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긴 머리 팔랑거리며 고무신 신고 말괄냥이처럼 뛰어다니던 때의 나의 어린 시절을 담장벽화가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기자가 남면 석복마을로 전윤남 부녀회장을 인터뷰(왠지 거창하다...)하러가는 날.

마침 그 날, 석복마을은 시골 특유의 정취 느낄 수 있는 그림으로 담단장牆丹粧을 마감해서인지, 겨울 가랑비가 우중충하게 내리는 가운데에도 ‘겨울’속의 ‘봄’이 느껴졌다.

채색이 선명한 사실화인 담장벽화에 그려진 그림들은 얼른 보아도, 시골에서 긴 머리 팔랑거리며 고무신 신고 말괄냥이처럼 뛰어다니던 때의 나의 어린 시절 주변 풍광들을 연상하게 하여 한참이나 눈길을 멈추게 하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중요한지라...발길을 돌려 약속장소인 마을회관에 들어서니 회관 안은 이미 ‘석복마을 벽화 그리기’ 사업 프로젝트를 담당한 팀들 송별연을 겸한 옻닭 점심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부엌과 거실을 오가며 바쁘기 이를 데 없는 어르신들 가운데 정작 인터뷰 주인공인 ‘전윤남 부녀회장’을 찾기는 좀 어려웠고, 기다려야만 했다.

■석복마을(石福,원리2리)

원리(院里) 의 지명은 원동리마을의 이름을 취하여 명명 하였다.

원리는 원동마을, 개정지마을, 월산마을(원리1리)과 석복마을(원리2리) 등 4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석복마을의 뜻은 마을 안에 고인돌이 있어 독배기라 부르던 것을 독<돌<석(石), 배기<복이<복(福) 으로 한자화하여 석복이라 하였다. 마을을 세분하면 웃뜸, 아랫뜸, 안고삿(골목?)으로 구분된다.

1789년 호구총수에는 동복현(同福縣) 외남면(外南面), 1867년 대동지지에는 동복현 외남면, 1895년에는 나주부(羅州府) 동복군(同福郡) 외남면, 1896년에는 전라남도(全羅南道) 동복군 외남면, 1912년 지방행정구역명칭일람에는 동복군 외남면 석복리(石福里) 로 기록되어 있다.

1914년 행정구역개편시 화순군(和順郡) 외남면 원리(院里) (원동, 석복리, 월산리 각 일부)로 편입, 1932년 행정구역개편으로 화순군 남면(南面) 원리에 편입되었다. 현재 원리2리이다.

석복마을은 동쪽으로 외남천변에 발달한 평야가 있으며 서쪽으로는 예전에 왕툼벙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원동제 저수지가 있다. 또 남쪽으로는 외남천, 북쪽으로는 홈거리가 있다.

■전윤남 부녀회장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한가해진 전윤남 부녀회장(이하 전 부녀회장)을 붙잡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일단, “‘석복마을’ 자랑 좀 해주세요.” 하는 기자 요청에 “우리 마을은 平地라 농사짓기도 편해요!”전 부녀회장은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답答하신다.

‘너와 나’ 라는 표현 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이 어쩐지 훨씬 더 정겹다.

시댁은 순천이고 친정은 보성이라는 전 부녀회장은 순천 주암에서 결혼하여 화순 남면 원리(院里)로 이사 와서 40년 넘게 살고 계신다. 올해 75세의 연세에도 머리숱이 젊은이 못지않게 풍성하고, 음식솜씨도 좋으시며, 또한 우리네 부모님 세대들처럼 人情 많은 어르신이다.
무엇보다 새색시처럼 조용하면서 수줍어하는 모습이 취재하러 간 기자의 마음을 겸손謙遜해지게 만든다.

“석복마을은 너른 들 가운데 위치해 있어서 교통도 불편하지 않고 물도 좋아요.”
“자식들은 오남매 인데 모두 출가했고, 큰아들은 서산에 살고 나머지는 광주에 살지요. 영감님은 20년 전에 돌아가시고,,,,”

모처럼 방문한 손님접대를 소홀하면 안 된다고 후식을 준비하느라 다시 바빠지신 전 부녀회장은 “그냥 바라는 건 없어요. 정직한 마음먹고 지금처럼 살길 바라고 마을사람들 끼리 주고받는 대화에서 웃음꽃이 피어났으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 이장(김용신 이장)은 젊어서 일을 참 야물게 잘해요.”
“벼농사 짓고 사는데,,촌에서만 사니까 뭐 할 말이 없네요. 하하하,,,,그냥 알아서 잘 써주쇼 잉~)
....
하긴 젊은 새색시 시절부터 청춘을 불사르며 남면 석복마을에서만 살아오신 전 부녀회장에게 석복마을은, 그저 흙과 하늘, 바람, 자연풍광 그리고 부대끼며 사는 이웃들만이 전부일 것이리라...

그야말로 미니 인터뷰이다.

특별히 하고픈 말이나 소원 같은 걸 여쭈어 보아도 웃기만 하는 전 부녀회장에게 사진촬영을 요청하니 같이 자리한 어르신들과 함께 찍어달라고 부탁하신다.

■마을 담장벽화 훔쳐보기

“그냥 갈순 없잖아! 여기까지 왔는데!” 전 부녀회장과 어르신들을 작별하고 마을회관을 나와, 아쉬움을 남겼던 석복마을 ‘마을 담장벽화 훔쳐보기’에 나섰다.

흐린 하늘아래를 누비며 정겨운 그림들을 향하여 카메라 앵글을 이리 저리 설정하는데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외남천은 바람결에 잔물결을 지으며 조용히 흘러가는데,,,,,그날의 석복마을 담장벽화를 사진으로 소개해 본다.

우로부터 남면 김기숙 복지팀장, 하금순(85세), 전윤남 부녀회장(75세), 김용신 이장(62세), 최오순(80세), 이지은 남면 사회복지담장(3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