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으로 문화예술의 혁명을 꿈꾸는 홍윤진 루터머지 대표

시대를 앞서간 정치 개혁가 정암 조광조 선생의 뜻과 삶을, 문화예술 공연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풍문이 능주골에서 떠들썩하게 들려온다. 이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월드뮤직그룹 루트머지 홍윤진 대표을 만나 ‘능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와 포부를 들었다.

▲ 능주를 제2의 양림동으로, 소쇄원으로!

광주광역시 양림동은 원래 그냥 구도심이었다. 서울의 문화기획자가 옛 도심이 잘 보존된 양림동에 매력을 느끼고는 광주에 내려와서 문화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작게, 조용하게 한 명이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점차 나라 지원금을 받아서 조금씩 꾸준히 5~6년을 해 나가다보니 지금처럼 커졌다. 처음엔 광주나 남구에서 관심을 안 갖고 있었던 곳인데 문화기획자가 활동함으로써 광주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게 되고 양림동이 활성화되다보니 다들 관심을 갖고 도와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점을 착안하여 능주를 양림동처럼 그렇게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화순향교가 이 사업을 하기에 좋아보였는데 화순군 문화예술과에서 능주역사관을 추천해 줬다. 그곳에 가보니 문화재도 많고 관광지도 많고 문화적인 내용들이 중점적으로 다 있었다. 그걸 보고 양림동처럼 능주도 조금씩 활성화시키다 보면 예술가들도 모일 거고 문화거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광주 북구 쪽은 문화재가 별로 없다. 그런데 북구에서 담양을 넘어가면 소쇄원이 있고 거점이 되니까 담양과 협업해서 문화재여행 같은 하나의 관광상품을 북구에서 만들었다.
화순은 아직까지 어떤 곳을 문화거점으로 하여 활발하게 활동하거나 펼쳐지고 있는 게 없다.
능주에서 이런 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보면, 사람들이 화순에 놀러 가면 능주에서 뭔가를 항상 하고 있더라. 인식하게 되고 알려지게 되면 하나의 문화거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역특색 살린 공연 콘텐츠로 인정(認定) 받다

평소 지역의 특색을 살린 공연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어 명소를 찾던 중 우연히 화순에 놀러갔다가 화순이 마음에 들어 관심을 두었다. 연고는 없지만 광주와 가깝고 풍광이 좋은데다 구석구석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아 좋았다. 화순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면서 이 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쪽으로 3년 정도 계속 냈었다. 이 같은 지역연구와 노력이 바탕이 돼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특화프로그램으로 선정됐고 올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선정 받았다. 그토록 원하던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무대공연을 작년부터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 조광조를 조명(照明)하는 ‘능주 새로운 시작’

‘능주 새로운 시작’은 매 회마다 주제가 다 다르다. 작년에 진행했던 ‘시간여행in화순’은 화순지역 고인돌 유적을 바탕으로 선사시대부터 항일운동가지 시대를 훑는 형식으로 꾸며졌다면 올해는 공연이 펼쳐지는 능주에 더욱 집중해 조광조라는 인물을 조명하여 콘텐츠화 한다.

조광조라는 인물을 가지고 조광조에 대한 공연작품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조광조에 대한 스토리 전개를 여러 예술가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월별 주제에 따라 창작곡을 만들어 들려준다. 극으로 말하면 5막을 5회 동안 1막씩 준비하여 퍼즐을 맞춰가듯 보여주다가 마지막 공연에서 한 편의 완성된 작품을 선보인다.

▲ 손주들이 즐겨 찾는 시골집

‘5월 이야기’는 ‘평생의 스승 김굉필’이라는 주제로 주광조와 그의 스승인 김굉필의 만남을 이야기극과 월드뮤직그룹 루트머지의 창작곡으로 선보였다. ‘6월 이야기’에서는 ‘성균관 스캔들! 엄친아 조광조’라는 주제로 재즈폴라로이드가 재즈 선율을 들려줬다.

5월과 6월 행사 때 주변 분들이 많이 오셨다. 광주에도 홍보를 많이 하기도 했고 광주와 능주간 거리가 가깝다 보니 광주 분들이 많이 오신다. 한 번 오셨던 분들이 좋다고 또 놀러 오시기도 한다. 주변 지역 어르신들이 좋아했던 것은, 그동안 손주들이 시골집은 심심하다고 오는 걸 싫어했는데 요새는 시골에 내려오면 뭔가 할 일이 있고 볼거리가 있으니까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되게 좋아하신다.

▲ 5개월 동안 선보인 공연 압축 무대로 마련

5월부터 10월까지 10회를 진행하는데 5월과 6월에 4회를 진행했다. 7월 혹서기라 쉬고 8월부터 10월까지 매주 마지막 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2회씩 진행할 예정이다.
8월에는 ‘조선의 최강의 콤비 탄생! 중종과 조광조의 만남’을 제목으로 이현희 여수시립단원의 무용단이 창작무를 선보인다. 9월에는 ‘조선의 최고 스피드 개혁가 조광조!’라는 주제에 맞춰 이승규 작곡가의 테마곡을 무대에 올리고 10월에는 ‘빛이 지다. 조광조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신명이 무대를 꾸민다. 각 단체는 5개월 동안 선보인 공연을 압축해서 선보이는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작은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져 바위를 뚫듯 꾸준히 해 나가면 좋아질 것 같다. 능주역사관 자체가 이미 예쁘게 조성이 돼 있다. 그걸 가지고 좀 더 많은 걸 활성화 시키면 좋을 것 같다. 그냥 그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다. 문화는 꾸준함이 중요한 것이지... 여느 축제처럼 반짝해서 몇 천 명이 왔다갔다. 몇 만 명이 다녀갔다더라가 아니라... 그곳에 가면 뭔가가 있다.
이것이 문화예술콘텐츠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열쇠이다.
광주에서 은근히 많이 오신다. 왜냐면 동네에서 놀다가 한 바퀴 돌고 주말이라 가까운 곳으로 산책 나가듯이 가볍게 돗자리 하나나 텐트 하나를 간단히 들고 와 깔아놓고 먹고 놀고 공연 보고 가시더라. 문화코드와 관광은 연계될 수밖에 없다. 항상 뭔가가 활성화 돼 있어야 내국인이든 외국이든 관광객의 발길을 이곳으로 돌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