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 준비위원장, 변인석 대회장, 김태엽 준비위원장 (왼쪽부터)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화순초등학교는 그 유서 깊은 역사만큼 동문 행사 또한 남다르다. 전국 어느 곳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와 참가자를 자랑하는 화순초 총동문 체육대회는, 올해로 44년째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매해 추석 명절마다 개최되어 화순 읍내의 지역행사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학교와 동문에 대한 선배들의 애정을 잇기 위해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68회 기수의 대회장 및 준비위원들과의 만남을 갖고, 어떤 점이 그들로 하여금 대회 준비에 그토록 매진하게 만들었는지 그 생각을 들어봤다.

▲체육대회에 대한 소개
화순초등학교 총동문 체육대회는 44차 총동문 체육대회로, 68회가 주관 기수로 진행을 하고 88회부터 48회까지 총 40 기수가 참여를 한다. 대략 잡아 한 기수에 30여 명 잡으면 1200명 정도가 참여를 하는 셈이다. 44년 동안 이어져오면서 초등학교 동문 체육대회로는 전국에서 역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일단 역사가 100년이 넘다 보니까 그만큼 배출된 동문이 많아 그만큼 규모도 큰 편이다.
이번 68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진 늘 첫째 날은 동문총회와 노래자랑, 둘째 날은 체육대회 이런 형태로 1박 2일로 진행을 했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하루 행사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체육대회 종목으로는 각 기수 주관 기수별로 여러 가지 종목이 변동사항이 있었지만 이번엔 배구와 단체 마라톤, 단체 줄넘기, 노래자랑도 하나의 종목으로 넣어서 시상을 한다. 노래자랑에는 ‘노라조’를 비롯해 기타 가수들도 공연을 하고 늘 그랬듯이 불꽃놀이도 한다. 다만 이번엔 남산이 아닌 최초로 모교인 화순초 운동장에서 진행을 한다.

▲대회 준비에 매진하는 이유
첫 번째로, 열정이다. 뭐 다른 이유라도 있겠나. 그냥 봉사하고 선배들이 만들어주신 체육대회를 우리 대에서도 열심히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앞장선 거다. 또 친구들이 도와주기도 해서 하는 거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해서는 할 수가 없다. 순수한 열정과 의리 그런 걸로 하는 거다.
두 번째로는, 사명감이다 사명감. 그 무서운 사명감. 어디 던져버릴 수도 없는... 그 사명감으로 ‘나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 마음으로 대회장이 한다고 앞장서니까 거기에 쓸려서 준비위원장도 하게 된 거다. 그런 식으로 힘을 합쳤을 때, 공동의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는 믿음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 체육대회 준비 기간
우리는 일찍 시작한다고 했는데도 이번 추석 명절이 빠르다 보니까 어려움이 좀 있긴 하다. 준비한 지는 벌써 매주 만나서 22회차 정도 된다. 정확하게 우리 기수가 모여서 결정을 했던 일자가 3월 8일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매주 만나고 있는 거다. 오늘부터는 매일 만나면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쉽게 생각했다가 막상 날짜는 계속 다가오고 또 심적으로도 부담이 많이 되고... 준비 안 해봤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하하.
심지어 대회장이나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분들은 업까지 접어놓은 상태에서 움직이고 있다. 말씀드린 대로 사명감 아니면 할 수가 없다. 왜냐면 이것이 우리들에게 경제적인 이익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동문이라는 그 기틀 하나 보고 뛰는 거다. 이 전통을 계속, 좋은 전통이니까 이어나가야 하지 않나. 작년에 명절 쇴다고 해서 올해 안 쇨 건가? 우리가 그런 마음이다.

▲ 대회준비의 어려움과 낮아지는 참여율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라 하면 당연히 참여율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잖나. 그 외의 것들이야 그럭저럭 인력과 예산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지만, 참여인원은 어떻게 못하니까. 물론 각 주관 기수가 어떻게 기획을 하고 홍보하느냐에 따라서 달려있지만, 시대적인 흐름을 봤을 때 참여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시대가 변하여 개인주의화되고 있다 보니까, 예전처럼 명절이 되면 동문들을 만나서 우의를 다지고 이런 의미는 줄어들고 있다. 예전엔 아침 일찍 오면 저녁까지 참가자가 쭈욱 이어졌었다. 참여보다 중요한 것이 그 자리에 지속적으로 있느냐인데, 지금은 가볍게 인사만 하고 얼굴만 보고 가버리고 그런 부분들이 없잖아 있다. 상주해서 있는 사람들은 한 5~600명 정도 되지 싶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체육대회를 하면 경찰들 에스코트 하에 퍼레이드도 하고 동네 한 바퀴 돌고 학교로 들어가서 대회를 시작하고 그랬다. 화순이 고향이시면 알겠지만, 예전에는 체육대회 행사하면 읍내 전체가 들썩했다. 근데 지금은 끝나면 다들 집에 가는 추세다. 그래서 명맥을 유지해온다 하면 사실 조금 초라해지는 측면이 있다. 예전만은 못하다 이거지. 예전에는 사람과 음식, 술이 있는 곳이라면 땡큐였지 않나. 그래서 정말 재밌는 행사였는데 지금은 누가 술 사준다 해도 사람 가려서 만나는 시대다 보니까 전과 같지는 않다.

▲동문들에게 전하는 말
우리의 슬로건이 있다. 우리 68회 주관 기수가 바라보는, 체육대회 동문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이다. Make History, Take Pride! 라는 슬로건이다. 말 그대로, 우리의 역사고 자부심이고 긍지라는 의미다. 우리 동문 여러분들께서 사회 각지에서 우리 화순초를 빛내고 계시지 않나. 그것이 물론 본인의 능력, 또 여러 가지 것들이 모아져서 그런 것이지만 화순과 화순초가 우리를 키워주고 낳아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겠는가. 나는 그래서 화순을 사랑하고 화순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체육대회에 좀 나오셔가지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화순초의 역사에 대한 동문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한번 보여주십사 하는 마음이다.
또한 우리 화순초 동문도 중요하지만 관내에 있는 화순 군민들도 오셔서 공연도 같이 보셨으면 좋겠다. 오시면 막걸리 같은 것도 우리가 다 대접을 해드린다. 돈 안 들이고 바로 앞에서 불꽃쇼를 보실 수 있다면, 화순초 동문들뿐만 아니라 화순 군민들한테도 추억이 될 것 같다. 우리가 명절 때 드리는 나쁘지 않은 선물이 되지 않겠나. 그리고 또 아마 불꽃놀이가 모교 운동장 쪽에서 하다 보니까 근처에 교리 훈리 신기리 주민들이 다소간에 불편함이 있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그 부분도 좀 양해를 구하고 싶다.

▲ 동문회라는 의미가 다가오는 때
동문회는 의식적으로 만들어진다기보다 충실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다. 친구들 몇몇이 만나서 하나둘 끌어오다 보면 무리가 되지 않나. 그 무리가 동창회로 결성이 돼서 움직여지는 거다. 그런 모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이 모여지면 결국 동문회까지 가게 되더라.
궁극적으로는 화순이라는 지역을 사랑하고 화순초등학교를 사랑해서 어느 날 문득 돌아보는 순간이 오게 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실은 어린 시절 그곳에서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말이다. 그래서 동문들을 찾게 되어 서로 어려울 때 위해주고 좋은 일에 나눌 수 있을 때. 그리고 그런 뜻을 가진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닐 때. 그제서야 비로소 진짜 동문회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이미, 그러하고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