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갈고 닦아 바람직한 인간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활동’인 ‘교육 원론(原論)’에 입각(立脚)하여 평생을 교육 민주화와 참교육 실천을 위하여 중등교육에 몸담았던 박세철 선생.

그러했던 박세철 선생이 지난 2월 명예퇴직을 하고 화순에 학부모 상담을 위한 상담소를 개설하고 지방분권전남연대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문일답 인터뷰를 가져본다.<편집자 주>

1. 30여 년간의 중등 교직 생활에 대한 소회

1982년 학군단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을 다니면서부터 3년간 고달픈 전문대학 시간 강사 생활을 하는데 대학에 전임 교수 자리를 잡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1987년 정부의 교원 증원 정책에 의해 갑작스럽게 30세의 늦은 나이에 중등 교직계에 몸을 담게 되었습니다.

당초에는 유학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간만 근무하려고 했는데, 발령받은 1년 만인 1988년에 제가 근무하던 학교 현장에도 ‘교사 운동’ 바람이 불어 닥쳤습니다. 열악한 교육 환경과 인권 유린, 부패 비리가 난무하던 시기여서 정의감에 넘쳐 자연스럽게 전교협의 ‘교육 민주화’와 ‘참교육 실현’이라는 목표에 매료되던 상황에서 선배들의 권유로 교사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전교협 영광교사협의회의 창립을 주도했고, 전남교사협의회의 조사통계부장을 하면서 연구 활동으로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적당한 시기에 교육 운동을 접고 다시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전교조가 결성되면서 크게 당황했습니다. 당시 미혼인 상태였고 7남매의 장남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부득이 탈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탈퇴 각서를 쓰고 나서 해직된 동지들의 생계를 뒷바라지 하는 한편, 전교조 합법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학문에 대한 열망’은 포기하고 ‘교육 운동’을 숙명으로 여기게 되었지요.

2003년 까지 15년간 영광지회장, 완도지회장 지부정책위원, 부지부장,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면서 많은 정책 보고서를 써서 전남 교육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단체교섭과 정책협의를 하면서는 항상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2003년 전교조 전남지부 사무처장재직 당시 네이스 투쟁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다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지도부 일선에서 물러난 이래 올해 2월말 명예퇴직을 할 때까지 13년간은 학교 현장에서 제자들을 기르는데 전념했습니다. 비록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교사로서 교직 생활을 마감하였지만, 제가 생각했던 이상과 신념에 따라 ‘승진의 유혹’을 물리치고 떳떳하게 한길로 걸어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 그간 선생님이 이루신 교육정책 연구, 기고문, 제안 등에 대한 자료를 교육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0년경 불합리한 ‘전라남도교육청 교원인사관리기준’을 혁신적으로 개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대내외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전교조 전남지부 주최 ’현장교육연구실천대회‘ 교육정책 보고서로서 “참교육 실현의 근본적 토대로서 ’대학 평준화‘를 제안한다”(1995), ‘전남 중등 인사이동 규정 개정 방안 연구’(1998), ’교원 승진 제도 개선 방안 고찰‘(1999) 등을 발표해서 교직 사회로부터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재직 중 가끔씩 ‘한겨레신문’이나 ‘화순군민신문’, 화순의 인터넷 신문 등에 20여 차례 칼럼을 쓰며 지내 왔습니다.

제가 언론을 통해 주로 제기했던 화두는 ‘학벌 타파 및 대학서열 완화(제한적 대학입시 평준화)’를 통한 ‘입시 경쟁의 완화’ 및 ‘사교육비 경감’, ‘교장·감 자격증 철폐 및 학교장 직급보직제’를 통한 ‘교원의 승진 경쟁 완화’ 및 ‘교사의 교육 활동 전념 보장’ 과 ‘협력적 교사 문화 정착’, ‘교원 전보 인사 제도 개선’을 통한 ‘교원들의 생활 안정 증진’, ‘관료주의적인 교육 행정 체계의 혁신’을 통한 ‘교사의 잡무 경감’ 및 ‘교사의 교육 활동 전념 보장’, ‘개방형 공모제 교장 확대’ 및 ‘혁신 학교 확대’를 통한 ‘수업 혁신’과 ‘학교 자치 활성화’ 및 ‘학생 인권 보장’, ‘학교 폭력 대책’, ‘자녀 교육 방법’ 등입니다.

