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간채 화순실학기념사회 준비위원장

화순실학기념사업회 나간채 준비위원장과 화순군민신문사에서 이 사업의 의미와 추진 상황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화순실학이 주는 역사적 메시지가 무엇일지 기대하며 인터뷰에 들어갔다. 나간채 준비위원장님은 전남대 명예교수, 광주연구소 이사장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자이다.

퇴직 후 문중의 종친회 일을 하시던 중, 중국에서 대학자로 평가받았던 선조 할아버지 석당 나경적 선생에 대한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규남 하백원 선생도 화순 출신 대학자로 석당 선생의 후손과 교류했던 실학자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지금까지 묻혀있던 화순실학에 대한 적극적 연구와 발굴을 통해 학술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정립하여 지역민과 후학들에게 알리고자 뜻을 세웠다. 이는 호남의 학문적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며 호남인으로서, 화순 군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화순실학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두 가지 관점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퇴직 후 종친회 일을 하던 중 선조인 석당 나경적 할아버지께서 실학자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대학자로 평가받으신 분인데 국내에서는 묻혀있던 고독한 학자였습니다. 석당 선생의 80년 후배인 화순 출신 규남 하백원 선생도 국가적 대학자라는 것입니다.
이 두 분은 화순이 배출한 걸출한 실학자입니다. 화순군 이서면 한 마을에서 두 집안이 대를 이어 교분을 나누며 향촌 사회의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두 분의 실천적 사상과 삶의 근간 철학이 실학이었습니다. 따라서 화순실학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체계적인 학문적 성과를 구축하고자하는 일환으로 기념사업회를 창립하고자 합니다.

화순실학이 갖는 화순과 호남에서의 역사적 의미
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산업화 등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된 전라도는 여러 방면에서 낙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지역감정의 고조화와 전라도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화 결과, 차별과 소외를 당해오면서 전라도인은 자학적 열패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무력감이 세대를 이어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철학과 사상의 발달을 살펴보면 유학에서는 영남의 퇴계 이황을 앞선 고봉 기대승이라는 대학자가 호남에 있습니다. 또한 지식이 실천적으로 발현된 역사 또한 호남에서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전국을 방어한 호남의병, 최경회 장군이 이끈 진주성 싸움, 동학혁명, 한말의 의병 활동, 일제강점기 학생독립운동, 60년대 학생운동, 80년대 광주민주항쟁 등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영남에서는 부재하고 호남에서 번성했던 실학의 값진 역사와 문화 자원을 발굴하여 화순실학과 호남실학의 체계를 정립한다면 지역민 스스로의 정신적 자존감을 드높임으로써 소외와 차별로 상처받은 과거의 자학사관을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나아가 시대를 견인하는 정신적 동력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학이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유학의 창시자는 공자와 맹자로 ‘수기치인’ 즉 ‘자기를 닦고 세상을 다스린다’는 사상입니다. 주자가 공맹의 유학을 계승하여 발전시킬 때 ‘수기치인’ 사상 가운데 ‘치인’보다는 ‘수기’에 초점을 맞추어 주자학을 정립했습니다.
조선에서는 주자학이 퇴계에 의해 조선성리학으로 발전되었습니다. 퇴계 이후 후대들은 조선성리학을 절대시하는 교조주의 빠져 비판자들을 사문난적으로 징벌함으로써 조선성리학의 발전 여지를 스스로 닫아버리는 폐단에 빠지게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조선성리학이 이기론 등 추상적인 논리로 수기에 치중함으로써 내면적인 자아 개발과 발전은 하였으나 외부적이고 현실적인 사회제도, 국방, 토지, 경제, 정치, 의학, 과학, 농어업 등 실용학문에 소홀하여 대내외적으로 사회문제가 크게 야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절실한 현실적 요구에 따른 학문적 대답이 필요했고 이것이 바로 실학이었습니다. 조선 중기부터 활발했던 실학연구는 조선 왕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등 각 부문에 걸친 광범위한 개혁정책을 그려냈으며, 후기 실학의 거봉을 이룬 다산 정약용의 경세학은 실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남과 화순을 대표하는 실학자
호남실학자로는 반계 유형원(부안), 존재 위백규(장흥), 여함 신경준(순창), 이재 황윤석(고창) 등이 있고 화순실학자로는 석당 나경적, 규남 하백원과 그 후손들이 있습니다.

화순실학기념사업회 창립 추진 현황
2017년 석당 연구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화순실학기념사업회가 추진되었습니다.
석당이라는 한 인물에 대한 위상을 드높이는 것을 넘어 화순지역을 실학이라는 학문적 명소로
전국민들에게 알리고자 깃발을 들었습니다.
현재 이 사업의 발기인으로 130여명이 모집되었습니다.
발기총회는 오는 9월 15일 10시에 화순문화원에서 합니다. 창립총회는 10월 20일 10시에 하니움스포츠문화센터 강당에서 갖습니다.

화순실학기념사회 창립 이후 사업 및 비전
우선 자료조사가 시급합니다. 생존자들의 구술채록, 현장조사, 지표조사를 합니다.
연구사업은 지역비교연구, 학술대회가 있습니다. 홍보 및 교육사업은 지역민과 청소년 대상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기념시설 건립사업으로는 기념관, 박물관, 체험관, 교육관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호남인과 화순지역민께 바라는 말
제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고 있는 게 있습니다. 우리 호남이, 전라도가, 학문적으로나 실천적으로 한국사회 발전에 큰 역할과 공헌을 한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기는커녕 폄훼를 당하고 차별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지역민의 정서에 영향을 끼쳐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이 너무도 빈약해서 안타깝습니다.
화순실학과 호남실학을 재발견함으로써 명예를 되찾고 지역적 자존감을 회복하여 후진들이 계승 발전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당당한 호남인으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한국사회의 주역으로서 바로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