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중 흘리는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연정 단장

현대무용의 어머니로 불리는 ‘맨발의 댄서’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은 “춤은 생명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생명의 학교다.”라며 어렸을 때 몸에 익은 동작을 평생 가져가는 무용수들을 위한 학교를 세워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평생 기성적인 표현 기교를 답습하지 않고, 자연과 자유를 찬미하고 구가하며 후진을 양성했던 이사도라 던컨처럼, 순수하게 “연습 중 흘리는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를 철저한 자신의 ‘화두(話頭)’로 삼아 오늘의 자신을 이룬 무용가가 우리나라, 화순에 있다.

지난 9월14일부터 23일까지 울산에서 열린 제26회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이연정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이연정 단장.

이연정 단장은 광주예고와 세종대 출신으로 지난해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안무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광주무용협회와 우리춤협회 이사로 활동 중인 지역을 대표하는 무용인 중 한 사람이다.

전국무용제는 1992년 춤의 해에 시작한 국내 무용경연대회 중 가장 큰 행사로, 각 지역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16개 시·도 대표 최고의 무용가, 단체 및 작품들이 기량을 겨루는 전국 최대 규모의 무용행사다.


‘한국무용을 기초로 하여 예술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하는 마음에서 화순에 무용학원을 설립한 이연정 단장.(화순읍 중앙로 90 대성빌딩 3층)

약속시간 보다 좀 일찍 도착하여 기자는 그녀를 기다려야 했다. 그녀의 사무실 벽에는

‘知之者 不如好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好之者 不如樂之者(호지자 불여락지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공자(孔子)의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었다.

잠시 후 첫 인상이 鶴같은 이미지로 다가오는 우아한 외모의 이 단장은 기자와 인사를 나눈 후 “무용의 불모지인 화순에 싹을 틔어 지역예술 발전에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만연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맡으면서 화순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어 우리 무용단 입지가 굳어지고 있음에 보람을 느끼고 흐믓 합니다.”라면서 수상의 영광을 제자들의 노력으로 돌리며 화순에서 정착하게 된 연유에 대해서도 짧게 설명한다.

이연정 무용단원들의 소속은 전국구(全國區)이다.
단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고 또한 제자들이 외지에 나가 활동하는 특이한 조직이다.
그만큼 이연정 단장의 실력이나 명성이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통령상 수상작 ‘카디날의 겹. 夾’은?

‘이연정 무용단’이 공연한 ‘카디날의 겹. 夾’은 남녀무용수의 호연과 화려한 무대연출, 개인­가족­사회의 관계망을 몸짓으로 풀어 쓴 깊이 있는 안무의도로 호평을 받았다.

카디널 피시

제 26회 전국무용제는 창작품 대부분이 각 지역의 역사·문화·환경을 소재로 했고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염원을 성숙한 시각으로 풀어냈으며 관객과의 소통에 큰 무게를 뒀다. 무엇보다 심사방식의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의 토론을 거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각 심사위원의 독자적 평가를 중시했다.

‘이연정 무용단’은 광주 대표로 참가하여 겹쳐지고 에워 쌓여 만들어내는 수많은 인과와 필연의 연결고리들을 표현했다. '카디날의 겹'은 거센 해류와 많은 천적들 사이에서 종족 번식을 위해 3개월 동안 먹지도 쉬지도 못한 채 수천 개의 알을 입안에 넣고 보살피는 카디날피시(cardinal fish)의 부성애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카디날피시’라는 수컷 물고기는 이 작품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겹’에 대한 출발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깨달음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안무를 맡은 이 단장은 무엇보다 이번 수상의 기회를 순간의 기쁨으로 여기기보다 자신에게 더 투자 하여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고 한다.

∎무언의 격려들은 나의 버팀목

예술이란 원래 고독한 것이다.
절대적인 평가란 있을 수 없고 상대적인 것이기에 영광과 환호 뒤에는 좌절과 슬픔 오욕의 순간들도 접하게 된다.

이 단장은 “어려운 점들도 있지만 저를 아껴주는 분들의 無言의 격려들이 저의 버팀목이 되곤 합니다.”
자신과 상대에 대한 믿음, 긍정적인 사고가 그녀의 예술세계를 더욱 빛나고 진취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도 무용에 관심도 많았지만 주변에서 무용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는 이 단장은 어쩌면 천생 무용가인지도 모른다.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성들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메마른 것들조차 풍요롭게,,,,,내재해 있는 모든 감정들을 모두 송두리째 꺼내어 손끝부터 발끝, 그리고 온 몸으로 보여주는 거지요. 저는 ‘연습 중 흘리는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연습을 시킵니다.”

지금은 다른 작품 구상 중에 있으며 구상중인 작품을 제자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번 대통령상 수상작품을 화순무대에 다시 올려서 지역민들께 보여드리고 그동안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하지만 화순은 아직 무대의 상수(Left Stage, 관객이 무대를 바라볼 때 왼쪽), 하수 (Right Stage, 관객이 무대를 바라볼 때 오른쪽)가 로비를 돌아 나와야 하는 형편이라서 앵콜공연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라고 한다.

고향을 떠나 무용의 불모지인 화순에 싹을 틔어 지역예술 발전에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이 단장의 무용에 대한 열정과 예쁜 마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군 당국과 예술단체 지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연정 단장: 010.9426.8575
이연정 무용연구소: 061.372.7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