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탁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장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취업난은 ‘심각하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장기화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사회참여에 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겐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화순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의 기회와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에 군민신문사는 임탁진 시설장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고, 한 평생을 장애인들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힘썼던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 시설에 대하여
화순군에서 직영을 하긴 하지만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하기 위한 사회복지 시설이다. 영리성보다는 장애인들의 경제활동을 통한 사회 구성원로서의 선진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볼링장에서 볼링을 친다던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등의 사회 적응 훈련 또한 갖는다. 업무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료 간의 의식도 필요하고 사회로 편입됐을 때 적응에 무리가 없어야 하니까.

▲ 전국 최초의 장애인 생산 타올과 화순 8경
장애인들이 타올을 생산하는 것은 전국 최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통은 교도소의 죄수들이 생산을 하거나, 장애인들이 생산품 등록을 한다고 해도 물수건이나 물티슈 같은 것을 생산했었다. 이런 식으로 진짜 타올을 생산하는 것은 우리가 최초다. 잘 성공을 시킨다면 아마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제품 생산하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많이 찾아주신다. 납품하기가 조금 바쁠 정도로...
또한 장애인이 생산하면 질이 좀 떨어지지 않겠나 하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제품을 고급스럽게 만들자 해서 화순 8경을 주제로 해서 여덟 가지 디자인을 하게 됐다. 화순군 소속 기관에서 만든 제품이니까 화순의 8경이 홍보도 되고. 각 풍경 별로 상징적인 부분을 형상화하여 디자인했다.

화순 8경을 주제로 디자인 한 타올

▲ 시설 운영에 필요한 열정
보다 안정적인 재활시설의 수준이 되려면 중증장애인 생산품 등록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제직기가 네 대가 기준인데 우리 시설의 제직기는 세대다. 한 대가 모자란 거지. 그런데 우리 예산으로는 쉽지가 않은 거다. 이걸 한번 해결해보려고 보건복지부를 찾아간 적이 있다. 물론 전화로도 문의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러면 내 열정과 내 의지를 보여줄 수가 없지 않나. 이런 마음을 담당자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했고 어느 정도는 알아주신 것 같다.

▲ 시설 운영에 대한 우려
아무래도 군에서 직영을 하다 보니까 지역 내 기존 타올 업체들의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영리 업체라기보다는 사회복지 시설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더라도 기존 업체들과는 최대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화순 내 대부분의 업체 대표님들을 직접 찾아뵙기도 하였다. 우리는 사회복지 시설이지 공장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드리고 경쟁이 아닌 상생과 희망에 대해서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 운영의 어려움
비슷한 시설들이 흔히 겪는, 인근 주민들의 혐오시설 기피 현상은 오히려 거의 없었다. 정말 어려운 부분은 장애인 구하기가 사실 가장 힘들다는 것이었다. 화순에 등록된 장애인만 5천 명이 넘는다. 그런데 실제로 여기서 장애인 일자리를 지원하려고 보니까 이분들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까봐 잘 안 하려고 하신다. 또한 그나마 결혼하고 산 분들은 경제활동에 대한 의지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결혼 안한 분들은 상대적으로 더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훈련생 모집이 어려웠다. 처음엔 우리 직원이 광고를 냈는데 1명 왔더라.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직접 이쪽저쪽 부모님들 전화하고 직접 가서 설득시켰다. 그렇게 부랴부랴 모집한 게 훈련생 8명을 추가적으로 모집한 거다. 근로 장애인들은 직장생활 해봤던 사람들 위주로 등록을 모집했었다.

