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범 화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최근 들어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남다르다. 늘어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정신질환에 노출되어, 관리 및 예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런 국민적 수요에 맞춰 화순군에서도 본격적으로 정신건강 보건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19년 3월에 개소한 화순군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및 체계적인 회원관리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강승범 정신건강복지센터장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 센터를 찾는 인원은 많은 편인지
화순군 관내 안에서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분들 중에 회원으로 등록을 해서, 적극적으로 관리를 받고 있는 분들은 85명 정도 계신다. 본인들 동의서 다 쓰시고, 전화 연락이나 방문을 해서 치료 잘 받고 계신지, 증상의 변화는 없는지 체크한다.

-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나
중증 질환의 사례관리도 하고, 동시에 주간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자분들 중엔 밖에 나가서 활동을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은 밖으로도 잘 안 나오니 치료도 안 받게 된다. 그러다 결국은 재발이 된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그걸 끊어내려면 해가 떠 있는 동안 주간활동을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주 2회 운영하는데 우리 팀원 숫자도 늘어서 일주일 내내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 환자들의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센터에 등록된 회원분들 상대로는 본인이 동의를 하셨으니 방문도 할 수 있고 전화도 할 수 있다. 또한 가서 만나 뵙고 전문요원들이 면담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요즘 언론에 나오고 사건화되는 것처럼 등록이 안 된 환자분들이다. 화순 관내에 등록된 조현병 환자가 85분인데, 딱 그분들만 계시는 건 절대 아니다. 조현병은 평균적으로 전인구의 1%다. 이것은 미국도 1%고 한국도 그렇다. 화순 인구가 6만 4천 명이다. 대충 따져도 640명이다.

- 그렇게 많은 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이것도 조현병 환자만 640명이지 다른 정신질환들 따지면 훨씬 많아질 것이다. 관내에 사례관리자로 등록돼 있는 분들이 백여 분도 안되는 거다. 그럼 나머지 500명이 넘는 분들은 다 어디로 가신 건가. 둘 중 하나다. 아예 치료의 영역으로 안 왔거나 본인이 정보제공을 거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현병에 걸려서 병원에 와서 약도 먹고 상담도 받는다. 그런데 센터에서 도움을 주고 관리를 해드리기 위해 동의서를 써달라 하면 안 해주시는 거다. 내 병에 대해서 나라에서 상관하는 게 싫다 이거다. 이런 분들만 화순에서 500명이 넘는다고 봐야 한다.

- 그분들에 대한 관리 시스템은 없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없지만 차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일단 치료 영역으로 아예 못 오고 있는 환자들. 집에 방치돼 있거나 임시 거주 시설 등 집단 시설에 있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든, 정부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치료의 영역으로 끌어내야 한다.

문제는 본인이 관리를 거부하는 경우다. 현행법상으로는 방법이 없다. 스스로가 정보제공을 거부를 하면 관내에 정신질환자가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결국 법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민감한 얘기일 수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몇몇 정신질환들, 특히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에 비해 높은 편인지
치료가 안 된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 일정 부분 위험해 보일 수는 있지만,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데이터로 범죄율 통계를 내자면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언론에서는 대서특필을 하고 있지만 2019년 동안에 조현병 환자가 살인을 한 경우가 몇 건이나 될 것 같나. 내 생각엔 다섯 건도 안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2019년에 1월부터 지금까지 살인 건수가 몇 건이겠나. 그걸 1%라는 발병률과 연관 지어서 통계를 내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는 않다. 절대로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더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고 범죄를 많이 저지르고 한다는 그런 통계적 증거는 없다. 다만 조현병 환자가 약을 먹지 않은 상황에서 몇 가지 다른 문제랑 연결되었을 때, 예를 들어 약을 복용하지 않은 조현병 환자가 알콜 문제까지 있다든지, 이런 몇 가지 특수한 경우에서는 높을 수도 있다.

- 사실 언론에서 부풀려서 과장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정신과 병원이 현실적으로 도심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주민들이 용납을 절대 안 한다. 그러다 보니 도심에서 정신과병원은 더 멀어지고 있다. 이상적인 치료환경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이런 센터가 생긴 것도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 잘 적응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설립 목적인데,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는 정 반대다.

- 현대에 들어서 정신질환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는가 아니면 줄어드는지
거의 변동 없다. 왜냐면 아까 말한 조현병 1%도 의학적 통계가 개발된 30~40년간 거의 유사하다. 전 세계 유병률이 1%라는 것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잠깐 뭐 조금 변동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는 거의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 혹시 가족이나 주변인의 정신질환에 대한 의뢰도 가능하나
얼마든지 가능하다. 연락 주시고 의뢰를 해주시면 우리가 면담을 하러 간다. 면담 그 자체로 정신질환자 딱지를 붙이는 거는 아니니까. 일단은 충분히 만나봐야 할 합리적으로 의심이 가는 상황이어야 하고. 그 후 충분한 설명을 드린 후 상황 판단을 하여, 본인이 상담에 대한 동의만 해주신다면 그 뒤 치료까지 연계하여 우리가 도움을 드린다. 간혹 특수한 상황에는 경찰과 동행하기도 한다.

- 화순 주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너무 턱을 높게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다. 여기 이상한 사람들만 오는 것도 아니다. 아주 안 좋은 사람들만 오는 게 아니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도 오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의 품행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위해서도 올 수 있다. 여러 가지 마음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기관이다.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시고 국가에서 좋은 기관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고 있으니까 많이 이용을 하셨으면 좋겠다. 직원들도 항상 대기하고 계신다. 어떻게든지 도움을 드릴 수가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한번 들리셔서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

또한 가족분들 중에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주간재활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견학이 가능하다. 한번 직접 보시고 어떤 프로그램 하는지 ‘이 정도면 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면 찾아주시라. 단돈 10원도 안 받는다. 국고로 전액 무료다. 재료비 하나도 안 내고 다 국가에서 제공한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혜택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정신질환에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특별하게 공격적이고 이상한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보던 우리 옆집 사람인데 자식이 사고로 죽은 이후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 한다, 안 좋은 선택을 할까 걱정된다, 이런 의뢰도 들어온다. 그럴 때 우리가 간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간다. 그런 분들을 위해 우리가, 이곳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