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순 밥 차려드려라”
할아버지께선 집에 걸인이 찾아와도 ‘사람을 귀히 대해야 한다’며 겸상을 하셨다.

7남매와 식솔을 건사하기 위해 오직 농사에 온몸을 바쳐 일하시던 중 암에 걸려 암과 사투를 벌이셨던 아버지. 그런 와중에도 당신의 건강보다는 수감 중이던 아들의 건강을 살피며 먼저 위로해 주셨던 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와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 ‘사람에 대한 사람의 애정’이 심연 깊숙이 배인 사람. 이것을 실천하는 정치인 그가 바로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예비후보다.

도의원에서 나주시장,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오랜 정치경력으로 인해 정치인 신정훈은 익숙한데 반해 정치 바깥의 신정훈은 낯설다. 또한 감성적이고 따뜻한 인간애를 품은 휴머니스트 신정훈 또한 낯설다.

본지는 ‘낯선 신정훈’을 화순에 있는 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꾸밈없는 모습으로 불의에 대한 분노와 정치에 대한 신념을 거침없이 쏟아내다가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말할 때는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과 가족에 대한 기억
3남 4녀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농촌의 대가족 품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당시 할아버지는 집에 걸인이 찾아와도 “따순 밥 차려드려라”며 겸상을 하셨는데, 늘 사람을 귀히 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내 마음 심연 깊숙이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다.

어렸을 땐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공부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이 없었으니 부모님께도 딱히 속 썩일 일 없었다. 일탈도 없었고 돈 들어갈 일도 딱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공부만 하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후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는데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 생각을 하면 많이 괴로웠다. 부모님은 평생 농사일 하시면서 자식을 희망처럼 가슴에 품고 사셨는데 나는 데모 하고 다녔으니까... 특히 우리 7남매의 뒷바라지로 평생 고생을 해 오신 아버지와 어머니. 그 당시 하필 아버지께서 병석에서 누워 암 투병 중이셔서 나도 부모님도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와중 1985년 5월 23일,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이 9시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고 아버지께서는 뉴스를 보고 졸도하셨다.

감옥에 간 뒤엔 아버지 병세가 더 악화되셨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아버지를 2년여 만에 뵈었는데, 암 투병으로 많이 수척해지셨다. 병상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어느 날 나를 정말 보고싶어하시자, 가족들이 사람도 제대로 못 알아볼 정도로 여위었던 아버지를 업고 나에게 면회를 온 것이다.

아버지는 당시 항암 치료를 받느라 시력을 많이 잃으셨다. 그런 아버지 눈에는 내가 어렴풋이 보였던 것 같다. “얼굴이 퉁퉁하고 건강하구나” 하고 오히려 아버지가 먼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셨다.

나는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 그게 생전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원래 내가 눈물이 없는 편인데, 이상하게 저번부터 이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난다.

광주 인성고 졸업식 날 아버지와 함께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
면회 후 얼마 안 있어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셨다. 힘들어하시며 “이제 그만 놔 주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교도소장 면담을 신청했는데 당연히 거절당했다. 당시엔 택도없는 소리였다. 정치범인데다 이미 돌아가셨을 판에도 못 갈 건데 돌아가시기 전에 간다고 하니까. 그런데 한 2~3일 뒤에 집에 다녀오라고 하더라. 나를 위해 민가협 회원들이 요구를 했고 법무부 장관이 특별히 허가해 줬다는 것이다.

권총을 찬 교도관들과 수갑을 찬 채 집으로 가는데, 시간이 왜 그리도 더디 가던지. 눈물도 안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당시 시간도 기억난다. 오후 다섯 시쯤 집에 도착했는데, 온 동네가 울음바다였다. 이미 하관까지 끝마쳐서 산 위에 아버지를 안장을 하셨더라. 그걸 보는데 머릿속이 하얬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안장을 다시 다 뜯으라고 했다. 꿈속에서 보았던 고통스러운 아버지 모습 그대로 보낼 수가 없지 않나. 널빤지를 열어 아버지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쓰다듬어 드리고 담담하게 말씀드렸다. “용서하세요. 아버지, 이제 편안하게 쉬세요”라고 말했다. 그제야 아버지 얼굴이 뭐랄까, 평온해 보이셨다. 나는 지금도 아버지께서 평안한 마음으로 가셨을 거라 믿는다.

그 자리에선 울지 않았다.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교도소로 돌아오는데, 아버지 볼을 비비며 보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제서야 눈물이 나 온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그때 결심했다. 나는 언젠간 아버지 같은 분들을 위해 살겠다고. 아버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해, 그런 민족과 나라를 위해 살겠다고. 아버지가 하지 못했던 일을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아들로서 큰일을 해야 하는데 감옥살이쯤은 얼마든 이겨내야겠다는 결심이 들더라.

이것이 내가 정치를 하게 된 계기이자 뿌리다. 정치란 나에게 두려움과 소명의식 간의 끊임없는 대결인데, 이런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화순
화순은 참 좋은 동네다. 지정학적으로도 그렇고 재정적으로도 그렇고, 안정감이 있고 지방자치하기 좋은 동네다. 화순의 모든 자원을 평가해 보면 재정정적으로 풍요롭다. 읍내 인구밀집도가 높으니 재정의 효율성도 뛰어나고. 백신클러스터를 비롯한 주변의 자연환경들까지 좋다.

