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3억 인민이 추앙하는 세계적인 천재음악가 정율성은 화순 능주사람이다.

필자는 지난 17일 오후 5시가 조금 못되는 시각 능주초등학교 학적부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순간 숨이 멋는 듯한 전율에 한참을 그대로 있어야 했다.

설마 있을까 했는데 내가 애타게 찾고자 했던 정율성 선생의 능주초등학교 입학을 말해주는 학적부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화순이 세계적인 천재음악가를 탄생시킨 고장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정부가 1988년 공식적으로 인정한 중국인의 애국가나 다름없는""중국 인민 해방군 군가(일명 팔로군행진곡)""를 작곡한 사람이 정율성이다.

정율성이 작곡한 중국 인민 해방군 군가는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의 개막식 첫 프로그램으로 연주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13억 중국인민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이고 중국 현대의 3대 음악가중의 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고, 천재음악가, 세계적인 작곡가라 일컬어지고 있다.

정율성은 일찍이 중국으로 건너가 사회주의 중국에서 활동했고 일시 북한에서 활동했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행적이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그에 대한 정보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가 광주 양림동 출신으로 본명은 ""부은(富恩)""이며 광주숭일초등학교를 나와 전주 신흥중학교에 입학해 공부한 뒤 17~8세 무렵에 중국으로 건너가 음악 공부를 하고 중국혁명대열에 참여하면서 중국에서 널리 불리는 ""연안송""이나, 앞에서 말한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한 중국인민의 최고의 존경을 받는 뛰어난 음악가였다는 것 정도였다.

특히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이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되면서 그의 행적에 대한 관심이 차츰 높아져 왔고, 급기야 최근 그의 ""탯자리""임을 내세워온 광주시의 남구에서는 그의 생가로 알려진 곳에 생가임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을 세웠다.

또 중국의 ""쑨자정"" 문화부장(우리나라의 문화관광부장관에 해당)의 광주방문을 주선하고, 국내외학자들을 초빙하여 대대적인 학술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오는 11월에는 중국정부(중국문화부 대외문화협력국)와 공동으로 ""제1회 광주정율성국제음악제""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에도 구청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11월에 부산에서 열리는 APEC회의에 참석하는 ""후진따오""주석의 광주방문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가히 구 차원의 전행정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문화수도건설을 내세우고 있는 광주시까지 ""동북아시아를 아우를 수 있는 최고의 문화코드""로써 정율성 선생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에 주목하여 적극 지원하고 있는 양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 남구의회의 한 의원의 단순한 의문으로부터 정율성 선생의 출생지가 ""광주 양림동이 아닌 화순""인 것 같다는 문제제기가 시작되었고, 일제 때 광주부(光州府)에서 작성되었던 정율성 선생의 호적 등 일부 자료가 확보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해와 이에 대한 확인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찾기 위해 이들 일가에 대한 내력을 아는 사람들이 혹시 있는지 마을을 찾아가 노인들을 만나고 ,이장님를 만나고, 하동정씨족보를 갖다가 뒤져봐도 이렇다 할 증거들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능주면사무소에 보관되어있는 호적과 당시 광주부에서 작성한 호적을 통해 선생의 조부와 부친이 능주면 관영리 282번지에 거주하였고, 대정 13년(1924년) 3월 14일에 정율성선생의 부친인 정해업(鄭海業)씨가 능주면 관영리 283번에서 당시 전라남도 광주군 광주읍 금계리 (지금의 금동)로 본적지를 옮겼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번이 282번지와 283번지로 다소 차이가 있어서 현지를 방문하고 다시 군청민원실에 두 번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두 토지 중 283번지가 대정 9년인 1920년 정해업씨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가 그로부터 2년 뒤인 한 모씨에게 넘어갔음을 확인하여 이 정씨 일가가 능주 관영리 282번지가 아닌 283번지에서 1922~4년 무렵까지 거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그 동안의 광주 거주설과 출생설을 뒤집을 수 있는 하나의 증거를 확보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광주의 양림동79번지가 출생지이고 광주숭일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졸업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어서 이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1922년에 집의 소유권이 변경되었던 사실에 착안하여 1914년생인 정율성 선생이 그때 나이가 8살쯤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만일 그가 광주가 아닌 능주에 살고 있었다면 지금의 능주초등학교에 입학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능주초등학교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정율성 선생이 대정 11년인 1922년에 능주공립보통학교에 입학했고 그 이듬해에 4학년에 올라가던 바로 위의 형인 의은(義恩)씨와 함께 광주로 전학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것은 그 동안의 광주 양림동에서 출생하여 1922년에 광주숭일소학교에 입학하였다는 설이 구술 등에 의존한 불확실한 것이었음을 말해주는 확고한 증거이며 이로써 정율성 선생이 화순 능주면 관영리 283번지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입학하여 다니다가 1923년에 광주로 전학하였음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제기되고 객관적인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광주시 남구청은 기존의 양림동 출생설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단히 정직하지 못하고 불성실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천재음악가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에 대형사업들을 추진해오고 있는 남구청 당국자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또 그동안 대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확실한 고증도거치지 않고 우선 상품화에만 급급해왔다는 비판은 놔두더라도, 이쯤 되면 그동안의 불성실과 잘못에 대해 겸허히 시인을 하고 오히려 화순군이나 학계 등과 협력하여 이제부터라도 역사적인 진실을 밝혀내는데 적극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이를 바탕으로 떳떳하게 화순군 등과 공동의 사업들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야말로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터지자 광주시가 일제 때 총독부의 자료에 근거하여 양림동 79번지는 1914년 무렵에 ""임업관련 종묘장이어서 주택이 없는 숲""이었고, 정율성 일가가 양림동으로 옮겨 온 것은 ""정율성이 장성한 뒤""라고 밝히고 나섰다.

그리고 그러하기 때문에 정율성 생가복원과 기념관 건립 등에 소요되는 예산은 광주시에서 지원이 불가하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선생과 관련한 조사를 하여 진실을 알고도 그동안 이를 감추고 예산지원까지 해 왔으면서 일이 불거지고 나서야 ""우리도 몇 달 전부터 알고 있었고 남구청에도 이를 알렸다.""고 나서는 모양새가 좀 그렇기는 하지만 늦게나마 역사적인 진실을 밝히고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어째든 한 성실한 지방의원의 의문이 정율성 선생의 생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재조명의 중대한 계기를 만들었고, 아울러 학자나 전문가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발로 뛰어다니며 이 만큼의 사실을 밝혀낸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선생과 관련된 사실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이를 토대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율성 선생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해당자치단체나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조금만 현장을 확인하고 뛰어다니면 확인할 수 있는 명백한 사실들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몇몇 불확실한 구술이나 근거에 의해 광주시 양림동 출생이라며 생가도 아닌 곳에 표지석을 세우고 대대적인 행사까지 치루고 준비해 왔던 광주시 남구청이나 일부학자들의 자료들을 포함한 국내의 것들은 물론, 중국에 남아 있는 자료들도 이제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수정되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해놓고도 자기지역 출신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우리 군도 이제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이 분을 기리기 위한 사업들에 착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13억 중국인들을 지역으로 오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꺼리가 되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드높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실로 그 가치를 쉽게 따져보기 어려운 우리 군의 자산이 또 한 가지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화순군도, 의회도 그리고 민간단체들도 모두 함께 팔을 걷어붙여서 진실을 밝혀내고 언젠가는 정율성국제음악제도 진정한 탯자리인 우리고장 화순에서 열리게 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前 화순군의회 의원 김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