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봉 최상준 회장, 구충곤 군수에게 기부증서를 전하며 잠시 환담

2018년 1월 11일 기공식을 가진 지 9개월여만인 10월 22일 오후 2시, 화순에 ‘화순군립 석봉미술관’ 개관식이 있었다.

화순군립 석봉미술관이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2년 전 석봉 최상준 부회장의 뜻이 있었다. 생애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미술관을 고향 화순에 건립하기로 했다. 그 공간이 화순 관내 후학들의 꿈을 키우는 곳이 되길 바랐고 지역사회 문화융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최 부회장의 뜻이었다.

최상준 부회장의 사재 26억여 원을 들여 완공된 ‘화순군립 석봉미술관’은 10월 22일 개관식을 갖게 되면서 화순군민의 문화자산이 됐다.

‘화순군립 석봉미술관’ 개관식장에 나란히 앉아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는 남화토건(주) 형제 기업가 유당(裕堂) 최상옥 회장과 석봉(碩峰) 최상준 형제를 뵐 수 있었는데 두 분 모두 살아오신 흔적만큼 패인 주름살 위로 온화하고 맑은 미소가 얹어져 있었다.<그림2중앙>

대기업 집안의 갑질 논란, 경영권 승계과정의 비합법성, 정경유착으로 인한 대기업 이미지 손상 등 근래 언론매체에서 접하는 기업이나 기업가 집안의 행태로 인해 우리 사회는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그런데 우리 화순 출신 기업가이자 형제 경영인 최상옥 회장과 최상준 부회장은 건강한 기업 경영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속적으로 실천한 기업가로 존경을 받고 있다.

▶ 최 씨 가문의 고집 ‘성실’

유당(裕堂) 최상옥 회장은 1927년 일제강점기, 전남 화순군 화순읍 벽라리의 소농 집에서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던 최상옥은 첫 번째 직업을 15세 때 도장 가게에서 갖고 시작하였다. 도장 조각 일은 물론 궂은 심부름까지 도맡아 처리하며 점포 사장과 선임들에게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환으로 화순 고향집으로 짐을 꾸려 내려왔다가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자신이 잘하는 도장 파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부친의 지인이었던 일본인 목수에게 새로운 기술을 배울 것인가? 기로의 선택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이때, 선택한 길이 최상옥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최상옥은 유일한 스승이라고 부르는 ‘가와무라(川村)’ 집으로 들어가 목재 가공기술을 배우는 한편, 기능공들의 출퇴근 관리와 경리 일까지 담당하며 현장 실무를 배웠다. 그 경험이 남화토건을 세운 초석이 되었다.

이후 최 회장은 1946년, 20세에 남화토건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겪으며 생활은 궁핍해졌다. 그 와중에 1951년 겨울, 화순 능주 북초등학교 신축공사를 맡았다가 재시공하는 바람에 큰 빚을 떠안게 되었다. 이때 곤경에 처한 그에게 큰집 사촌형이 “마구간 황소라도 팔아서 남의 것을 갚고 보자.”며 위로하고 본인의 단단히 묶여 있던 돈 궤짝을 열어 위기를 넘기게 해 주었다. 이는 최 회장에 대한 신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최 회장이 남화토건을 탄탄한 회사로 성장시키는 데는 성실한 생활태도로 삶을 사셨던 부친의 영향이 컸다. 최상옥 회장의 자서전에 따르면, ‘부친께서는 일손이 달리는 농사철에도 부모님과 형님 댁의 농사일을 먼저 돌봐드렸고, 장에서 해산물 등 귀한 것을 사가지고 들어오시면 반드시 큰댁으로 먼저 보냈다. 집안 대소사에 항상 돈독한 화목을 으뜸으로 삼으셨다.’고 전한다.

이러한 부친의 성실한 성품과 가난했지만 가족 간의 화목을 최우선시했던 가족들의 모습은 이후 남화토건을 큰 기업체로 발전시켰음은 물론, 형제가 사업동반자가 되어 불협화음 없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성장 발전시키는 밑바탕이 되었다.

▶ 정도경영(正道經營)으로 남화토건 기틀 세우다

최상옥 회장의 기업관은 ‘정도경영(正道經營)’이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지만, 윤리와 도덕성의 범위 내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천 방안이 3무(無) 경영이었다.
첫째가 차입금이 없는 경영이다. 큰돈을 벌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보다 성실한 자세로 한 걸음씩 탄탄하게 쌓아올리는 안전 성장을 추구하였다.
두 번째는 가능하면 어음을 쓰지 않는다. 협력업체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의 특성상 어음을 쓰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지만, 최 회장은 하도급 업체의 공사대금을 어음으로 발행하지 않고 매달 공정에 따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였다. 이는 기업 간 상생의 실천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편법의 축재나 투기, 탈세를 하지 않는다.
최 회장은 부동산 투기로 일확천금을 벌었던 시절에도 실수요 외에는 한 건의 토지도 사고팔지 않았다. 또 일반 건설사들이 아파트 시장에 진출해서 호황을 누릴 때도 남화토건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파트 부지 선정과 매입 등이 정당한 방법으로는 어렵다는 판단, 부동산 매입의 과정에서 봉착하게 되는 불합리한 요소, 이것들과 모순된 타협을 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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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최상옥 회장의 원칙은 ‘성실’이라는 신념으로 흔들림이 없이 지속되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이 급성장 경제개발에 치중하면서 큰 성과도 이루었지만 이면에 ‘빨리빨리’ 문화를 조장해 토건 분야에서 부실시공과 건축 등으로 인한 폐해도 컸다. 1970년 입주 23일 만에 붕괴된 와우아파트 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참사 등이 폐해로 이어졌다.

