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농사꾼이자 화순농협의 수장 조준성 화순농협 조합장

조합장 취임 전부터 입지전적 인물로, 전설적인 인물로, 잘 알려진 조준성 화순농협 조합장(이하 조준성 조합장)과의 특별좌담 시간을 마련했다.

올 가을은 태풍이 유난히 잦아 수확을 앞둔 벼들이 이곳저곳 논바닥에 쓰러지고 넘어졌다. 일으켜 세울 시간도 없이 또 이어 닥치는 태풍으로 쓰러진 벼에서 싹이 나는 것을 필자도 본 적이 있었다.

고령에 농기계도 없이 농사짓는 어르신들은 이렇게 쓰러진 벼들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어 얼마나 애간장이 타들어갔을까...

태풍피해 상황에 대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석기 농협전남본부장, 화순농협 임직원들과 점검하며 대책을 논의 중인 조준성 조합장

▲ 양복 벗고 쓰러진 논으로 들어가다
이때 필요하면 양복을 벗어 던지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온 조준성 조합장은 정말로 쓰러진 벼들이 있는 논으로 달려가 콤바인 작업을 했다.

이 일로 조합 이사 한 분에게 ‘조합장 체면이 있지. 이렇게 큰 농협의 조합장이 콤바인으로 나락을 비고 다니면 되겄소!’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쓰러진 벼가 걱정돼 집까지 찾아와 통사정을 하는 분을 보고 모른 채 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어서 직접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그 분이 안 가고 계속 집 앞에 서 계시더라. 사람이 서 있는데 놔두고 출근할 수가 없어서 그분에게 약속을 했다. 내일은 예식장 안 가고 가서 해 드리겠노라고.,

쓰러진 벼를 콤바인으로 직접 수확 중인 조준성 조합장

그 분의 일을 마친 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면 꼼짝없이 붙잡힐까 봐 콤바인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탑이 씌어졌기에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하고 있는데... 아무개 나락이 다 쓰러졌는데 콤바인이 와서 벴다고 하니 다 구경하러 나와 버렸다. 그래서 그 동네 주민들에게 딱 잡히고 말았다.

직원들과 이장들은 주민들에게 조합장님 바쁘니까 보내 드려야 된다고 했는데... 쓰러진 벼가 깔려 있는 논바닥을 보고는 도저히 그냥 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콤바인이 벨 수 없는 심각한 논들만 골라 몇 날 며칠을 캄캄해질 때까지 작업했다.

▲ 이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일을 다 마치고 나니 뿌듯했다. 내가 어려움에 처한 농가들을 위해 뭔가를 해 드릴 수 있다는 것이.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번 수매 기간에 현장으로 나갔는데 어르신들께서 ‘우리 조합장 아니었으면 올해 농사 못 지었을 것인디.’ 하시더라. 그 말씀들 한마디에 피로가 다 풀렸다. 그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태풍에 쓰러져 수확도 얼마 안 나왔는데 나락을 벤 삯을 다 받으면 되겠는가 싶어 콤바인 기름 값만 받고 50%는 싹 환불해 드리라고 했다. 어르신들께서는 마다고 하셨지만 농협이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니까 그렇게 해 드리도록 했다.

▲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
조합장 취임 후 8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진다는 걸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농협과 농민과의 소통, 농협과 조합원과의 소통이 바로 해답이다. 그런데 농협의 존재 이유를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잘 이해시켜야 할지 계속 고민이다.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만 제대로 알면 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조합원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의무를 먼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만 되면 협동조합이 돌아가는데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교육이 조합원들에게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 농협 본래의 취지와 다른 현실에 가슴 아프다
조합원들은 농협이 배당금만 많이 받게 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왜냐면 이것은 협동조합의 원칙이 아니다. 협동조합은 돈을 버는 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농업협동조합이란, 농민이 농사 잘 짓게 지도하고 교육하고 도움을 주어 좋은 농산물 생산하도록 한 후 제값 받고 팔아주어 농가의 소득을 창출하고 올릴 수 있게 하는 단체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농협 본래의 역할과는 다른 농협의 현실이 피부에 와 닿게 되니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일을 하다 보면 딜레마(dilemma)를 겪게 된다. 돈을 많이 벌어서 조합원들에게 출자배당금을 많이 드려야 할 것인지, 출자배당금을 약간 줄여서 그 예산으로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혜택을 드릴 것인지... 그런데 정말 농사짓는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을 하면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감수할 각오이다.

