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상에 동복댐은 이서면 서리와 동복면 연월리 사이를 가르는 냇가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상류로 수원지의 면적은 이서면이 85% 북면이 13% 동복면이 2%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 글은 <이서 수원지 이야기>로 합니다.

무등산의 동쪽 천하절경 적벽을 품에 안은 내 고향 이서는 숱한 자랑거리와 반대로 뼈아픈 수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 중엽 조광조와 최산두가 적벽을 세상에 알리어 이 후 정철 김인후 임억령 기대승 고경명 정약용등이 빼어난 절경을 노래하며 풍류와 가무를 즐기고 아울러 나라의 정치와 시대흐름을 논했던 장소로 여겨지며, 김삿갓이 두 번이나 다녀가고 마지막 생을 마감한곳이 또한 적벽입니다.

도석리에 있던 방석부 장터는 이서는 물론 북면과 담양남면 일부가 이용하는 이 일대 경제와 상업, 교통의 중심지였지요.
인구 또한 적지 않아 7천7백여 명에 이르렀고 해마다 배구대회와 마라톤 등 이서와 북면의 젊은이들이 씩씩한 힘을 겨루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멋과 낭만, 경제력과 젊음 그리고 사람숫자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던 이서가 7~80년대에 인간이 저지른 수마에 엄청난 폭격을 맞게 됩니다.

70년대 초 1차 수원지에 6개 마을 2천 5백여 명의 수몰민이 발생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80년대 초 이서와 북면 9개 마을 3천여 명의 수몰민이 또 속절없이 고향을 떠납니다.
일부는 정든 고향을 떠날 수 없다며 끈질기게 버텨 보지만 어느 여름날 폭우에 차오르는 물에 밀려 눈물과 한을 머금고 쫓겨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몇은 나름의 이주비 보상비를 받았지만 이주민 대다수는 어중간한 목돈으로 객지에 나가 사업실패와 생활비로 소진하기 일쑤였습니다.
대대로 시골구석에서 뙤기 밭 매서 근근이 먹고 살던 사람이 생활 터전을 물에 잠겨버리고 집 땅값 얼마에 보상비 몇 푼 얹어 주면서 어디로든 알아서 나가라하면 이 사람이 배운 게 있습니까? 아는 게 있습니까? 경험이 있습니까?
소장사를 하던 사람이 영업신고가 돼 있겠습니까?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겠습니까?
이주비 보상비 얼마의 목돈이 갑자기 생겼지만 무지렁이에게 금덩어리는 도시의 도사들에게 한 순간의 먹잇감밖에 되지 않았겠지요.

삭막한 도시에 나가 부딪히고 깨어지다 간절한 고향 생각에 고향을 찾아봐야 고향은 이미 낯설게 된지 오래이고 낮에 서성이다 해거름녘이면 눈물을 머금고 쓸쓸한 발길을 돌려 막막한 타향으로 다시 나가야 합니다.

수몰된 지 어언 4~50여년~
당시 아버지 손에 이끌려 나갔던 꼬맹이가 이젠 장성한 어른이 되어 아버지가 늘 뇌까리시던 고향을 찾아봤습니다. 말로만 듣던 적벽, 비록 물에 절반이 잠겼지만 아직도 장엄한 자태의 적벽도 보았습니다. 우리와 같은 실향민이 또 있겠다 싶어 한 사람 한사람 만나다 보니 그 수가 엄청나다는걸 깨닫습니다.
실향민 모임을 만듭시다. 만들어서 애환을 나눕시다. 회비는 십시일반 모읍시다.
해마다 하루씩 적벽에 모여 실향의 아픔을 나눕시다.

2015년 실향민회를 만들어 놓고 보니 의외로 인물이 많습니다. 할 일도 많아 여기 저기 들여다보니 어~! 동복댐 이서 수몰민은 타 수몰민에 비해 턱없이 낮은 대우와 형편없는 규제 적용을 받고 있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볼까요?

