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국을 먹으며

詩를 비추는 月
아욱국을 먹으며
  • 입력 : 2021. 02.17(수) 10:17
  • 화순군민신문
아욱은 이슬이 멎거든 뜯으라 하데, 여보
채소라고 아무렇게나 뜯는 게 아닌가 봐
살림, 구단까지 하려면
공부가 많아야겠어
먹는 사람 생각하면 아무 때나
뜯으면 어때
아욱을 생각하니 그렇겠지

아욱국이 참 맛나네
입이 즐겁고
덕분에 한 줄 더 청정하게 되었어, 여보
가끔 줄기가 거시기하지만
허투루 씹지 말라 넣었겠지
아욱국 앞에 두고
함초롬 내린 이슬이 보이네
머리칼 뿌리까지 하얗게 살아오는 동안
아픈 곳이 많았지

어제는 발이 땅 속으로 딸려 들어간다고
손잡아 끌며 산책했잖은가
당신 성한 곳은 말라버린 가슴뿐
위대한 어머니만 남았네
젖 물고 자라난 세 아이가
또 자식을 낳고 살아가고 있으니
여보, 화단에 다시 아욱을 놓세
꽃이 피는 아욱 곁으로
올망졸망 아이들 불러 앉히고
따뜻한 볕의 노래 한 국자씩 불러보세


정홍순

2011년 《시와사람》 등단.
시집: 『바람은 갯벌에 눕지 않는다』 외.
화순문학상 수상
화순군민신문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