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동 서부발전(주) 상임감사위원

이번에는 충남 태안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최향동 상임감사위원(이하 최향동 감사)을 찾았다. 접견실에 들어서자 남북 두 정상 부부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한 평화의 사진이 제일 먼저 내방객을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북정상의 평화사진을 에너지분야 공공기관 접견실에 게시한 것은 한국서부발전이 최초라고 한다.

국정철학을 공기업 현장에 심겠다

여느 접견실과 다르게 벽에는 평화와 생명을 존중하는 예술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최향동 감사의 설명에 의하면 DMZ(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IMAGINE 4/5’(배달래 작가)는 평화를 사랑하는 존레논의 노래제목에서 작가가 따온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다른 벽면에도 ‘FLOWER1/2’(윤우영 작가)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생명존중의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원래 접견실 벽면에는 역대 감사위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너무 권위적인 분위기여서 감사위원들의 사진을 내리고 접견실을 ‘평화’라는 테마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뜻있는 예술인들의 작품을 공공기관 접견실에 공유하면서 사회공헌도 하고 내방객을 맞이하는 접견실 분위기도 바꾸는 1석2조의 효과를 주고 있었다. 발전공기업의 첫인상에서 국정철학을 받드는 모습이 읽혀진다.

▲ 공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 온 몸으로 느껴

부임 하자마자 한국서부발전(주)에서는 생명안전사고가 크게 터졌다. 그 위기를 수습하느라 지금까지 정신없이 지내왔다. 사고와 관련하여 과장되고 비틀어진 보도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 번 기회를 통해 ‘안전서부’로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 가장 안전한 발전공기업의 현장으로 만들겠다는 힘점이 되고 있다. 안전이라는 공공성이 무너지면 발전공기업의 존재성마저 부정된다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안전’에 관한 메시지만 전 직원들에게 일곱 차례 보냈다. 그만큼 공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무겁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다.

▲ 감사(監査)직무, 전문성보다 철학과 시선이 더 중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야당 측에서 계속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 비판하면서 ‘낙하산이다, 캠코더 인사다’라는 논란이 있었다. 나를 지칭해서는 ‘캠코더’ 인사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모 방송국 기자하고 설전을 좀 했던 적이 있다. 공공기관 인사(人事)에서 특히 감사(監事)는 ‘감사의 철학과 시선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검증해야지 ‘캠코더 인사냐, 아니냐’를 가지고 ‘인사를 잘했니 못 했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더니 그 기자도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의견을 주더라.

▲ 상임감사로 부임하면서 다진 각오가 있다면

우선 전임정부에서 임명된 분들과는 품격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우리가 잘못하면 대통령이 욕을 먹게 되니까 매사가 조심스럽다. 또한 분명한 감사기조와 중점과제를 제시하여 사후적발식 실적쌓기보다는 예방감사활동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사의 과정은 매우 공정하고 감사결과는 공감이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서부발전의 감사기조는 ‘공정에 공감을 더하다’로 잡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감사업무의 본질은 ‘소통’이다.

▲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감사이고 싶어

첫 출근하면서부터 누구를 막론하고 보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를 했다. 처음엔 받는 분들이 어색해 하셨는데 지금은 좀 자연스러워졌다. 업무적으로는 직위와 직급으로 만날 때가 있지만 일상적으로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러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다. 대접받는 임원이기보다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임원이고 싶다.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감사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 공공분야의 생활민주주의 실현도 공기업의 큰 과제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는 생활민주주의 실현과 생활적폐 청산이라는 측면에서 조직문화의 혁신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많이 좋아졌지만 발전공기업에는 아직도 과거형 군대식 문화와 서열문화가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부하직원’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데 ‘부하직원’이라는 표현에는 힘의 우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하관계성이 강한 단어다. 그러다 보니 동료로서의 존중과 인권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이러한 경직되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혁신하자는 차원에서 되도록 ‘부하직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고 설득하고 있다. 언어폭력도 큰 문제다. 반드시 혁신해야 할 과제다. 많은 논란이 있으나 최근 직장내 괴롭힘 방지를 법규화하는 것 역시 이러한 혁신의 요구에 정부나 공공분야가 화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운동권학생이 된 후 내 인생은 요동치는 바다가 됐다

유년시절과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화순 청풍에서 보냈다. 고등학교 때부터 광주로 나와 대학교까지 쭉 광주에서 살았다. 학생시절 가장 크게 겪었던 사건이 5‧18이었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시위대 따라 다니고, 도청 앞에도 가보고 전두환 군부의 지휘를 받는 공수부대의 잔혹한 진압실상을 보면서 저항의 DNA가 자란 듯 하다.