남화토건은 애초 ‘빨리빨리 문화’를 배척했다. 이것은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재해 및 예산낭비를 가져온다고 판단했고 공사단축이 자랑거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남화토건은 하청공사 전 과정을 하도급 업체에 주는 일이 거의 없었다. 부분적으로 맡겼으며 전체 시공관리는 책임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임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남화토건에서 30년 이상 두 회장을 보좌했던 조영환 전무는 “이러한 책임 경영을 발판으로 남화토건은 법인설립 이후 지금까지 안정적인 건설회사로 성장하였다. 최상옥 회장님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그것은 큰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남화토건은 대강하는 일이 없다. 민간공사는 ‘제 값 받고 제대로 공사해 주자’가 회장님의 경영방침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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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을 투자로 보았던 성실한 경영 승계자

최 회장의 동생 석봉 최상준 부회장은, 1938년생으로 형과는 11살 터울이다. 형이 20세에 남화토건을 창업했으니 어릴 때부터 건축 일을 보며 자랐다. 동생 최상준이 어깨너머로 배운 건축업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였음은 그의 고등학교(건축과)와 대학(건축공학과)의 전공, 대학원(경영대학원) 진학으로 짐작할 수 있다.

1964년 최상준은 전남대 졸업과 동시에 남화토건에 입사했다. 27살에 입사하여 1993년 대표이사, 2003년 부회장에 취임하였으니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 30~40년이 걸린 셈이다. 최근 갑질 논란의 진원지인 일부 대기업 가족들의 초고속 승진과 대조를 이룬다.
1993년, 당시 최상옥 회장의 나이 67세였는데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반적인 기업의 CEO라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아들이 아닌 동생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이다. 그만큼 동생 최상준에 대한 믿음이 컸다.

이러한 최상옥 회장의 결단은 결과적으로 IMF 위기를 극복한 선견지명이 됐다.
최상준 부회장의 대표적인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것은, 단 한 명의 구조조정 없이 IMF를 극복한 일이다. 당시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는 시대의 흐름이었지만, 최 부회장은 이를 역행하였다. “죽을 각오로 같이 살자!”며 직원들에게 호소, 구조조정 대상 40%의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보듬어 안았다.

그렇다면 일감이 없는 직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을까?

최 부회장은 직원 교육을 실시했다. IMF 초인 1998년 말부터 2000년 중반까지 건설 기술 향상과 인문학 소양 등의 교육으로 직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며 버틴 것이다.
최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돌이켜보면 이것이 남화의 저력이 됐다. 직원 교육을 바탕으로 남화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회사에서 직원교육은 수입이 아닌 지출을 요구하지만, 최 부회장은 IMF라는 위기를, 교육을 통해 넘기며 남화토건이 더욱 탄탄해지도록 저력을 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체의 생산성 악화 원인인 내부의 불협화음을 미연에 방지, 노사화합에 크게 기여하였다.

교육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관은 이후 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방향에서도 드러난다. 그가 60~70대의 나이에 20여 년간 개인의 재산과 시간을 모교인 오성초등학교, 화순중학교, 광주공고, 전남대학교에 쏟은 것을 모교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그의 저서 중 「인재 육성이 가장 큰 투자다」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보면 그가 교육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흔히 투자라고 하면 눈에 띄는 자본만 생각한다. 그러나 인재육성 투자가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투자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사람들에게 투자를 무척 꺼린다. 단시간 내에 나타나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괜한 투자를 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인재육성의 투자에 인색하지 말자. 그에 따른 이윤은 크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튼튼한 회사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 기부와 후원도 사훈처럼 ‘성실’하게

최상준 부회장이 평생 나눔과 배려를 강조한 이유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부족한 부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우연히 모교에 갔는데 학교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데다 먹을거리도 부족한 아이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우리 미래를 열어갈 꿈나무인데... .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기부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기부후원의 일은 최 부회장에게 행복을 느끼게 했다.

‘기부요? 주는 내가 더 행복하니까 하는 거예요.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면서 보람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제가 가야 할 길이에요. 얼마를 기부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보람 있는 일이죠.’

‘나를 찾아서 공사를 맡겨준 사람에 대한 보답, 그리고 사회에 대한 보답은 당연한 일이죠.’

남화토건 조영환 전무의 말에 따르면 “최 부회장님이 기부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100억 원이 넘는다.”고 귀띔해 줬다.

최 부회장의 나눔은 대부분 상대나 대상을 알고 기부했다는 것이다. 상대를 알고 하는 기부는 타이밍, 규모, 형편 등을 살필 수 있지만 상대를 모르고 하는 기부는 전시성 기부나 눈 먼 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그가 “기부도 적기, 적소에 해야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한 주장과 일치한다.
최 부회장의 기부는 분수에 맞는 기부, 실효성 있는 기부,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성실한 기부’였다.

최 부회장은 2016년 모교인 광주공고 정문 앞에 ‘광주석봉도서관’을 기증하여 오랜 숙원인 도서관 건립의 꿈을 이루었다. 또 올 가을 ‘화순군립 석봉미술관’을 기증함으로써 그의 고향 화순에 큰 선물을 안겨 주었다.<그림5중앙>

최상옥 회장, 최상준 부회장의 ‘성실’한 삶의 결과물들이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 주고 있다.
이들의 지혜와 사랑이 우리 사회 곳곳에 전파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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