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육으로 어르신들에게 희망을 드리겠다는 양택승 前 문해교사협회회장

전국적으로 성인 대상 문해교육文解敎育 바람이 몇 년 전부터 일었다. 화순에서도 문해교육이 매해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화순군 문해교육 첫 시행부터 7년째 문해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양택승 화순군 전 문해교사협회장을 인터뷰 석에 초대했다. 문해학습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문해교육에 대한 열정이 그의 큰 눈에 가득히 차 있다.

▲ 40여년의 교직생활 이어 문해(文解)교사로

41여 년간 교직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교장을 마지막 임기로 2011년 8월말에 퇴직했는데 퇴직 후 별로 할 일이 없었다. 현재 함께 문해교사를 하고 있는 집사람 구판순 님의 권유로 문해교사 양성과정을 참여하여 교육을 받게 됐다.

2012년도 화순군에서 문해교육사 양성과정이 개설됐는데 40여 명이 함께 공부했다. 문해교육교사는 초·중등 교사 자격이 아닌 문해교육사 과정을 이수한 후 주어지는 문해교사 자격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수료 후 봉사 차원에서 문해교육을 시작했다.

문해교사가 된 후, 첫 수업을 화순이양중앙교회에서 했다. 2013년에 2개 반이 개설됐는데 그 중 한 반을 맡아 1년 동안 가르쳤다. 이후 동복면 한천마을에서 1년, 연곡마을에서 1년을 가르쳤고 북면 도천마을에서 3년을 가르쳤다. 올해부터는 동면 구수리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 까막눈이 떠진 학생의 희열, 교사에겐 힐링healing

문해교육 학습자는 주로 마을의 70~80대 노인들이다. 처음에는 고민이 컸다. 이렇게 나이 드신 분들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이분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될까?

그런데 가난해서 또는 여자라서 못 배웠던 한이 커서인지 학습자들이 너무 열심히 참여하고 재미있게 공부를 하니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학습자들은 난생 처음 본인의 이름을 쓰게 되고 거리의 간판에 새겨진 글자들을 읽게 되고 버스 행선지 등을 보고 읽게 됐을 때 엄청난 희열을 맛보게 된다. 까막눈을 뜨게 해 준 선생님에게 감사해 하며 그 기쁨을 전해 줄 때 정말 힐링healing이 됐고 기쁨과 보람도 컸다.

▲ 노익장(老益壯) 선생님

화순군은 문해교사를 매년 다시 뽑는다. 올해도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이, 연세도 있으신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내 나이 70세밖에 안 된다. 건강하고 이상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면접관이 재차 묻기를, 젊은 사람들과 차이가 있을 텐데... 나이가 더 많은 점에서 젊은 교사들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겠냐고 했다. 그래서 문해교육을 받는 학습자들과 10여년 차이밖에 안 난다. 나는 그 분들과 동시대를 살아왔다. 그때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 이야기를 하면서 학습자와 교사가 훨씬 가까워진다. 공감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 수업에 유리하다고 했다.

▲ 학습자에게 질 좋은 수업을...

화순군문해교사협회 회장이 된 것은 첫 회 문해교육사 양성과정을 마칠 당시 40여 명의 문해교사들 중 나이가 많다 보니 추천돼 하게 됐다. 친목 단체 정도의 성격이라 크게 할 일은 없었고 다른 교사들을 도와주는 일 정도였다.

초창기 때라 문해교실 학생들이 쓰고 그린 작품을 전시하는 시화전을 문해교사들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마련하여 여러 번 진행했다. 의미가 있는 좋은 전시회라고 평가되어 현재는 군에서 진행하고 있다.

문해교사협회에서 하는 여러 활동들이 있는데 수업을 연구하는 연구부가 활성화돼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제공된 교재가 지역 학습자들의 수준에 맞지 않은 점이 있어 학습자들 수준에 맞는 교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동료교사들의 교수법 등을 서로 배우고 독려하여 학습자들에게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공개수업도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 실생활에 적용되는 문해교육

어린 학생들과 노인 학생들의 학습능력에는 차이가 크다. 어린 학생들은 이해는 더디나 암기력이 매우 좋다. 반면 어르신들은 이해도는 높으나 암기력이 매우 낮아 반복하고 또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같은 내용을 하고 또 하고 하는데도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다.

한글만 읽고 쓰도록 가르치는 것이 문해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간단한 셈법도 가르치고 미술수업도 하고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기도 한다. 노년 건강에 대한 정보도 알려 주고 뉴스를 보고 이해가 안 되거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수업시간에 물어보라고 해서 시사(時事)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 드린다. 또한 일상과 연관된 절기(節氣)나 국경일 등에 대한 개념과 의미 등을 쉽게 설명해 드린다. 농협에 가서 돈을 찾을 때 필요한 인출용지 쓰는 법, 편지봉투에 주소 쓰는 법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 학습자의 교육복지에 최선을 다하는 화순군

화순군에서 문해교육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교사들이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과 컴퓨터, 복사기 등 비품을 마련해 주었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책상, 푹신한 등받이 의자, 가방 등을 구입해서 학습자들에게 모두 제공해 줬다. 작년부터는 관내 학습자이 모여 실력을 겨루도록 하는 문해교육 골든벨과 시화전을 겸하는 축제를 마련해 주어 학습자들이 너무 좋아한다.

▲ “진짜 눈을 뜨고 싶다!”

수업에 나오셔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도 듣고 학습자 상호 간에 소통도 하게 되면 치매예방도 되고 정신건강에 좋은데 4~5년 다니면서 한글을 대충 알게 되면 공부를 중단하는 학습자들이 계셔서 아쉽다.

옛날엔 한글을 깨치지 못하면 문맹이었으나 지금 중등 이하 학력이면 문해교육 대상이다. 컴퓨터를 할 줄 모르거나 영어 몰라도 문맹에 해당된다. 글로벌 사회가 되면서 영어를 모르면 영어로 표기한 간판을 읽을 수 없으니 어떤 학습자는 “진짜 눈을 뜨고 싶다!”라는 바람을 담아 시를 쓰셨다. 급격히 발전하고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온전한 사회구성원이고 싶은 간절함이 드러나 있다.

▲ 학습자들에게 희망을...

굴곡진 역사적 환경을 지나오며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했던 한을 풀고자 용기를 낸 학습자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 섬김의 자세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힘닿은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공개수업을 하고 있는 양택승 前 문해교사협회회장

학습자들의 시화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