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목)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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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누구인가?
장자의 본명은 장주(莊周). 그가 쓴 〈장자〉는 도가의 시조인 노자가 쓴 것으로 알려진 〈도덕경 道德經〉보다 더 분명하며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이유는 노자의 도덕경이 함축적인 시와 같다면, 장자는 관념적이거나 현학적인 면에서 탈피하며 우화적이면서도 은유적으로 풀어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자는 도관(道觀)에 있어서도 설명하거나 배울 수 있는 도(道)는 진정한 도가 아니라고 가르쳤으며, 도는 시작도 끝도 없고 한계나 경계도 없다. 인생은 도의 영원한 변형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라 했다.
장자는 자신의 아내가 죽었을 때 장자는 돗자리에 앉아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의 친한 친구인 혜시(惠施)가 부인의 상(喪)을 당한 장자를 조문하러 와서 보고, 장자에게 아내의 죽음을 당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따지자, 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아내가 죽었을 때 내가 왜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아내에게는 애당초 생명도 형체도 기(氣)도 없었다. 유(有)와 무(無)의 사이에서 기가 생겨났고, 기가 변형되어 형체가 되었으며, 형체가 다시 생명으로 모양을 바꾸었다. 이제 삶이 변하여 죽음이 되었으니 이는 춘하추동의 4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내는 지금 우주 안에 잠들어 있다. 내가 슬퍼하고 운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모른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슬퍼하기를 멈췄다.”
■송계선원 보리 민웅기 원장,
12월 초, 미얀마로 출국을 앞둔 그를 만나, ‘고전(古典)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을 위해’ 일문일답을 요청해 보았다.
*이 책을 내게 된 동기는?
나와 우리의 문명을 근원적으로 진단하고 처방하여 개인과 공동체가 바르게 나아갈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동서와 고금을 종횡하며 씨줄과 날줄로 유전되어온 인류의 위대한 지혜의 유산들을 찾아 헤매온 사람들, 저자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땐가, 도가는, 문득 필자의 삶의 대전환의 시점에 끼어들어와 갈급한 영혼을 목축여주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로운 길의 여정에 신험한 묘약이 되어주었다.
‘장자’는 과학주의와 물신주의에 경도된 현대문명과 현대인에게 자기성찰과 반성의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를 묻는 나와 여러분에게 밝은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장자 놀고놀다’는 어떤 책인가?
‘장자 놀고놀다’는 모두 30편의 이야기마당으로 되어있다. 각각의 이야기마당은 맨 앞에 장자 본문이 나오고, 그 다음엔 필자의 ‘장자 산책’, 그리고 이어서 본문 해설이 나온다. 특히 본문 다음에 나오는 필자의 ‘장자 산책’은 일반적인 고전해설서에선 찾아볼 수 없는 필자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사유의 글쓰기로 되어있다. 이는 객관주의적 해석에 매이지 않고, 주관주의적 해석방법, 보다 적절하게는 해설자의 ‘간주관적’ 해설 방식을 매개로, 이천몇백년 전의 고전이 현대를 사는 독자들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황적인 문제의식과 맞닥뜨리게 하고, 그럼으로써 ‘지금, 여기’ 살아 숨 쉬는 이해와 창조적 해석의 새 지평으로 안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책을 통해 부각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필자가 고민하였던 한 가지는 오늘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살아 숨 쉬는 장자, 장자 자신의 말처럼 진흙 뻘밭에서 꿈틀대며 꼬리를 질질 끌고 살아가는 역동적 생명력을 만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장자를 죽은 공룡의 화석을 만나듯 메마르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내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나의 고민과 나의 사유와 나의 변화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일 순 없을까? 내가 장자에게 묻고 장자가 내게 답하며, 장자가 노닐었던 세계를 내가 다시 나의 삶속에서 노닐게 됨으로써, 이천몇백년의 시공을 넘어 생생하고 진진한 만남이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지도록 할 수는 없을까? 위대한 성인 장자, 고전 속의 추앙받는 큰 얼굴, 종교적 교조로서 숭배의 대상이 된 장자라도 물론 좋겠다. 그러나 그가 책 속에서 걸어 나와 다정한 미소로 내게 말 걸어오고, 내가 힘들고 고통스러워할 때 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더욱이 우리의 문명이 욕망의 사슬에 복잡하게 꼬이고, 스스로 채운 차꼬에 매여 더 이상 한걸음도 앞으로 발을 내딛지 못할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있을 때, 그의 활달한 지혜에 황홀한 입맞춤을 하게 할 순 없을까? 그리하여 거꾸로 매달린 운명 같은 차꼬를 벗어던지고 구만리장천의 하늘로 비상하는 꿈을 꾸게 할 순 없을까?
