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문서 한 페이지 가슴에 품은 듯
조심스럽게 너릿재 터널을 빠져나오면
거기 내 사랑 순順, 해맑은 언어들 토해낸다.
산허리를 어루만지듯 화순의 알프스에 이르면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따스한 숨결
몸속으로 스며들고 향긋한 내음새 그윽하다.
무등無等 아득한 영평리 초입
애절한 적벽가 한 소절 귓가를 맴돈다, 회오리치는
모퉁이를 돌아 적벽가는 길, 황금빛 서성인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꽃잎인 듯 사뿐히 밟으면
아름다운 능선을 따라 저 멀리 아득한 곳
붉은 바위와 청잣빛 물결 속삭이듯 노래한다.
장단을 맞추는 노루목 적벽 눈부시게 환하다.
망향정에 앉아 세월의 흔적 되새김질하면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와 내력을 토해낸다.
청잣빛 물결처럼 천천히 적벽에 스며든다.
물속에 잠든 오래된 영혼들, 위로하듯
저 멀리 봉황 한 마리 힘차게 날아오른다.

임미리 프로필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수필집『천배의 바람을 품다』등
․ 문학박사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