1, 80년대 초 전남 광주시와 이서 수몰민 대표 간에 협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여타 조항은 다른 댐과 비슷하지만 제 6조에 광주시는 수몰민 이주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것이 이제껏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주단지는 실향민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고향과의 연결 고리로서 고향과 타향의 완충 역할과 행정과 사회적 거점이 되는 상징적 지대입니다.

2, 수원지 주변 정비 사업법에 기인한 주변 정비 사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복댐과 유사한 타 지역 댐의 경우 2002년 법 제정 이후 2008년까지 주변 정비 사업이 완료되었으나 동복댐만 예외인 것입니다. 이에 화순군이 2012년 광주시에 사업 이행을 촉구한 결과 광주시에서 나온 대답은 동복댐 취수탑 공사로 인해 재원이 부족하므로 2020년께나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애매한 대답만 있었습니다.

3, 2014년 30년만의 적벽 개방이라는 대단한 슬로건으로 세상이 적벽을 재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수억 년의 침식 작용으로 우람한 위용을 자랑하는 적벽을 수원지 물이 절반쯤 잠식한 채 30여 년간 감추고 있다가 이제야 일부 공개한 겁니다.
여기서도 광주시의 횡포와 갑질은 여전합니다. 평상시 적벽입구 주차장에서 들어가는 입구 문은 철망문으로 굳게 잠겨 있습니다. 수, 토, 일요일 적벽투어라는 명목으로 문을 열지만 일반인은 여전히 진입 불가입니다. 이서 주민이나 실향민도 주민증을 제시하고 경비원의 확인을 거치고 엄격한 시간 제약 준수를 약속하고서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경비원 앞에서 화순 군청 직원도 자유로이 누구를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이 경비원이 누굽니까 광주시에서 수원지 경비 용역을 맡은 업체의 일반 직원입니다.

4, 수몰 직후 농토가 얼마 되지 않아 보상금이 적았거나 고향을 진정 사랑한 이는 수원지 상류에 정착지를 정하고 일부는 수원지에서 고기를 잡아 팔 요량을 가졌습니다. 이 전에도 적벽 주변의 큰 강에서 고기를 잡아 방석부 장에 내다 파는 어부가 몇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원지가 조성되고 철조망이 쳐진 이후로는 이들에게 수원지에 들어가고 고기를 잡을 자유가 없어졌습니다. 고기를 잡다 경비원에게 들키는 날이면 고기 잡는 어구를 다 빼앗기고 조그만 보트도 파괴당하고 고기 또한 압수당합니다. 그래서 경비원의 눈을 피해 밤과 새벽에 찻길과는 먼 산과 들을 지나다니려니 고생과 위험성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5, 이서 수원지 안에는 아직도 보상이 안 된 토지가 많이 있습니다. 문중 땅이나 등기가 불분명한 경우, 토지 양도를 끝까지 거부한 경우 등으로 그 넓이가 30만 평에 이릅니다. 즉 광주시가 수원지 전체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댐은 광주시가 축조했으니 관리권은 광주시가 주장합니다. 하지만 도도한 물의 흐름을 막고 중간에서 물을 빼가니 이하의 수리권은 어찌합니까. 또한 내 땅에서 나간 물의 가치 즉 원수값은 수원지민들과 전혀 논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이 명승지 적벽의 가치는 현실적 산술적으로 계산이 어려울 것입니다. 적벽이 아직 그대로 있었다면 이서는 그야말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관광지가 되어 관광 이서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릴 적 노루목 적벽에서부터 물염 적벽까지 7km에 이르는 수려한 절경을 천하의 명승지로 만들자는 우리의 꿈이 진짜 허망한 꿈이 되어버린 지금 허탈과 허무를 어디에 하소연할까요.

우리는 광주시에 바랍니다. 전국에 수많은 댐과 수원지가 있습니다. 어디보다 특별히 큰 보상이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애초의 협약서 이행과, 평균적인 수원지 주변 정비법과 관리규칙의 적용입니다. 특히 터무니없이 빠졌거나 제외된 부분은 하루 빨리 보완해서 실향의 쓰라린 아픔과 소외감을 달래 줘야 합니다.

이서면에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서의 친환경 농사와 사업을 적극 유도, 도농 상생의 모범을 보여야 하고, 광주시도 새로운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