3. 명예퇴직한 배경과 소감

명예퇴직도 힘들었습니다. 사실은 3년 전에 명퇴를 신청했다가 민주노동당 후원금 사건 때문에 재판에 계류 중이어서 실패했고, 2년 전에는 경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가 올해 성공한 것이니 명퇴하는데 3수를 한 셈입니다.(하하하)

지난 3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 제일 괴로웠던 것은 제가 ‘입시 교육’을 반대하면서도 제자들의 ‘입시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딜레마였습니다. 50대 중반 이후로는 평교사로서 주로 인문고에서 ‘입시 교육’을 하다 보니 체력이나 지력 면에서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빨리 명퇴를 해서 공무원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독서와 글쓰기 및 다양한 운동과 취미 활동도 하고, 사회 참여나 정당 활동도 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임용고사를 통과하지 못해 몇 년씩 고생하고 있는 후학들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것도 미덕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튼 인생 100세 시대에 어차피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경제적인 셈법에 연연하지 말고 조금 빨리 사회에 나아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4. 퇴임 후 지역민을 위한 봉사차원의 상담소 개설 배경

퇴직 후에 6개월 동안 백수로 지내면서 해외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는 등 제 생애에서 가장 편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평범한 연금 생활자로서 은둔하며 안락한 삶만을 추구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에 꿈꿔왔던 사회 활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그간 쌓아온 교육 활동 경험과 교육 정책 개발 역량을 지역 발전을 위해 써보고 싶었습니다.

2009년 11월부터 ‘화순교육․복지희망연대’ 결성을 주도하고 공동대표를 맡아 화순 지역의 교육 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현장 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습니다만 현장 교사로서의 신분상 시간상의 제약으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또한 영향력이 약한 시민단체의 힘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단체를 운영하거나 정당에 참여해서 제 목소리를 내어 교육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일단 지난 11월 4일에 지역민을 위한 재능 기부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관한 고민을 듣고 자문해 드리기 위해 ‘화순끼살림교육상담소’를 소박하게 개설했습니다. ‘끼살림’이라는 명칭에 대해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하시는데, 그 뜻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공부만 강요하지 말고 타고난 재능에 따라 꿈을 키워주자.”라는 것입니다. 아직은 여러 가지로 내부 준비가 미흡하고 홍보도 부족해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것 같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 꾸려가기엔 벅차서 이 지면을 빌어 저의 취지에 공감하시면서 진로상담 경험이 풍부하신 퇴직 교사나 자녀교육에 노하우를 가지신 학부모들의 자원봉사 및 후원을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5. 지방분권 운동에 참여한 배경 및 간단한 견해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준비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지방분권전남연대’ 공동대표를 맡게 되면서 ‘지방분권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방분권’은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고, 자원은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지난 11월 22일자 본보에 쓴 칼럼 ‘지방분권이 절실한 이유’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는 지금 당장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방은 발전을 멈추고 급속도로 소멸의 단계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예정이고, 우리 화순은 30년 이내에 소멸할 79개 지장자치단체 속에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방분권국가’가 되면 책임과 권한이 비례하고, 선 조치 후 보완이라는 ‘보충성의 원칙’이 작동하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같은 허황된 사건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역이 자기다움을 토대로 지역 실정에 어울리게 개발하기 때문에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같은 황당한 사업이 없어질 것이라고도 합니다. 지역들이 자기 이해를 토대로 교류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같은 부실교류는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과거 보수 정권 시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파동’이나 ‘청년 수당(배당) 파동’ 때 중앙정부(박근혜 대통령)가 교육감들 혹은 박원순 · 이재명 시장과 벌였던 갈등들을 돌아보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현 체제 하에서는 자방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의 규제에 묶여 복지 예산 하나도 마음대로 책정하지 못하고 고발당하는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방분권운동가들에 따르면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지방분권개헌’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개헌’ 하면 ‘기본권 강화’나 ‘권력 구조 개편’, ‘선거구제 개편’ 등에 만 관심을 가지는데 사실은 ‘지방분권개헌’도 매우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보수 정권 기간에 겪어 보았듯이 우리나라 권력 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을 할 만큼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때면 자기 지역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사생결단을 하고 치열하게 ‘지역주의’ 선거를 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우리나라는 철저한 ‘중앙집권국가’이기 때문에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권력 구조를 ‘대통령제’를 고수한다고 한다면 바로 이때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할 수 있는 적기인 것입니다.

지방분권운동가들이 주장하는 핵심 내용들을 열거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에 ‘지방분권국가’ 천명, 기본권으로서 ‘주민자치권’ 명시, 국회 ‘양원제’(지역 대표를 상원으로)도입 · ‘지방정부’ 명칭 규정, 자치조직권(인사권) · 자치입법권 · 자치재정권(국세 대 지방세 배분 비율을 8:2에서 7:3 내지 6:4로 조정, 지방간 재정조정제도 도입) · 직접민주정치제도 강화(국민 발안제 및 국민소환제 도입, 국민투표제 확대) 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방분권’의 도도한 흐름을 가로 막고 있는 세력들이 국회 내에 많이 존재하고 있답니다. 따라서 그것의 성사는 제2의 촛불을 들 만큼 지역민들이 절박감을 가지고 그 운동에 동참해야한다고들 합니다. 지자체 단체장들이나 지방의원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그 중요성을 아직 잘 모르고 계신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화순 군민들도 지금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 청원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가칭 ‘지방분권화순연대’같은 시민연대단체를 만들어 전국적인 운동의 흐름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박세철 화순끼살림교육상담소 소장, 지방분권전남연대 공동대표
T. 373-5818 H. 010-8781-5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