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송팔영(宋八英)입니다."

“명인名人은 만들어 질 수 있으나 달인達人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명인은 기존제도에 충실하면서 자신을 적당히 숨기면 될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달인은 진정자신이 작품이 되고 작품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닌 진정한 자유인이다.”

선생의 지인인 박종석(朴鍾錫) 한국화가가 전하는, 송팔영 선생의 지론持論이자 예술관이다.

잠정햇살마을에 위치한 선생의 작업실을 찾아가던 날은, 왠지 냉랭한 공기 탓인지 쓸쓸함이 체감되었다.

차 안에서는 ‘피아졸라(Astor Pantaleon Piazzolla)’의 ‘브에노스아이레스 4季’중 ‘항구의 겨울’이 흐르고, 차창 밖 하늘엔 ‘항공모함’ 같은 길고 거대한 먹구름 아래로 조금 엷은 빛깔의 같은 형태의 자그마한 구름이 바지선 barge船처럼 드리우며 1월의 나른한 오후햇살을 가르고 있었다.

대문 없는 집 입구부터 집을 빙빙 둘러 곳곳에 선생의 작품들이 놓여 있어 누가 보아도 이곳은 도예가의 처소라는 걸 금방 알 것 같다.
가마가 있는 건물 옆마당에는 호피虎皮무늬 털을 가진 아빠 진도개와 영국犬 콜리(collie)를 닮은 엄마 진돗개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면서, 정말 귀엽게 밥을 달라고 앵앵거리며 조른다.
난 집 분위기와 강아지들에 홀려 사진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선생은 그 틈을 이용하여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주신다.

“참 좋으시겠어요 이런데 사시면서 좋아하는 작업을 하시니,,,,,”
“네, 좋아요!”

갑자기, 원래 인터뷰 하러 가면 수다쟁이科에 속하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려워졌다.

선생은 지금 4월 개장 예정인 ‘여수 안심산 유심천 공룡루지테마파크’에 설치할 ‘거북이’ 작품 200마리를 제작 중에 있다고 한다.

■도예가陶藝家 송팔영 선생

미술대학에 다니다가 도예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선생은 ‘도예가가 되기 전에 도공陶工이 되자’는 결심을 했다고.

1977년 일본 사스마(薩摩窯) 도기의 14대 심수관(沈壽官, 일본 사쓰마도기薩摩燒를 연 도공 심당길과 15대까지 이어진 후손 모두를 총칭하는 말)이 선생의 작업하는 모습을 눈 여겨 보고“뛰어난 그릇이다. 美적 감각이 돋보이는 것을 보니 기본적인 미술공부가 되어있다.”라면서 선생에게 ‘전통도예’보다는 ‘현대도예’가 더 어울린다면서 ‘현대도예’를 할 것을 권유하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 후 선생은 무안 몽탄에 있는 몽강마을에 가서 허드렛일도 마다않고 그 곳의 장인(匠人)들부터 물레 치는 기술과 도예의 도(道)를 연마한다. 그곳의 장인들은 선생에게 경기도 여주나 이천에 가서 태깔 좋은 흙으로 청자나 백자를 빚는 공부를 하지, 한물간 옹기가마에 와서 고생하느냐고 격려 반 걱정 반의 핀잔을 주기도 했다.

■찬사讚辭 받는 선생의 작품들

선생이 빚은 작품들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우연히 단국대학교 부속 ‘석주선민속박물관’의 석주선(石宙善)박사에게 선생이 빚은 다기가 선물되었다. 선물된 선생의 작품을 본 석주선 박사는 ‘전통도예의 참맛을 아는 분이 빚은 것임에 분명하다. 다기를 그냥 쓰기엔 너무 아깝다’면서 박물관에 영구소장품으로 기증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는 지인의 친구에게 선물해준 다기가 미국 인디언 추장에게 다시 선물 되었고, 그의 다기에 반한 추장은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부족部族의 생활사 박물관에 그 다기를 영구 소장해 놓은 것이다.