2020년도와 2021년도의 출자배당금이 8~9억 차이가 날 것이다. 이 금액으로 조합원들의 농작업 대행을 해서 15억 이상의 혜택을 드리고 싶다. 농작업 대행해서 15억 드리지. 제값 받게 팔아주면 또 수익이 늘고... 그럼 20~30만원의 1년 출자배당금을 조합원들은 덜 받겠지만 농사짓는 농가의 실질적 이익은 그것의 열 배인 200~300만원이 더 늘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총회 때 통과될지는 모를 일이다.

▲ 농협투자, 이익보다는 어려운 농가 지원이 우선!
화순농협은 약 200억 정도를 토지와 농기계 등에 투자를 한다. 태풍이 와서 콩을 못 벤다든가 농산물 수확을 못한다면 영농 단위나 일반 기계가 있는 사람들은 논이 안 좋거나 작물이 쓰러져 있으면 여건이 안 좋으니까 일을 안 해 준다. 왜냐면 적자가 나니까. 그러나 농협은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우선 그 농민과 농산물을 생각하고 수확을 한다. 피해를 입은 지역에 집중하여 방재도 해 주고 퇴비를 대 주고 한다.

앞으로 해 봐야겠지만 이번에 투자를 많이 했다. 군에서 화순농협에 예산을 몇 십억 세운 것 으로 알고 있다. 과감하게 투자를 해서 농사짓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이서는 청정지역이지 않는가? 이서에서 GAP인증을 받은 후 청정지역으로 홍보를 해서 쌀을 판매하면 쌀 가격이 차근차근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서 쌀을 먹는 도심권 사람들을 이서로 초대해 농사짓는 자연환경을 보여주면 이렇게 깨끗한 곳에서 농사를 지으니 우리가 믿고 먹어도 되겠구나 여기지 않겠는가?

화순농협 대의원, 영농회장단, 부녀회장들과 농업 선진지를 견학 중인 조준성 조합장

▲ 농협의 살림꾼은 직원, 사기 북돋아 줘야...
농협 직원의 임금 피크제를 56세로 묵어놨더라. 56세에 퇴직하고 나가서 그 젊은 나이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래서 이번에 임금피크제를 해지시켰다.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면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 되지 않겠는가? 조합장이 직원들에게 할 것은 해 주고 일을 하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사실은 농협의 살림꾼은 직원들이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수익을 남겨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을 드리고 있다.

▲ 조합원과 농협이 뭉치면 못할 것 하나 없다!
조합원과 농협이 뭉치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못할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농민과 농협이 뭉치기만 하면 대한민국에서 어디에서든 농사짓는 농민이 못 사는 일이 없을 것이다. 뭉칠 수만 있다면.

▲ 든든하고 소중한 사람, 아내
집사람과 나는 노래를 좋아하고 부르는 것도 좋아해서 같이 노래방에 자주 간다. 오랜 세월 같이 하면서 이런저런 우여곡절과 말들도 많았기에 마음고생이 컸을 텐데 늘 내게 괜찮다고 격려하고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고 응원해 준다. 참 든든하고 소중한 사람이다.

좌담 전부터 몇 번의 만남을 통해 느껴진 조준성 조합장은 강렬했던 첫 이미지와는 달리 만나면 만날수록 투박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고 정도正道를 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열정적인 리더(leader)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것, 농사
끝으로 조준성 조합장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농사짓는 것과 기계 만지는 것, 운전하는 것이다. 어디다가 내 놔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특히 농사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피곤한 줄 모르고 계속 일을 하게 된다. 농사가 내 몸에 깊숙이 밴 것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진정한 농사꾼이기에 농협과 농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품성을 지녔나보다.

농협과 조합원, 농민이 뭉치기만 하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농사짓는 농민이 못 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조준성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