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인데
구름이 가리고
바람이 가리고
밤이슬이 가리고
떨어지는 낙엽이 눈을 가려
가끔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내 마음은 언제나 제자리인데
지나간 영욕들이
흘러간 아쉬움이
상처들이 흔적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썩어 뭉개진 것들이
영혼들이
길, 길을 붙잡을 때가 있다

언제나 땅은 그 땅인데
홍수가 가져가도
눈이 쌓여 가려도
빗물에 흙탕물에 보이지 않아도
이슬이 뒤덮고
안개가 가려도
내 발밑의 그 땅이다

내 몸은 태어날 때 그 몸인데
꽃이 피고 지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태양이 없는 바람도 없는
뒷골목에도
땅을 밟으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눈이 멀어
하늘은 보이지 않고
발이아파 그 땅을 밟을 수가 없네

서순보
ㆍ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ㆍ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ㆍ한문수학, 침술, 풍수지리학, 한의학, 명리학 수학.
ㆍ백두산문인협회 계간『백두산문학』부화장.
ㆍ한국문인협회 문단정화위원.
ㆍ종로문인협회 운영위원.
ㆍ前 종로구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