■빛을 발하는 선생의 작품들

“명인名人은 만들어 질 수 있으나 달인達人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지론을 가진 선생은 “어렸을 때부터 예술가의 삶을 동경하며 흙에 나를 던지고 싶었다. 강한 자아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작업에 임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특성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한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달란트(talent)를 가지고 있기에 앞으로의 작업도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예의 열정이 언제나 가슴에 이글거리고 있는 선생에게 그간의 지난한 세월 속에 쏟아낸 눈물과 땀에 대한 보답으로 영광스런 선물들이 안겨진다.

1988년 ‘제3회 대한민국공예대전’에 출품한 선생의 작품 ‘형(形_-88-9’이 ‘우수상’을 거머진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별다른 이견없이 우수상으로 선정된 그의 작품에 심사를 맏은 권순형⋅원대정 교수는 “송팔영 작품은 개성과 조형성이 모두 뛰어나고 전통도예의 물레작업을 현대적으로 수용했다는 측면에서 값진 가치가 인정되어...” 하고 심사평을 했다.

그 해 가을, 서울 경인미술관과 광주 인제미술관에서, 10여년 선생의 대표작들이 망라된 송팔영 도예전이 열렸고, 그 전시에서 선생의 작품들은 “남도민요나 육자배기 가락 같은 감칠맛과 서정이 배어 있다. 전통도예로 치면 서울 중심의 관요(官窯)작품에서 울려나는 품격 위주의 도식화된 미학에서 향요(鄕窯)작품의 자유분방(自由奔放)한 파격의 미학을 보는 것 같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 ‘하현(下弦)달’과 ‘새벽 물 길러 나온 아낙’만이 볼 수 있다는....선생의 도예혼(陶藝魂)

몽강마을 몽평요(夢平窯) 시절, 옹배기나 뚝배기부터 키 높이 항아리를 완성하기 까지, 어느 그릇의 크기로 가늠할 수 없는, 옹기토(甕器土)를 물레로 치면서, 얼음물과 유약작업 등으로 거칠어진 그의 손과, 눈물과 땀이 엉킨 선생의 도예혼(陶藝魂)을, 선생을 잘 아는 전청배씨는 이렇게 묘사했다.

“날밤을 지새워 자신의 키보다 높은 옹기를 빚어놓고 성취감 뒤에 오는 노곤에 빠져 있을,,, 희열의 순간을 본 주인공은 저물어 가는 섣달의 하현(下弦)달과 새벽 '정화수(井華水)'를 길러 나온 옹기 막의 아낙이었다.”

■Who are you?- 저는 송팔영(宋八英)입니다

‘스스로 작업의 질서를 만들어가며 흙을 관리하고, 흙속에서 밥을 찾는 사람’
‘흙’을 대하며 ‘비전’을 보는 선생은 지금 잠정마을 비봉산방 작업실에서, ‘여수 안심산 유심천 공룡루지테마파크’에 설치 될 ‘거북이’ 작품 200마리를 탄생시키기 위해, 그의 도예혼을 불사르고 있다.

말을 아끼는 선생의 ‘침묵’, 몇 마디 나눈 대화의 행간에서, 선생에게서는 물씬 우러나오는 ‘예술가’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Who are you?- 저는 송팔영(宋八英)입니다’

고향인 고흥 팔영산(八影山)의 山名을 따서 선생의 부친이 명명(命名)하셨다는 도예가 송팔영 선생.-이름에 산명을 그대로 사용하면 안 좋다하여, 한자로 영(影)을 영(英)으로 지었다고 설명 하신다.

‘스스로 작업의 질서를 만들어가며 흙을 관리하고, 흙속에서 밥을 찾는 사람’ 선생에게,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자는 경의를 표한다.

4월, ‘여수 안심산 유심천 공룡루지테마파크’에서 만나게 될 ‘거북이’들을 기대하면서...



송팔영 선생: 010.4610.8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