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미소 지으며 화순군민들께 인사 드리는 최형열 부군수

2019년 새해 이튿날, 화순으로 부임 후 바로 가족과 함께 거처를 화순으로 옮겨 이제는 어엿한 화순군민이라고 자부하는 최형열 부군수(이하 최 부군수)를 삼고초려(?) 끝에 만나게 됐다.

인터뷰 직전, 첫 번째 인터뷰가 연기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며 지방에 근무하는 특히 군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남들은 안 하고 사는 걱정을 다하고 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날도 면 단위 마을에 긴급 상황이 발생, 직접 현장으로 뛰어가 곤경에 빠진 군민들과 함께하느라 연기된 것이었다.

공무원들은 걱정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바람 불고 눈이 와도 걱정, 공무원들은 맡은 직위에 따라서 걱정거리들을 가지고 있다. 벌써부터 농업분야 직원들은 겨울인데도 눈이 많이 오지 않아 올 한해 농사가 가뭄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염려가 크다. 무사히 한 해가 넘어가면 다행이고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각 업무의 실무와 책임을 맡은 직원들은 그 분야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되지만 군수나 부군수는 전체를 다 아울러 신경 쓰고 책임져야 하니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으리라.

▲ 화순 첫 느낌 그리고 지금
화순은 사실 친근한 곳이다. 예전에 도청이 광주에 있을 때 집도 광주에 있고 해서 주말엔 인근지역을 많이 돌아다녔다. 화순은 그때 자주 찾던 곳이라 낯설지가 않다. 또한 화순으로 오기를 바랐기에 더욱 그렇다.

도(道)에서 바라봤던 화순에 대한 시각은 경관이나 관광보다는 바이오 메디컬클러스터 생물산단에 집중됐다. 꽤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인 만큼 화순의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산업이다. 얼마나 좋은 아이템으로 알차게 꾸려 나가 성공시키느냐에 따라 화순의 위상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 화순의 미래 산업 백신산업
화순에 부임 후 깜짝 놀랐다. 백신산업특구의 주력인 생물의약산단이 일반 산단하고는 달리 공해가 전혀 없는 산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 부임 후 일자리 담당부서와 생물산단 바이오 매디컬클러스터 담당부서에서 찾아와 산단용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물산단이 거의 차버렸고 공지도 이미 예약되어 빨리 산단을 확정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앞으로 우리 화순이 미래에 먹고 살 길이 이 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신산업은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 전통과 어우러진 관광산업
또 하나 느낀 게 있다면 화순지역은 산지가 74%를 차지 한다는 것과 전통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능주, 동복, 화순읍 등 전통적 가치가 있는 현이 3개나 있고 곳곳에 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먹을거리도 풍부하고 자연자원도 많다. 이것을 잘 엮어내어 홍보를 잘 해내면 우리 지역에 훨씬 많은 관광객이 몰려 올 수 있겠다.

화순군도 지금까지 잘해 왔다.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여 외부인들의 인식에 ‘화순에 가면 볼거리, 놀 거리, 먹을거리가 많다’고 기억되고 다시 찾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요즘은 입으로만 홍보해서는 안 되는 시대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드러내놓고 외부에 홍보해야 한다. 예산도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분명 더 큰 성과가 드러날 것이다.

▲ 인생에서의 가장 큰 난관
예전, 광주에 도청이 있었을 때 일이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행정적으로 분리됐었다. 전남도민들이 합심하여 광주를 키워 놨고 모든 일의 중심이 광주로 되어 있다가 시도가 분리되자 전남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이에 시도통합 작업 전담팀을 구성해 3년 동안 1주에 두세 번만 귀가하면서 죽어라고 일했다. 당시 직원들은 저녁밥 먹은 후 바로 펜을 들고 인쇄소에 갔다. 거기서 홍보안을 기획한 후 인쇄소에 넘겼고 도안이 완성되면 밤새 찍어 다음날 새벽 서너 시에 홍보물 들고 직접 아파트 단지까지 쫓아다니면서 우편함에 꽂아 넣었다. 광주시민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전단지를 건네면 바로 구둣발로 짓밟았다. 그 뒤로 길거리에서 홍보전단지 나눠주는 아주머니들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나 전단지를 일부러 받아 챙기고 있다. 그렇게 고군분투했지만 일은 성사되지 못했고 포기하게 됐을 때 직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 공직자로서 가장 큰 보람
이후 전남도민이 낸 세금으로 봉급 받는 도청 소속 공무원들이 광주에서 생활하면서 그 돈을 광주에 쓰면 안 된다고 판단, 도청을 전남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때 시도통합 전담팀 직원들이 다시 뭉쳐 새 조직원으로 꾸려졌다. 당시 도청 이전에 대한 반대가 어마어마하게 심했다. 이전 조례안이 통과되기까지 온갖 난관에 부딪쳐야 했다. 반대하는 의원들이 삭발하고 드러누웠는데 공무원들은 손 댈 수가 없었다. 찬성하는 의원들이 문을 잠근 채 조례안을 통과시켜야 했다.

조례안이 통과되자 전담팀도 해체됐다. 도청을 옮긴 것이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떠나 힘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이후 나머지 사업은 도청에 본부가 만들어졌고 추진됐다.

