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숙 ∥ 인디아의 향기 ∥ 2018

도곡면 죽청마을에 들어서자 이신숙 화순미술인협회 회장께서 벌써 나와 계셨다.
소녀 같은 미소와 밝은 표정으로 기자를 맞이하는데 오래된 인연처럼 벌써 마음을 편하게 한다.
‘죽청마을 이신숙 화실’이라고 문구가 붙어있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담한 뜰과 여기저기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예쁜 꽃들이 먼저 반긴다.

꽃을 가꾸고 있는 이신숙 화가

평범한 한옥집 맞은편에 있는 헛간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작업실, 화실의 풍경 또한 차분하고 소박하였다. 소소함 속에서 진실과 진리를 찾는 작가의 마음이 화실과 작품들에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
정갈한 탁자에 정물처럼 놓여 있는 예쁜 과일들, 그리고 향긋한 커피 향, 바깥은 촉촉한 비가 내리고 있는 풍경에 처마로 뻗어 내려온 박꽃이 하얗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화순이 자신의 고향도 남편의 고향도 아닌데 여기에 삶의 터를 옮기고 작업공간을 마련하게 된 연유를 물으면서 차츰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작품 속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화실 내부

화순에 거처와 화실을 마련하게 된 때 계기

예술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조용하고 공기 맑은 곳에서 작업실을 갖는 것이 꿈이 듯이 12년 전의 나도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 작업실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담양, 화순, 나주 세 곳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다가 사랑방 신문을 들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화순지역을 찾았다. 작업실로 좋을 네 번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보니 그림그리기에 좋은 에너지가 느껴져 대나무가 푸르고 공기가 맑은 화순의 죽청마을에 작업공간과 삶의 터를 잡았다.

화실 뜰에서 제자들과 함께

화순에 살면서 느끼는 좋은 점과 애로사항

주위의 모든 풍경이 소재가 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온순하고 부지런한 이곳 주민들의 성품도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다만, 아직은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예술 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예술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화순군의 정치인을 비롯한 군민들의 관심과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그럼으로써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 지역이자 품위 있는 행복한 명품화순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나 에피소드

그림 그리는 것을 다른 어떤 일보다 좋아했다. 만화 주인공, 인기 연예인 등을 그려서 시골집의 벽에 붙여놓곤 했는데 선후배들은 지금도 잊지 않고 나와 내 그림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특별히 화가가 되겠다거나 그림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안했다. 단지 그림이 좋고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지금까지 즐거운 숙제처럼 그려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림에 특별히 영감을 주거나 가르침을 준 스승

Canvas에 앞에 서서 붓을 드는 순간 하나님께 영감을 주시길 주문처럼 기도드린다.
나의 스승은 서울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감한오 선생님과 광주의 김영태 선생님이다. 두 분은 내게 좋은 색감을 익히게 해 주셨다. 지금도 감사드린다.

작품에 가장 몰입하는 때

5년 전까지는 늦은 밤부터 새벽시간까지 작업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작업할 계획으로 하루를 온전히 비웠을 때 몰입해서 작업하게 된다.

작품의 주요 소재와 완성된 작품 수,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

주로 풍경, 정물, 인물 등 자연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 완성된 작품은 500여 점이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인도여행 중 스케치했던 두 점의 작품과 이곳 화실을 떠나 정순태 컬렉터와 다른 컬렉터 세 분이 소장하고 있는 사십여 점의 작품들이 대부분 아껴왔던 작품들이다.

이신숙 ∥ 네팔의 소녀 ∥ 2017

순수미술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 또 아픔에 대한 솔직한 심정

인간의 감정은... 자연과 가까이 있을 때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예술가도... 자연을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자신의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 자연의 아름다운 느낌을 문학으로, 음악으로, 그림으로 표현코자 예술가들은 부단히 노력해 왔다. 예술가들의 심미안으로 표현해 온 예술행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문명의 이기 속에서 헤매고 있는 인간을 구출해 줄 수 있는 통로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의 가치에 대해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까...
우리의 생활 속에서 예술품이 아닌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집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가전제품의 디자인, 벽지의 색상, 치약케이스, 화장지에도 예쁜 무늬가 들어가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어찌 보면 일상의 모든 것들이 예술가들의 가슴과 손에서 태어나 우리 인간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한다.