장자의 숲은 생각보다 너르고 깊고 오묘하였다. 장자의 문장과 문맥과 행간을 탐색하고 사유하는 일은, 한편으론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 이르러서는 지극히 난해하고 막막하여 며칠 밤낮을 옴짝달싹 못하고 속을 끓이거나, 여러 참고도서들을 뒤적거리다가 사유에 골머리를 앓고 누워버리거나, 다 내려놓듯 명상에 빠져 홀로 공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행히도, 장자를 산책하며 꾸었던 꿈과 해설을 담은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몇 해 전 [태극권과 노자]를 출간한 이래, 언젠가는 ‘장자’의 거울에 나의 본래면목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들고픈 꿈을 마음속 한 구석에 꾸어왔었다. 이렇게나마 그 소망을 풀어 독자들에게 회향할 수 있게 되니 참으로 기쁘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장자는 내게 한 모금의 샘물이다. 내 갈급한 영혼을 목 축이는 달디 단 생명수다. 장자는 내게 하늘이다. 가물한 하늘 저편으로 나를 인도하여 비상(飛翔)하게 한다. 장자는 내게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 같다. 그 심연의 깊이로 나를 이끌어준다. 장자는 내게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 노거수와 같다. 그 아래서 쉬고(休) 닦고(修) 노닌다(遊). 장자는 내게 일지(一指)다. 언어를 잊고 달에 착륙한다. 장자는 내게 진흙 뻘밭이다. 그 속에서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잊고, 꼬리를 질질 끌며 노닐고 싶다.
그리하여, 장자는 한 사람이나 한권의 책에 그치지 않는 유구한 흐름이다. 큰 숲이다. 큰 강물이다. 역사적 시공을 타고 넘는 촛불이고, 물의 변화를 타면서 그 물에 빠지지 않는 유희삼매(遊戱三昧)이다. 그리하여 장자는 시공을 달리하며 다시 쓰는 깨달음의 소식이며, 집단지성을 일깨우는 천둥과 벼락이다. 다시 현해(懸解)의 하늘로 비상하는 우리 모두의 꿈이다.
장자는 가물어 메마른 대지에 쏟아지는 단비이다. 우리 영혼의 갈증을 해갈하는 한 모금의 생명수이다.
지금, 장자는 시장통에서 부단히 거래하고 교섭하며 너털웃음을 웃는 민중들이다. 나와 너이다.
민웅기 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기자에게 이 책을 읽은 후 “乘物以遊心 사물의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 마음이 유유히 노닐다,,,,사물에 짓눌려 마음을 다쳐 신음하지 말고, 사물을 지배하여 삶의 주인이 되라는 것이다.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마운 말씀 잘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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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놀고놀다
민웅기 편해,
도서출판 부크크, 514쪽
2018.10.15. 출판
저자 민웅기
1960년생. 여수YMCA, 순천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였고, 1995년 화순으로 귀농해 무등산밑에서 살고 있다. 인간과 생태와 영성을 화두 삼고, 태극선을 방편 삼아 중국의 종남산, 아미산, 한국의 무등산 등지에서 수행해오고 있다.
국제불이태극권 전인
무위태극선 대표
송계선원장
우리고전 강사; 노자, 장자, 논어, 맹자 등
저서로는 [춤추는 노자, 부크크]가 있다.
민웅기 원장: 010.3621.9835
엄태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