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근 前성균관고문.

삼가 아뢰옵니다.

을유년을 보내고 병술년을 맞이한 요즘에 회원님 모두 건강하시기를 빌어마지 아니하나이다.

다만 우주간 영원토록 멸망치 않은 것은 오직 천리(天理)뿐인데 이 천리가 천지 자연에 있으면 이치(理治)라 하고 사람에 오면 인성(人性)이라 하는 데 곧 심성명덕(心性明德)입니다.

이 심성명덕이 본래 선하고 악이 없는 것인데, 다만 기품(氣稟)과 물욕이 가리게 되면 때로는 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심성명덕의 본래인 선을 되찾아 지키기 위하여 요순(堯舜)성군은 말씀하시기를 인심(人心) 물욕(物慾)의 마음은 오직 위태롭고 도심(道心) 즉 의리의 마음은 오직 미묘하니 오직 인심과 도심을 잘 가리어 선한 본심을 잘 지켜야 그 중도(中道)를 잃지 않으시라 하셨습니다.

공자께서는 글을 많이 배우고 행동은 예에 맞게 하여야 한다고 하셨으며 공자께서 수제자인 안자(顔子)의 “인(仁)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욕심의 사심을 이겨내고 예(禮)대로 맞게 하면 인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증자(曾子)란 제자에게는 “나는 날마다 내 몸을 세 번 살펴본다고 하셨으며 중용(中庸)에서는 선을 잘 가리어 잘 지켜야 한다”고, 대학(大學)에서는 “글을 많이 배워 마음을 바르게 하여야 한다”하셨습니다.

인에 대해 맹자께서는 “물욕을 막고 천리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했으며, “정자(程子)와 주자(朱子)께서는 ”모든 일에 조심하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모두가 말은 달라도 심성명덕의 선한 본심을 잘 지키자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선한 본심을 잘 지키는 방도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학문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자님은 “내가 일찍이 하루 종일 먹지 아니하고 밤새도록 자지 아니하고 생각하여도 선심을 지키는 길은 학문이 아니고서는 다른 길이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학문을 하는 방법은 다섯 가지가 있으니,

1)박학지(博學之)(많이 배우는 것)

2)심문지9審問之)(살펴묻는 것)

3)신사지(愼思之)(깊이 생각하는 것)

4)명변지(明辯之)(분명하게 가리는 것)

5)독행지(篤行之)(독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학문사변(學問思辨) 네 가지는 선악을 가리는 것이요, 독행은 선을 굳게 지켜 실천한다는 것이니, 다섯 가지 중 하나만 빠져도 진정한 학문이라 할 수 없고, 이 다섯 가지 학문의 방도를 백배 노력하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옛날 하은주(夏殷周) 삼대 시절 분들부터 성리학이 국학(國學)이었던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사람이 태어나 8세가 되면 소학과정에 들어가 청소하는 법과 어른을 모시는 법 나가고 들어오는 법 등의 절차를 배워야 했으며, 이 과정은 신분을 초월해서 모두가 익혀야 하였습니다.

어른에 대한 구체적인 행위로서, 어른의 부르심에 공손히 대답하고, 어른에게 다가가 가르치심을 받들고, 손님이 오시면 나아가 공손히 맞고 자리에 모시며, 손님이 나가실 때 정성으로 배웅하는 법 등, 행동거지를 단계별로 규정하여 가르쳤습니다.

또한 소학과정에서는 예(禮)(의식집전) 악(樂)(악기연주) 사(射)(활쏘기) 어(御)(수레몰이) 서(書)(글읽기) 수(數)(숫자세기), 소위 육예(六禮)의 교양과목을 가르쳤습니다.

15세가 되면 대학에 들어가 궁리정심(窮理正心)(깊이 생각하고 올곧은 마음)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도(道)를 배우는 등 교육이 잘되어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므로 태평성대는 수신제가(修身齊家)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이루기 위해서는 성인의 학문인 정일집중(精一執中)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 하늘이 돕지 아니하여 주周나라가 쇄약함에 소학의 가르침이 무능해지니 어린 아이들의 교육이 바르게 되지 못하고,

대학의 가르침이 또한 바로서지 못하니 나이가 들어서도 더욱 경박하기만 하고 사치로만 흘러 마침내 사회기강이 무너지고 세상에 훌륭한 인재가 없어져,

나라가 망하게 되니 교육의 힘이 이처럼 위대하도다.

물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흘러 마침내 바다에 이르고 매화는 엄동설한의 쓰라림을 겪은 뒤에 아름다운 향기를 발하니, 천하의 모든 일들이 고생을 하지 아니하고서는 성공한 사람 없습니다.

옛적에 진평(陳平)은 반딧불을 주워 모아 책을 읽었으며, 강필(江泌)은 달빛따라 글을 읽어 갖은 고생 끝에 마침내 부귀현달(富貴顯達)함에 이르니,

오직 우리 함께 고생하는 회원님들은 이로써 거울삼아 성현의 글을 많이 읽어 지식을 넓히고 조심하고 조심하여 행동하고 바르게 하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도리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 우리의 상쾌함이 이 도리 밖에 있으며 천하의 커다란 사업이 어찌 이보다 더 큰 것이 있으리요.

맛있는 음식도 먹지 아니하면 배부르지 아니하고 좋은 약도 먹지 아니하면 병이 낫지 아니하니,

성현의 천만(千萬) 금과옥조 좋은 가르침도 마침내 읽지 아니하고 행하지 아니하면 나에게 무슨 도움이 있으리요.

오직 원컨대 서로 힘써 함께 수사낙건(洙泗洛建)(공․맹․정․주자, 성선물로 갈음하오니 용서하시고 받아주시기 바라나이다.

병술년(丙戌年) 첫 아침

박약회(퇴계학 연구)화순지회장

前 성균관 고문 이병근(李炳根)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