▲직원의 감사 편지
직원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가슴이 아픈 사연들이 많다. 그런 직원의 사연을 편지로 작성하여 이번 개관식 때 낭독을 할까 한다. 개관식 이벤트로 축사보다는 이게 더 감동적일 것 같아서 이걸로 한번 해보실래요 하고 물었더니 한번 해보고 싶다 했다. 한번 보시겠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구충곤 군수님!
저희 장애인들을 위한 훌륭한 시설을 만들어 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동안 저는 월 급여 일백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벌기 위해, 6시 30분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소태역으로 가 지하철을 타고 송정역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겨우 공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침 9시에 일을 시작하면 무거운 철판을 옮겨 프레스기에 연신 작업을 하고,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저녁 8시쯤 됐습니다. 고된 일상의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어 행복해하며 열심히 가족을 위해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두달씩 늦어지는 임금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저에게는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이라 무시당하고 불이익에 어떠한 대항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참 행복합니다. 존중받고 당당하게 함께 일을 할 수 있고 기술도 배우고 퇴근 후에는 야학을 다니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화순에 많은 장애인들이 존중받고 일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도와주십시오. 여기 오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정도로 정말 우리에게 절실한 시설이었다. 이런 내용들이 가슴이 아프다. 면담을 다 해볼 것 아닌가. 해보면 이렇게 힘들게 일들을 하고 살았다. 정말로 열심히 산다. 근데 그전에는 야학을 안 다녔다고 한다. 일이 힘들고 피곤하니까. 야학 다니기에는 너무 힘든 거다. 늦은 시간 퇴근하고 야학 가서 공부하고 온다는 거는 더더욱 힘든 일이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정시 출근해서 정시 퇴근하니까. 몸도 많이 좋아지고 야학도 다닐 수 있다. 이런 사연들은 직접 발표를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 누구의 말보다도 값지지 않겠나.

▲ 화순의 장애인들에게 한마디
오랜 시간을 장애인들하고 지내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어르신들은 각 면에서 장애인 일자리가 있다. 그 일자리를 통해서 소득을 받아 가시고, 젊은 사람들은 여기 와서 제대로 된 급여를 받고 가정생활을 꾸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장애인 일자리는 되도록 나이 드신 분들이 하고, 이쪽에는 젊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보내서 여기서 일을 할 수 있게끔 소개를 많이 해달라. 많은 장애인들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더 존중받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오시면 좋겠다. 시설의 인지도가 많이 낮다고 느껴진다. 정보가 굉장히 떨어진다. 주변에서 소문 좀 많이 내주셔서, 돌아다니고 방황하는 장애인들이 많으니까, 그런 장애인들이 시설에 와서 사회 적응하는 훈련도 배웠으면 좋겠다. 우리 봉사계획도 있다.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끼 입고 가서 청소도 한번 해보는 거다. 그러면 보다 더 안전한 사회도 될 것이고. 충분히 사회에 작 적응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시설이 있으니까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앞으로의 계획들
이 시설에 올인하는 거다. 2년 안에 안정화 시키는 것이 최대의 목표다. 보다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이 화순군에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런 것이 진정 명품화순 행복한 군민이지 않겠나. 정말 행복한 군민들이 될 수 있도록, 어렵고 힘든 데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 그 외엔, 그냥 자식들에게 좋은 아빠로 기억이나 되면 좋겠다 하하. 돈은 못벌어도.. 아들딸들이 돈은 안 가져다 줬어도 좋은 아빠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한 시時
처음 기계를 돌리기까지 엄청 힘들었다. 우리 시설의 제직기를, 기계를 돌리려고 하는데 기계 자체는 오래전에 수입이 된 상태로 2,3년 정도는 그저 세워놨다. 그런데 프로그램도 안 맞고 협조도 잘 안되고,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쉽게 가동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직기를 돌리기 시작하는데, 처음 가동하는 순간의 기분이 너무 좋은 거다. 그래서 그 기분을, 초심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해서 시를 썼다. 부랴부랴 그 자리에서 쓴 거다. 이 감정과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기억하련다 이런 마음으로. 그런 생각이 깊어서 쓴 시다.

드디어 제직기가 달린다.
(임탁진 지음)

드디어 제직기가 달린다.
신나게 달린다.
쿵쿵 짝 쿵쿵 짝! 악보도 없는데~
장단이 너무 힘겹다.

산모의 고통에 비교할 수 없지만
제 마음은 이렇게 기쁠 수가!
아! 끌어오르는 이 감정은 무엇인가?
우리 아들 처음 만났을 때
그 때 그 마음!

첫 가동소리에 가슴이 벅차 오르고
눈가가 촉촉해 온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제직기 장단(웃음) 소린가?
일반인은 그저 시끄러운 소음일지 모릅니다.

30여년 동안 듣고 일하던 영희누님한테는
어떤 소리로 들릴지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심장이 쿵꽝!쿵꽝! 박자를 맞추고
신나는 북소리로 들리고 흥이 절로 납니다.
아, 기쁘다!
감격스럽다.

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관심 덕분에
이렇게 우리의 도전은 시작되었습니다.

화순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장 임탁진
☎ 010-9696-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