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와 도둑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할 故 피천득(皮千得, 1910 ~ 2007) 선생의 ‘꽃씨와 도둑’이란 詩를 나는 참으로 좋아한다.

이 시를 떠 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형사법(刑事法)에 의거한 건지는 모르지만‘꽃 도둑과 책(冊)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도 생각난다.

난 대학시절 동대문에 즐비하게 늘어 서 있는 ‘헌책방’에 가서 ‘헌책’의 특유한 종이내음을 맡으며 책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공부는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헌책’에서 풍기는 오래된 종이내음은 야생화 향기처럼 내게는 향긋하기 까지 했으니,,,

그래서 ‘서점’은, 특히 ‘헌책방’은 동네에서 사탕 파는 점방(店房)처럼 지금도 친근하다.

‘서점’ 하면 또 다르게 故 박인환(朴寅煥, 1926~1956) 시인이 생계를 위해 경영했던 ‘마리서사(茉莉書肆)’가 떠오른다.

내가 태어나기 전이라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보면서 아련하게 그리워지곤 한다.

■화순삼복(三福)서점

그래서 오늘은 인터넷 서점을 통한 도서 구입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지역민들을 위해 현재 위치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유익하고 다양한 도서를 구비하여 문화 유통의 한 분야를 책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정보 제공처 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화순삼복서점을 찾아본다.

길모퉁이에서 추운 겨울바람을 만난 날 찾은 삼복서점은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양 옆이 휑한 층계를 오르면서 베고니아 화분이 놓여있으면 더 운치 있을 거라는 아쉬운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두산동아’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우연히 화순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화순의 山들이 저를 불렀는지 화순이 고향은 아니어도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언뜻 보니 얼굴형상까지 박인환 시인과 실루엣이 흡사한 화순삼복(三福)서점 주철우 대표이다.

삼복서점은 2003년 화순군 화순읍 만연리 현재의 위치에 개점하여 16년째 화순군민들의 마음을 여과시키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전문⋅일반 서적, 소설, 참고서 등 전 분야에 걸친 각종 도서 2만 5000여 점을 구비, 지역 주민에게 보급하고 있는 삼복서점은 참고서가 60%, 일반서적⋅ 단행본 15%, 유아⋅아동 20%, 기타서적이 5% 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 대표는 전에는 日평균 100여 명의 매출고객이 다녀갔는데 요즘은 좀 줄었다면서 아무래도 신학기가 되면 고객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책과 함께하는 인생에 만족 합니다.” 주철우 대표

주철우 대표(이하 주 대표)는 현재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문화적 측면에서 인식도 타 업종에 비해 수준 높은 편이고, 거대한 경제적 富를 취하지는 않더라도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습니다. 아이들도 잘 성장하고 가정도 화목하고 이 이상 더 바랄게 뭐가 있겠습니까? 만나는 고객들도 모두 좋은 분위기속에서 만나기 때문에 종교가 없어도 삶이 풍요롭고 즐겁습니다.” 오직 ‘책’과 함께 걸어 외길 인생이 전혀 후회 없다는 그의 진심이 주 대표의 맑은 눈빛과 잔잔한 말투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주 대표는 군민들에게 서점 주인으로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한다.

현대인의 외로움, 가족관계와 우정, 소소한 행복과 삶의 가치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은 고요한 가운데 깨어있는 ‘적적성성寂寂惺惺’이라는 옛 선사들의 경험에서 나온 지혜의 말을 전하합니다. 인생은 어차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조용하게 자신을 관조하면서 지금 상황과 내 마음을 천천히 살펴본다면 고요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인생을 새롭게 정화할 필요를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그는 군민들과 같이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성공은 성실히 노력한 결과이다, 열매는 이웃과 함께 하라”

주 대표는 1남1녀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인생 좌우명을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가르쳤다 한다.

앞으로도 5년 정도 서점을 계속하고 싶고, 주위에 서점을 하고 싶어하는 좋은 사람이 있다면 양도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 이후에는 노력봉사도 하면서 산이 좋고 공기 좋은 화순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라고.

“올해는 개인적으로 좀 다사다난 했는데 내년에는 사업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평범하게 잘살고 싶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마무리 하는 주 대표에게 ‘삼복(三福)서점’ 상호(商號)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아~~ 광주 충장로에 있는 삼복서점의 지리적 위치와 여건이 여기와 비슷하여 허락을 받고 같은 Concept으로 ‘삼복(三福)서점’이라 명명命名했습니다!”

“성공은 성실히 노력한 결과이다, 열매는 이웃과 함께 하라”
자신의 좌우명처럼 평범하면서도 왠지 상대방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만들며 살아가는 주철우 대표.

‘화순삼복(三福)서점이 ‘변함없이 화순군민들의 마음을 필터링filtering하는 문화공간’이 될 것임을 믿어마지 않는다.

화순삼복서점: 061.374.3044
주철우 대표: 010.2604.1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