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은 마하」, 프란시스코 고야, 1798~1805, 캔머스 유채

미술사상 최초의 누드화는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이다. 고야가 남긴 많은 작품 중 유일한 누드화이기도 하다.

고야가 죽을 때까지 모델에 대해 함구했을 정도로 사랑했던 여인은, 13대 알바 공작부인이 유력하다. 서른네 살에 미망인이 된 알바 공작부인에게 고야는 열광적으로 빠져들었다. 내부에 숨어 있던 감정이 깨어나자마자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가슴 속에 품는다.

그렇지만 명문 귀족의 여인과 비천한 화가와의 사랑은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곧 끝을 맺는다. 이 사랑은 고야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고야는 알바 공작부인이 죽은 후 「옷을 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를 제작한다.

그림이 주는 외설스러움을 용납할 수 없었던 스페인에서는 그림을 가지고 종교재판까지 일어났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모독할 수 없었던 고야는 죽을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로 인해 요염한 모델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