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가 제일 큰일이라는 김명옥 화순도암중 교장

화순도암중(이하 도암중)으로 가는 길가 이곳저곳에 개나리꽃이 만발해 있어 저절로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동요를 흥얼흥얼거렸다.

병아리들처럼 떼 지어 다니며 도란소란거릴 아이들 상상하며 교정에 들어섰는데 사위가 조용하다. 마침 전교생 모두가 수련회를 갔단다.

교장실에 들어서자 도회적 세련미가 느껴지는 김명옥 교장 선생님(이하 김 교장)이 내 손을 마주 잡으며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같은 학교에서 재직하고 있는 교사 한 분이 김 교장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주었다. ‘교사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말없이 응원하며 용기를 주고 배려해 주는 참 멋진 교장 선생님이라고.’

▲ 도암중학교 그리고 김명옥 교장

김 교장이 화순도암중과 인연이 시작된 것은 작년 구 월 첫 날이다. 부임해서 보니 전교생이 18명이었다. 도암중으로 부임 직전, 전교생이 오백여 명이 되는 여수 구봉중학교에서 교장으로 3년 동안 재직했었다. 이곳에 와보니 교감이 없었다. 처음에는 ‘도로 교감을 하게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 교무부장과 현 교무부장이 솔선수범 어찌나 잘하는지 걱정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김 교장은 2005년부터 교육 전문직 생활을 해 왔다. 영어 전공한 이력을 잘 발휘하여 연수원에서 4년간 영어합숙프로그램을 이끌었다. 곧바로 이어 도교육청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하여 일에 매진했다. 이러한 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늘 가족에게 미안했다고 한다. 이곳에 부임한 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내게 선물입니다.”라며 행복에 겨운 학교생활을 인터뷰 내내 쏟아내었다.

▲ 도암중 아이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천사입니다. 얼마나 심성이 착한지 몰라요. 욕설이 없는 학교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는 김 교장의 모습에서 아이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내게도 전달되어 왔다.

도암중의 전교생은 16명이다. 이중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9명이다. 단 한 명도 기죽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인성이든 학습능력이든 뒤처진 학생이 없다. 선생님들은 3학년 평균율을 어떻게 낮춰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김 교장에게 상담을 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농어촌 지역의 심각한 교육적 문제 중 하나가 다문화가정의 아동들이 학교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 소외되거나 이탈하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인데 도암중은 이런 농어촌 학교교육 문제를 잘 극복하고 성공한 좋은 사례인 듯하다.

김 교장은 “우리학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직접 대면하여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교사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많이 받는다. 담임이든 비담임이든 교사들 모두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정사를 대부분 알고 있다. 그래서 한 아이 한 아이에게 뭐든지 꼭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여 지원해 주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의 양육을 책임지는 부모의 역할까지 한다.”고 했다.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인재로 키우기 위해 도암중 모든 교사와 교직원들은 하나가 되어 사랑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안아주고 있기에 아이들은 그늘 없이 학교생활을 잘해 나가고 있다.

도암중의 학생들은 학습능력면에서 아주 뛰어난 천재는 없지만 전교생 모두가 공부하는데 흥미를 가지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

교과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업시간 외에도 과목별 선생님을 찾아가서 물어보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단기간에 성적을 상위 몇 퍼센트까지 올릴 수는 없지만 이러한 공부습관이 3년 동안 몸에 배면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평생 해나가게 되어 한 명이 백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로 커 나가지 않겠는가.

▲ 도암중 선생님들

‘교사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김 교장의 소신이 도암중에서는 잘 펼쳐지고 있었다.

김 교장은 “우리 학교 교사들에게서 반목질시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교사 개개인에게 맡겨진 일만 잘해도 고마운 일인데 늘 곁에 있는 동료 교사들의 입장이나 상황을 살피고 나서 배려하고 협력하여 일을 한다.

교사들 간의 화합뿐 아니라 행정실장 이하 행정직원들까지도 하나가 되어 학교 교육의 질이 좋아지도록 협력하고 있다. 김 교장은 “특히 교사들은 예산관련한 부분에서 약한데 행정실장이 미리 여기저기 알아보고 좋은 정보와 자료를 정리해 교사들에게 전해 주니 교사들이 다른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오롯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케어 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학교 구성원이 모두 각각의 자리에서 이렇게 잘해주고 있으니 본인이 무슨 할 일이 있겠느냐며 “나는 매사 OK~ OK! 하는 것이 제일 큰일이다. 좋은 교장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 교사들의 전문성을 최고로 생각하고 존중한다. 필요한 것들만 지원해 주고 있는데 교사들이 신이 나서 일하고 좋은 프로그램과 체험들을 개발해 낸다.”면서 교사와 교직원에 대한 칭찬을 한없이 쏟아낸다.

▲ 도암중 학부모와 지역민들

김 교장은 아이들의 착한 심성의 밑바탕에는 학부모들의 역할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민들도 학생들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긴다고 한다. 작년 졸업식 때 도암면 면장을 비롯해 번영회, 농협조합장, 이장단장, 의용소방대, 노인회장님 등 지역민들이 내놓은 장학금을 졸업생 전원이 받을 수 있었는데 많게는 50만원 적게는 30만원씩을 받았다.

▲ 도암중학교만의 특성

“공부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학교 때는 아이가 좋아하면서 길게 할 수 있는 것을 탐색하는 시기이다.”라고 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의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꿈을 꿀 수 있도록 학습부터 체험활동까지 학사일정과 교육 커리큘럼을 계획하여 추진하고 있다고 김 교장은 전했다.

도암중은 매일 1일 1영어문장 외우기를 통해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있다. 또한 아침 책 읽기를 정착시켜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과 교사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은 차茶사랑 토크 시간을 갖는다. 담임과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방과 후에는 꿈나래 공부방을 운영하는데 대형 학교에서는 엄두도 못 낼 골프를 전교생이 배우고 있으며 바이올린, 플루트, 기타, 사물놀이 중 2악기를 배우고 있다.

화, 목은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중국어 등 교과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교육을 못 받으니까 이러한 교과학습 시간도 꼭 필요하다. 방학 때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학생들 전원이 나와서 열심히 하고 있는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뷰를 아쉽게 마무리 하면서 김 교장은 “학교의 존재 이유는 학생들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모든 교사와 교직원이 진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극히 당연한 이 한마디가 김명옥 교장 선생님의 교육자로서의 그릇이 얼마나 크고 단단한가를 느끼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