 것입니다. 앞으로 뭐가 되겠다는 등의 꿈은 너무 피상적이어서 싫습니다. 그냥 파란 들판과 내가 하나 되는 모습이 가장 행복한 모습인 것 같아요.” 쌀집아저씨로 통하는 장 씨는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보람을 찾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밝힌다. 장 씨와 같은 젊은 피의 약진이야말로 힘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농촌에 있어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