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조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명예관장

화순군 도암면에 위치한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이하 천사관)은 변방이라는 지리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외지인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 사진문화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동호인 등 사진 인구의 방문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는 내실 있는 프로그램 운영과 인근 운주사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그런 천사관의 설립부터 운영까지 커다란 영향을 준 오상조 명예관장은 40여 년간 사진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광주대학교 문화예술대학 학장, 한국사진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사진 ‘불모지’나 다름없던 광주·전남에 사진 교육의 뿌리를 내리기도 했다. 1984년부터 운주사를 방문하여 석불석탑에 빠져들어 운주사 사진집을 출판했으며 30년 이상 촬영한 당산나무 역시 화순군목인 느티나무여서 화순과 인연 또한 남다르다.

본지는 그를 천사관의 작업실에서 만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벚꽃 속의 석불 군상, 120x150cm, 1997

◇ 천사관과의 인연
4년 전 도곡에 있는 집에 불이 났었는데 도곡면장이 쌀(구호미)을 가지고 위문을 왔었다.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는데 국가에서 쌀 20kg를 받으니까 눈물이 날 것 같더라. 그게 인연이 돼서 당시 군 관계자들을 몇 명 알게 됐다. 그러던 차에 천사관의 운영 방향에 대해 몇 번 자문을 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됐다.

◇ 천사관의 소개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동호인 등 사진 아마추어 인구가 굉장히 많다. 천사관이 비록 외지에 위치해있지만 운영만 잘 하면 광주, 전남의 사진 인구를 많이 끌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호남사진아카데미'로 사진 애호가들로부터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외에도 ‘찾아가는 사진 교실’과 ‘영화 사랑반’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또한 사진문화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이니만큼,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저명한 작가들을 초대해 왔다. 특히 올해는 한국여성사진가협회의 회장으로 계신 제이 안 작가를 모시는데 기대가 크다. 오랜 기간 세계 각국 도시의 이미지를 색으로 포착하고 표현하는 사진 작업을 해오신 분인데 기록적이면서도 아주 섬세하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는 누정을 테마로 한 화순에 관계된 기획전도 준비 중이다. 화순에는 누정이 많잖나. 공모도 받지만 아카데미 수강생들도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 사진의 본질, 기록
사진은 쓰임새가 여러 가지다. 증명사진, 결혼사진, 졸업사진, 돌사진, 영정사진, 광고 사진, 예술사진... 제일 중요한 것은 기록 사진이다. 사진의 본질은 기록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은 자꾸 흘러가면 과거가 돼버린다. 잊어버리는 거다. 지금 기자님과 나의 만남도 이 순간이 끝나면 과거가 된다. 더 이상 없다. 이런 순간을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게 기록하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의 등장 전엔 글과 그림 등이 기록을 담당했지만 객관성이 부족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와 사회에서는 기록적인 사진이 대단히 중요하다. 사소한 것들, 예를 들면 음식 문화, 관혼상제, 먹고 사는 문제 등, 이런 사진들도 먼 훗날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귀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다.


◇ 기록으로서의 화순
인근 운주사가 전국 각지에서 아마추어나 프로사진가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 지자체가 사진 전문 문화관을 운영하는 것은 화순이 최초다보니 온 김에 많이들 방문하신다. 외지에 이 정도의 사진문화관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신다.

이런 방문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사진을 통해 지자체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화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기록으로 남겼으며 한다. 작년에는 고인돌, 올해는 누정, 내년에는 또 다른 화순의 아이템을 찾을 것이다.

특히 이제는 폐광 시점이지만 화순의 자랑거리였던 탄광같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 문화관의 주된 테마는 기록으로서의 사진이기 때문에 화순과, 넓게는 호남문화를 기록해서 연구할 것이다. 사진도 전시하고 도록을 내서 기록 보존소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게 천사관의 향후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진을 시작하다
최초엔 어떤 뜻이 있어 사진과를 간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 중앙대 사진과가 이제 막 개설됐을 때인데 다른 과보다는 사진과가 낫겠다 싶더라. 30~40년 후에 사진이 꽃을 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대로 모험이었는데 돌이켜보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후 광주로 내려와 지역에서 최초로 사진과를 개설하고 35년을 대학 교수로 있다가 작년에 정년퇴직을 했다. 퇴직하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재능 기부이니, 기획전도 하고 강의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운주사, 9층 석탑과 거지탑, 2009년

◇ '필'이 꽂힌 운주사와 35년 인연
1984년도였다. 당시 화순 지리를 잘 몰라서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우연히 운주사에 들렀다. 그런데 참, 필이 꽂혔달까. 정말 매력적이더라. 불찬 1천 좌와 탑이 1천 기나 있는 천불천탑이지 않나. 철망이 없는 수수한 모습도 좋았다. 물론 촬영하기도 좋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어떻게 보면 호남의 한이 서린, 민초들같은 모습이라서 좋았다.

운주사만 35년 정도를 쭉 찍어 왔는데 인연이 됐는지 화순까지 오게 됐다. 운주사 따라 온 셈이다. 운주사하고 광주 중간 즈음이 도곡이라 도곡에 귀촌하게 됐는데 어느덧 20년이나 됐다.

◇ 당산나무, 민족의 오랜 정서
37년 정도 당산나무 사진작업을 해왔다. 통상 당상나무는 마을의 동구 밖에 우뚝 서 있는데, 단순한 거목을 넘어서 우리 민족만의 오랜 정서가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 민속학적인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느껴 당산나무 사진작업에 큰 보람을 느끼게 됐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 식천리, 120x150cm, 2008

◇ 화순군민들에게 한마디
천사관은 공익적인 목적의 문화관이다. 모든 군민들에게 오픈돼있다. 사진 전문 도서실과 암실, 영상실, 체험실, 넓은 전시실 등이 알차게 꾸며져 있다고 자부한다. 입장료 없이 누구든 관람하실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군민들께서, 전시를 통해 기쁨과 에너지로 가득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