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이 끝난 후 아이들과 함께한 박인채 단장(맨 뒷줄 좌측)과 엄기영 선생(우측)

“군민문화센터에 연습실용 방 한 개 갖는 거와
화순관내 학교 순회공연 하는 게 남은 꿈입니다!”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간절하게 꾸면서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갈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순수소년합창단 ‘화순소년합창단을 창단한 박인채 단장.
박 단장은 화순北面 원리에서 태어나 아산초등학교 5학년을 배우다가 서울로 전학을 가서, 이제 다시 고향 화순으로 내려와 ‘꿈’을 이루었다.
박 단장이 이끄는 화순소년합창단은, 지난 11일 오후 3시와 7시, 화순문화원 대강당에서 뮤지컬 ‘아름다운 열매’ 창단공연을 가졌고 15일에는 서울 나루아트 대공연장에서 대망의 서울공연 진출 첫 테이프도 끊었다.
박 단장은 어린 시절 엄부嚴父아래서 교육을 받은 터라 자신도 아이들에게 눈높이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키운 게 늘 회한으로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에게 음악과 친하게 지내는 정서를 지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악기나 성악은 재능이 있는 아이라면 어린 시절에 깨우쳐 주면 신동神童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한국의 콜로라투라소프라노(coloratura soprano) 조수미(曺秀美)도 어린 시절부터 성악을 시작하여 그렇게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었지요.”
젊은 날 45년을 KBS PD로 지내면서 그는 어린이들과 함께 동요 방송을 프로듀싱했다.
이 후에는 전남 신안(新安) 섬마을 어린이들로 구성된 ‘섬드리합창단’을 운영하면서 해외공연까지 가지기도 했다.
박 단장의 어린이 합창단에 대한 애정의 역사이기도 하다.

▪어린이들과 눈높이 대화 하고파서..
화순소년합창단을 창단하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평소 자녀와 눈높이를 맞춰 가슴으로 대화하는 미래의 좋은 아버지들에게 노래를 심어주고 고심하던 차에 어린시절 화순에서 음악감성을 키운 동아시아 최고의 현대음악가 정율성 선생을 기리고 창의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회순문화원 김재월 원장님 덕분으로 국내 최초 순수 소년합창단을 창단할 수 있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입술을 깨물어가며 개구쟁이 끼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발산한 단원들, 서울에서 이웃집 드나들 듯 오직 사랑의 마음으로 불원천리 화순으로 달려와 합창을 지도해준 엄기영 선생, 연기지도에 최선을 다해 준 김영찬 선생, 그리고 창단추진위원 모든 분들 노고를 역사의 날에 밝히고자 한다.”라고 박 단장은 탄생의 변을 한다.
‘화순소년합창단’은 화순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 13명으로 구성되었다.
예향禮鄕이자 예향藝鄕인 화순(능주)은 독립운동가이자 음악가로 널리 알려진 정율성 선생이 1917년도부터 1923년까지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고 선생이 다녔던 능주초등학교에는 선생의 흉상胸像과 선생을 기리는 기념물들이 남아 있다.
이 날 문화원 창단공연에서 구충곤 군수는 “정율성 선생을 기리고 화순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대한민국 최초 소년합창단을 창설하여 창단공연을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정율성 선생이 초등학교를 다녔던 능주는 막걸리 한 잔에도 풍류가락이 끊이지 않은 소리의 고장이었다. 화순소년합창단 창단공연을 통하여 화순의 소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곡을 나열하는 게 아니고 뮤지컬 형식으로 꾸몄다. 단원들은 학생역할 뿐 아니라, 교장선생님, 할머니 분장도 하고 여학생이 없어 여학생 대역도 한다.
또한, 이번공연에는 특별한 곡이 연주되는데 가곡 ‘님이 오시는지’로 유명한 故 김규환 선생이 편곡한 ‘장난감들의 합창’을 초연한다. “선생께서 채보를 하시고 편곡까지 해주셨는데 세상을 떠나신 뒤 이제야 부르게 되었습니다.”라면서 박 단장은 아쉬워한다.

▪“여생을 화순소년합창단과 함께”

여생을 고향에서 화순소년합창단과 함께 보낼 거라는 박 단장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는 질문에 “군민문화센터에 연습실용 방 한 개 갖는 거와 화순관내 학교 순회공연 하는 게 남은 꿈입니다.”라고 쑥스러워하시며 가까스로 대답하신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이들의 눈빛과 마음을 닮아있다.
올해 80세인, 하지만 아직도 정신연령(mental age)은 동심童心의 소년少年에 머물러 있는 박인채 화순소년합창단장.

언젠가는 ‘화순소년합창단’이 군립(郡立)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박 단장의 또 다른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빌며 화순하늘 가득 ‘대한민국 최초 순수소년합창단, 화순소년합창단’의 천사목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박인채 단장: 010.2266.5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