관련된 사업을 가지고 어쩔 수 없이 하나는 난관에 부딪쳐 실패했지만 그것이 동력이 되어 또 다른 중요한 일을 성공시키게 되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어떤 일을 반드시 추진하거나 성과를 내기 위한 TF팀이었다. 당시 TF팀이 꾸려졌을 때 그 조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전권을 다 줬다. 인력구성이며 예산까지 원하는 만큼 지원하면서 전적으로 밀어줬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

▲ 학창시절 좌우명이 평생 좌우명을 갖지 않게 했다
인생의 좌우명은 딱히 없이 살아왔다. 해남의 북평고를 다니던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좌우명(座右銘)을 써 내라고 해서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이라고 써 냈다가 ‘날로 먹으려고 하는 놈’이라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나를 매우 예뻐해 주셨는데도 그렇게 혼쭐을 내신 것은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혹여 나태할까 봐 우려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금은 이해한다.

▲ 땅끝 소년을 최초로 울린 심훈의 <상록수>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이라... 책이란, 거의 절반은 자기의 생각을 밖으로 내놓기 위해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에 와서 읽은 책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 고전을 읽기보다는 자기계발서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써 트렌드[trend] 가치가 있는 책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적, 책을 읽으면서 최초로 눈물을 흘렸던 책이 심훈의 <상록수>였다. 연애소설이자 농촌계몽소설이었는데 감성이 풍부해서였던지 몇 번이나 울었다. 아마도 당시 땅끝 해남의 농촌과 교육환경이 상록수의 시대적·공간적 배경과 비슷해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아마 지금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울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의 생활방식과 환경이 너무 달라졌기에 정서적인 공감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인기 없는 그러나 여복 많은 남자
집에 가면 남자는 나 혼자다. 아버님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의 슬하에서 자랐다. 지금은 두 딸의 아버지이다. 집에 가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늘 버선발로 나를 반긴다.
그렇지만 아내와 두 딸에게 인기는 없다. 도청에서 오래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광주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배려하느라 이사는 못하고 월요일 새벽에 무안으로 출근하면 금요일 늦게야 광주 집으로 들어가는 생활을 13년간이나 했다.
(삼 대가 복을 쌓아야 누릴 수 있다는 주말부부로 사셨다니 사모님께서 선업을 많이 쌓았나보다고 했더니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지금은 아내와 신혼부부처럼 산다. 큰 딸은 출가했고 작은 딸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화순으로 부임하자 바로 화순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아무리 좋게 사는 가정이라도 우여곡절 없었겠는가. 남남끼리 만나 긴 세월동안 사는데 다툼이 없었겠는가. 나는 한 번 틀어지면 말을 안 하는데 집사람이 꼭 먼저 풀어준다.

▲ 열정(熱情)을 갖고 일하라
‘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면 뭔가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을 나는 ‘열정(熱情)’이라고 한다. 지금 함께하는 직원들 모두 멋없고 게으른 사람은 없다. 대부분 다 좋은 학교 나오고 머리도 좋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가 없는가이다. 열정이 있으면 자기 일과 관련된 일과 현장에 발 닳도록 쫓아다닐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성과를 낼 수 있어 그 사람은 발전한다. 그 개인이 발전함과 동시에 조직의 일들이 풀리고 발전한다.

▲ 열정이 살아있는 공직풍토 아주 조용히 조성(助成)
안정된 지역정치가 큰일들을 성공하게 한다. 큰 틀에서 군수님이 5년째 군정을 이끌고 있지 않는가. 군수님께서 큰 그림을 그려가고 계신다. 나는 조용하게 아주 조용히! 뒷받침하면서 열정이 살아있는 공직풍토를 만들어 가고 싶다. 아주 소박한 소망이다.

요즘은 전자문서로 보고가 이뤄지고 결재를 한다며 컴퓨터를 살펴보고 있는 최형열 부군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최형열 부군수의 모습

프로필
□ 기본사항
○ 성 명 : 최형열(崔亨烈)
○ 생년월일 : 1961. 11. 10. (58세)
○ 직 위(급) : 화순군 부군수(지방서기관)
○ 발 령 일 : 2018. 1. 2.
○ 출 신 지 : 전남 해남군
○ 가족사항 : 2녀 ※ 연락처 : 010-9203-6403
(婦人) 김금란
□ 학 력
○ 1980. 1. 10. : 해남북평종합고등학교 졸업
○ 1981. 10. 12. : 전남대학교 영문학과 중퇴
○ 1991. 3. 2.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주요경력
○ 1985. 12. 5. : 전남 나주시 신규채용
○ 2008. 1. 25. : 담양군 문화관광과장
○ 2009. 7. 30. : 담양군 금성면장
○ 2011. 1. 26. : 전라남도 행정과 재산관리담당
○ 2012. 8. 31. : 전라남도 인력관리과 고시훈련담당
○ 2013. 8. 1. : 전라남도 행정과 행정담당
○ 2015. 7. 27. : 전라남도 청렴지원관 직무대리
○ 2016. 1. 12. : 전라남도 총무과장 직무대리
○ 2017. 1. 16. : 지방서기관 승진
○ 2017. 2. 13. : 교육훈련파견(지방자치인재개발원 고급리더 과정)
○ 2018. 1. 15. : 일자리정책실 일자리정책지원관
○ 2018. 7. 13. : 전라남도 대변인
○ 2019. 1. 2. : 화순군 부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