예술가들이 아픔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주어진 시간과 경제력이 취약한 까닭에 좋은 작품들이 태어나지 못하는, 불임(?)의 고통을 겪는다고나 할까.
힘겨운 현실 속에서 내어 놓은 예술품에 대해서는 즐거워하고 감탄하면서 그 행복감을 선물해 주는 예술가의 소외된 삶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한 사회의 인식으로 인해, 가난한 예술가들은 슬프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가들은 가난 속에서도 죽는 날까지 붓을 놓지 못할 것이다.

작품에 담고 싶은 작가의 세계

‘예술이 인생보다 길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처럼 끝이 없는 것이 예술의 길임을 세월이 더해갈수록 실감하고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과 생각들을 따라가는 손은 그 감성과 일치해 가지 못하고 언제나 뒤따라간다. 그래서 전시해야 할 작품 앞에서 늘 모자람의 갈증을 느끼게 된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작품을 마주할 때 아직도 잘 그려야겠다는 욕심이 있다. 또 테크닉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의 과제라면 욕심과 테크닉을 덜어내는 게 내 작업의 연속일 것 같다. 또 내게 다가오는 심상과 감정을 다듬어 갈 것이고 그러한 표현들이 어느 미학자의 말처럼 “그림이란 한 사람의 마음을 담아 그려낸 그림을 또 다른 한 사람의 마음으로 읽어내는 작업이다.”라고 말했듯이 내 그림이 감상자들에게 따뜻하고 아름답고 편안함을 전할 수 있다면 어떤 가치보다도, 어떤 철학보다도 귀하지 않겠는가.

이신숙 ∥ 비오는 날 ∥1995

두 번째 이 작가의 화실을 찾았을 때 작업실에는 광주에서 담양에서 그림을 배우고자 찾아온 이 작가의 제자들이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작업실을 완성한 후 이 작가는 소원대로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했다. 그러다가 이 작가에게 그림을 배워왔던 사람들과 새로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오게 되면서 지금은 제자들과의 공동의 작업실로도 사용하고 있다. 이 작가는 “이곳에서 작업 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림을 그리고, 소통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다.”고 전했다.

화실에서 작업 중인 제자와 함께

한편 이신숙 화가는 광주대 예술대회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조선대대학원에서 순수미술학을 공부했다.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활발한 미술작업을 통해 일본, 뉴욕, 프랑스에서 다양한 교류전과 국내 개인전을 가졌다. 한국미술협회, 광주기독교미술협회, 여성작가회 회원이며, 광주대, 화순문화원, 화순예총에서 문화예술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이곳 화순 죽청마을 화실에서 행복한 그림그리기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은 이신숙 화가에게 직접 문의하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문의 : 010-5645-2071 E-mail artistmirae@hanmail.net
주소 :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상죽청길 37
소담마을 들꽃이야기 http://cafe.duam.net./sodanmmi


이신숙 화가 약력

조선대학교 대학원 순수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7회(광주,서울)

주요전시
1996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전(동경미술관, 일본)
1996 한-불교류 신작전(조흥문화관, 광주)
1996 한국현대미술의 상황과 전개전(캠브리지갤러리, 뉴욕)
러시아 몽골문화초청 울란바토르전(국립미술관, 몽골)
가을소품초대전(지구촌갤러리, 서울)
자연의 교감전(신문사갤러리, 서울)
주목작가 4인 초대전(궁동갤러리, 광주)
조원회전(2003년~2015년 광주)
한-일 미술교류대전(남도예술회관, 광주)
비엔날레 특별 후원전 메트로갤러리 개관 초대전(광주)
한국의 자연, 빛의 인상전(시떼 데자르, 프랑스)
광주 전남 여성작가회 정기전(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광주)
네팔, 히말라야 스케치전(무등갤러리, 광주)

현)한국미협, 광주전남여성작가회, 조원회, 춘향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2014), 공공미술 기획자 공모 심의위원(2013), 문화예술교육사, 광주대학교, 화순 문화원 출강, 화순미협 지회장, 화순예총이사, 화순문화원이사

이신숙 ∥ 누드 ∥ 1997

이신숙 ∥ 제주의 먼나무 ∥ 2017

이신숙 ∥ 제주풍경 ∥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