그러다 전남대 법대에 입학하여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당시 박관현 열사 추모시위가 있었다. 법대 선배이기도 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이 학생운동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운동권학생이 된 후 내 인생은 요동치는 바다가 됐다. 그 때 전남대 학생운동의 중심이슈는 온통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었다. 전두환에 의해 자행된 학살 그 배후에 미국의 책임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대학4년 학생운동의 지도부로 활동하다 광주미문화원 점거농성투쟁을 벌였다. 그 때 잡혀 들어가 정치범으로 3년 선고를 받아 2년 가까이 교도소에서 살다가 6.10민주항쟁의 결과로 가석방 되어 사회로 복귀되었다.

▲ 사회운동가에서 정치운동가로

석방된 뒤 여러고민을 하다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에서 국민신문 기자활동을 했고, 당시 지역민주인사였던 명노근/문병란 선생님들과 함께 ‘빛고을신문’(주간신문)이라는 대중정치신문을 창간하여 운영도 해봤다. 실패도 해봤고 그 실패를 만화하기 위하여 생활전선에도 뛰어들었다. 우여곡절과 시련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결혼도 하고, 뜻있는 역할을 하고 싶을 무렵 유시민 선배님이 민주정부 탄생의 구심점 역할을 할 새로운 정당 ‘개혁당’을 제안했는데 함께 동행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정치권에 이른바 입문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에 몸을 담는다' 라기보다는 사회운동의 확장이라 생각하고 정치운동을 벌이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이미 정치권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치권에 합류를 하게 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되는데 총력을 다 했다. 노사모가 그랬던 것처럼 개혁당원이었던 나는 당시 민주당원들보다 열심히 했던 기억이다. 그 뒤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졌고 당시 광주남구지구당 사무국장을 맡아 열린우리당 과반의석 획득이라는 의미있는 총선결과를 만드는데 앞장섰다. 물론 그 결과는 국회에서 탄핵을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전적으로 만들어준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다 나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님과는 인연이 좀 많은 편이다. 내가 청와대에 근무할 때 비서실장을 하셨고, 2012년 대선에서는 광주시민캠프의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실패했지만 그 때 광주에서 움직였던 자발적 시민들의 힘을 무형화시키기가 아까워서 ‘시민의힘’이라는 시민정치 대중조직을 하나 만들었다. 그렇게 모아졌던 여러 힘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민주정부 3기인 문재인 정부를 만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어머니, 그리고 고향 청풍

어찌보면 어머니가 키워 준 열매만 똑똑 따먹고 자란 것은 아닐까? 결국은 어머니의 뼈와 살을 먹고 자랐던 것이다. 교도소를 2년 가까이 살면서 광주/대구/대전/김해 등 교도소 여러 곳에서 감옥생활을 했는데는데 어머님께서 자주 찾아 오셨다. 어머님의 그때 심정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그 표현 그대로였을 거다. 지금 그 어머니 연세가 96세다. 지금은 독립거동을 하실 수 없어 요양원에서 지내시는데 찾아뵐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아리다.

되돌아보면 내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늘 나를 든든하게 받쳐준 것은 어머니와 함께 했던 고향 청풍의 바람과 자연이라면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소탈하고 자연스럽게 지나온 삶들을 털어놓는 최향동 감사에게 내내 맡아졌던 향기는 ‘따뜻한 인간애’였다. 그는 결코 화려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를 관통하고 있는 철학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었고, 감사업무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태도가 엿보인다는 것이었다.


최향동 서부발전 상임감사위원 010-8714-2244
* 제목의 ‘꽃을 든 남자’는 최향동 감사의 블로그 대문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