화순군민들께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가 이번이 세 번째고,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까지 치면 여러 번이다. 남에게 미안한 삶을 살지 않았으나 화순군민들께는 참 많이 미안하다. 공약을 통해 해드리겠다는 것이, 미래에 대한 약속을 가지고 하는 거니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해드린 것이 없는데... 신정훈에게 표를 달라고 하고 있다. 여러 차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끊임없는 도전
내가 끊임없이 정치를 하고자 도전하는 이유는 정치적 변화에 의해 우리나라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국민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직 그 희망 하나로 하는 것이다. 이 시대에 대한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이자 절박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나의 정치는, 아니 나의 운동은, 주장하는 것보다 실천하고 실현하는 데 더 큰 방점을 둔다. 주장의 수위는 높지 않지만, 주장했던 것은 반드시 관철시킨다. 주장하는 바가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생활정치를, 민생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마을택시,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등 혁신적인 공약을 만들어 국가적 어젠다로 확대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은 이러한 새로운 문제의식은 항상 현장에서 찾게 된다.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는 현장성이 없다면 정치는 공론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대부분이 이론적 전문가이지 실전현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내 정치의 장점은 현장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다보니 현실적인 판단과 노력을 치열하게 했던 것 같다.

◇정치 밖에서의 ‘인간 신정훈’
정치하고 내 삶은 항상 같이 있었다. 그걸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굳이 표현을 하자면 휴머니스트에 가깝다. 철저한 휴머니스트. 그래서 가끔은 사고도 치지만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한다. 어렸을 때 공부를 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질문은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 ‘역사와 세상에 있어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거였다. 그러다 결국 유물론을 공부하고 심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 사람답게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이었다. 우리가 그것을 위해서 사는 것 아닌가. 인간의 가치를 가장 존엄하게 여기고 그 가치를 완성도 높게 실천하는 사회로 만들고자 노력한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내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으면 자주 쓰는 대답이 ‘휴머니스트’이다.

한편으론, 대부분 정치인이 그러겠지만 맛없고 멋없는 삶이다. 항상 사회적 의식과, 사회적 이슈와, 시대의 흐름에 짓눌려 있는 것 같다. ... 사회는 내가 아니어도 흘러가는데, 내가 나름대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으니까. 그게 다 내 문제처럼 느껴지는 거다. 그러면서 정작 주변 사람들과 인간적인 교류가 부족해지게 된다. 굉장히 외롭고 고독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잊고 살게 된다.

◇언제나 가장 미안한 가족들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가장 늘 미안하다. 정치라는 것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잔잔하고 충실하게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치가 그 부분에선 참 취약하니까. 특히 아이들에겐 아버지로서 미안한 것도 있고,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것도 있다. 예전엔 청년 세대가 겪는 아픔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사회적으로 너무 힘들지 않나. 취업이랄지 여러 가지 문제로. 그리고 아이들이 아빠의 삶에 너무 많이 규정이 돼버린 것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표현은 못하지만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미안한 마음이 큰 존재들이다.

가족사진, 아내 주향득과 아들 백두, 창호와 함께

◇동지에서 부부로
아내는 내가 미문화원 사건으로 옥살이를 마치고 나주에 낙향했을 때, 영산포성당의 풍물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아내는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 간사로서 젊은 청년 농민들을 규합해 공부하고 있었다. 얼굴은 새까맣고 생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자연 그대로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89년에 오물투척사건으로 함께 구속돼서 징역을 갔다. 남자 사동하고 여자 사동하고 나눠져 있으니까 서로 안부편지나 주고받았다. 당시엔 징역 살면서 편지가 오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왔다갔다하는 미화요원 통해서 주고받았는데, 그러다 러브레터 된 거다. 그전까진 아내를 두고 은근한 경쟁도 있었지만, 동반 구속의 끈끈한 동지애로 자연스레 여론정리가 된 셈이다.

◇정치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
돌이켜보면 어르신들의 ‘손’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엔 어르신들의 손을 잡으면 참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슴이 아파 찡하고 말이 안 나올 때도 있었다.

보호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평생 농약을 만지시던 아버지의 손과 닮았었다. 거칠게 갈라지고, 굳은살 박힌 아버지의 손바닥과 말이다. 고향에서 농민운동가로, 정치가로 성장하면서 내가 만난 어르신들의 손바닥에서 한결같이 아버지를 느꼈다.

그래서 처음 선거에 나갈 땐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버지에게 약속한 그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노라고. 그러니 그분들이 가만 듣고는, 아버지를 닮은 그분들이, 우리 아버지처럼 먼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셨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오늘,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 손을 닮은 어르신들과 좌담

◇유권자분들에게 한마디
이번 선거는 현 정부의 운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있는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런 측면에서 나라와 지역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촛불을 통해 현 정부를 만들었고,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총선에 임하는 것이니 결연함과 단호함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특히 화순군민들께서 어려운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꼭 제대로 선택해 주셨기 때문에 화순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번 선택도 나라와 지역을 생각하는, 나랏일꾼 뽑는 기분으로 뽑아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잘하고 싶다. 언젠간 큰절을 올리겠다.

정치적 동지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