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세잔 -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있는 名畫
폴 세잔 -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 입력 : 2020. 11.17(화) 15:36
  • 화순군민신문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 폴 세잔 | 1892~1896년, 47.5 x 57 cm, 캔버스에 유채
폴 세잔(1839-1906)은 1890년부터 1896년 사이에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다섯 점의 작품을 그렸다. 먼저 그려진 작품에는 다섯 명 혹은 네 명의 사람들이 카드를 앞에 두고 자리에 앉거나 카드놀이를 구경하며 서 있는 풍경이다. 나중의 세 작품은 두 명의 남자가 카드놀이에 집중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그밖에 모델을 한 명만 쓴 유채 습작과 수채 데생도 있다. 세잔은 이 연작들을 통해 다양한 조형 실험을 하였음은 물론 기법상의 진전을 보여주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카드놀이에 몰두하는 두 사람의 극적인 대결을 시간이 정지된 연극의 한 장면처럼 연출하였다. 테이블 한 가운데 수직으로 기다란 술병이 놓여 있고 이것을 축으로 하여 화면은 공평하게 둘로 나뉘어져 있다. 화면 속의 두 남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과 실행의 순간에 처한 듯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하고 결연해 보인다.

세잔은 황토색과 갈색 계열의 색조로 화면에 통일감을 주었으며, 견고한 구성과 대칭의 구도를 통해 두 인물의 긴박한 대립 상황을 묘사하였다. 화면 중심에 모인 두 사람의 손과 손에 쥔 카드들, 서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팔, 휘어진 등의 곡선, 그리고 두 개의 모자에서 거울에 비추인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완벽한 균형감을 발견하게 된다. 화면 왼쪽의 인물이 좀 더 어둡게 칠해졌지만 입에 문 파이프와 셔츠 깃, 그의 손에 든 두 장의 카드에서 보이는 뚜렷한 흰색은 명암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한 그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일상의 평범한 카드놀이를 영속적이고 항구적인 조형의 결정체로 만들었다. 그것은 사물의 본질에 천착하는 그의 예술태도와 이를 위해 철저히 몰입하고 헌신하는 작업방식에 기인한다. 그는 하나의 정물화를 완성하기 위해 100회의 작업을 하였고, 초상화를 그릴 때에는 모델을 150번이나 자리에 앉혔다. 마치 벽돌을 쌓아 올리듯 우직하고 충실하게 화가로서의 길을 걷었던 그는 카드놀이에 몰두하는 두 사람의 팽팽한 대결처럼 자신의 작품을 상대로 끊임없는 투쟁을 이어나갔다.
화순군민신문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