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굽은 나무입니다.
구름이 걸쳐 있는 숲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제대로 보아주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 바람이 불고, 그 바람
태풍으로 돌변하여 나를 덮쳤습니다.
바람이 멈추고 하늘도 땅도 그대로인데
나는 그림자조차 반듯하지 못합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립니다.
세상에 분노하여 주저앉았으나
이제는 일어나 느리지만 걸어가고 있습니다.
수석 위에 자라난 분재처럼
가끔은 내 문양 앞에 의연해지려고 합니다.
구름이 걸쳐 있는 동안 가장 행복합니다.
숲 속이라서 내 모습으로도 족합니다.
보랏빛 도라지꽃이 빙긋이 웃으면
흰 접시꽃이 토라지는 정겨운 산방에 누워
잊지 않고 나를 찾아줄 당신을 기다립니다.
여기 어디쯤 살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화폭 속에 굽은 나무로 갇혀 살아도
구름 때문에 시야가 가려 멀리 보지 못해도
당신이 어디쯤 오지 않을까
그 생각 하나로 세상은 부용화처럼 환합니다.

임미리
ㆍ2008년「현대수필」 등단
ㆍ2008년「열린시학」 등단
ㆍ시 집
- 물고기자리, 엄마의 재봉틀,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ㆍ수필집
- 천배의 바람을 품다등
ㆍ문학박사
ㆍ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ㆍ한국작가회의 회원
ㆍ열린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