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꽃 ‘연탄꽃’ 그림과 詩를 쓰는 박래균 소방위

초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이나 체육시간이면 운동장에 질퍽하게 앉아 작은 나뭇가지로 황토흙밭 위에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한 소년이 있었다. 화가가 되려는 꿈도 지니지 않았었고, 소년의 꿈은 그냥 막연하게 회사원이 되어 평범하게 사는 것 뿐 이었다.

그 소년은 자라 소방관이 된다. 소년에서 청년이 된 소방관은 어느 날부터 어린 시절 추억을 되 뇌이며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대신한 ‘수성 플러스 펜’으로 근무도중 시간이 나는 대로 운동장이 아닌 다이어리용 메모장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순소방서 현장대응단 화재진압 담당 박래균 소방위.

하지만, 그 에게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릴 때와 달라진 게 있었다.
그 시절엔 그저 막연하게 생각나는 대로 그렸지만 소방관이 된 이후에는 그 나름의 오롯한 ‘주제’가 설정된 것이다.

‘연탄(煉炭)’과 가난에 관한 추억들

∎유년 시절의 추억 ‘가난’과 ‘연탄’

유년시절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평생을 가지고 간다.

‘시와 노래 그림의 벗’인 화순소방서 현장대응단 박래균 소방위는 유년시절 엄마의 따스함 품속으로 기억되는 ‘연탄’이 주었던 기억을 글과 그림의 소재로 바리에이션(variations)하면서 자신의 직업인 소방관(消防官)의 임무와도 연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2015년 그의 초대 개인전 인사말에 이렇게 쓰고 있다.

“...
추운 것은 굶는 것 보다 싫었다.
단칸방에서 연탄 한 장으로 다섯 식구가 겨울밤을 지냈다...
추운겨울을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짜준 털실 옷과 아버지가 벌어온 돈으로 들여놓은 연탄이 전부였다.
...
덕분에 지금은 추위를 잘 타지 않는 어른이 되어 연탄詩를 쓰고 연탄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다...“ 라고.

<그림2왼쪽>박 소방위의 父親은 매달 20일이면 월급이 담긴 노란 봉투를 들고 동네 가게 외상값을 갚으러 가는 길에 박소방위를 데리고 가곤했다고 한다. 당시 박봉(薄俸)의 가난한 서민들은 대다수가 먼저 외상(外上)으로 물건을 사고 월급날 갚는 형태의 그런 信用(?)사회였다. 박 소방위와 인터뷰를 하노라니 同시대를 살았던 기자의 눈앞에 그 시절 풍경이 그려진다. 외상값을 갚는 아버지 곁에 있는 박 소방위 손에는, 외상값을 갚는 댓가(?)로 언제나 인심 좋은 가게주인 들이 쥐켜주는, 맛난 것이 들어있는 봉다리(봉지 封紙의 방언)가 들려 있었다.

유년시절 가난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훈훈한 주변의 人情과 人心들은 박 소방위에게 풍요로운 정서를 함양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훗날 박 소방위가 성장해서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연탄의 기억은 엄마의 품속 같은 따사로움이...

박 소방위는 고향이 광양이고 화순고 3회 졸업생이다. 23년 전 소방공무원으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은 뒤 2013년 화순소방서로 발령을 받아 현장대응단에서 화재진압을 담당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여 년 전부터 박 소방위는 시간 나는 대로 세월이 흘러가도 잊혀지지 않는 따사로운 어머니 품속 같았던 유년시절의 연탄 기억을 떠 올리며 시를 쓰기 시작했고, 흙바닥 위에 그림 그리던 추억을 되살려 플러스 펜으로 시 곳곳에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시의 소재는 제작기 달라도 시 행간에서 우러나오는 감정과 그림의 이면에는 연탄에서 묻어나는 따스한 인정들이 각양각색 사실화(事實畵)로 고스란히 배어 나옴을 감상하는 이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박래균의 연탄의 기억이 만들어 낸 작품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안도현--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연탄은 제 몸을 불살라 내뿜는 열기로 사람들은 허기진 가족을 위해 밥을 지었고 하루 일에 지친 몸을 달래었다. 그 뜨거움 위에서 사랑을 나누었고 늙은 부모를 모시고 딸 아들을 키워냈다.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였던 안도현 시인은 공동체의 善을 실현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던 전교조 교사들의 삶의 애환을 마침표도 쉼표도 느낌표도 없는 ‘연탄’에 비유해 詩를썼다.

박 소방위 역시 소방관으로서 自身을 던져 화재를 진압하고 人命을 구하는 연탄 같은 존재로 살며 연탄과 관련된 그림을 꾸준하게 그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소방관으로서 팽목항 현장구조업무에 참여했던 박 소방위는 연탄에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접목시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세상은 춥고 어려운데 연탄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돌보고 싶은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박 소방위의 그림은 팽목항 추모관에도 전시되었었는데 지금은 단원고 ‘기억 저장소’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고.

∎소방관 아저씨 ‘박래균’의 ‘연탄꽃’ 닮은 포부

박 소방위의 포부는 화순 구암리의 탄광을 석탄박물관으로 만들어 관광자원화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적벽, 운주사와 연계한 하루코스 관광벨트를 조성하면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역사성을 지닌 관광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박 소방위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관광 화순 발전을 위해 연탄 그림 재능기부도 할 것이며 연탄에 대한 인문학 강좌도 해보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피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린 시절 이웃들로부터 받았던 훈훈한 인정에 대해 자그마하게나마 보답하고 싶다고.

현재 박 소방위는 3년 전부터 5인조 통기타 그룹을 만들어 화순동구리, 큰재 등에서 거리공연도 하고 이번 4월 초파일엔 화순 춘양에 있는 개천사(開天寺)에서 공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화순소방서 화장실 변기위에 일주일에 한 번씩 연탄과 연관된 詩畫를 걸어 “글과 그림이 있는 화장실” 환경 조성을 2년째 해오고 있다.

소방관으로서 업무에 충실하며 갖가지 재능으로 화순사회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게 기여하는 박래균 소방위.

그의 ‘연탄꽃’ 닮은 따스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화순사회에 행복바이러스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박래균 소방위 프로필
전라남도 공무원 문학회 회원
시울림 시낭송회 회원
농장다리 7080 통기타 그룹멤버
현 전라남도 소방본부 화순소방서 근무

박래균 소방위: 010.6643.2662

<그림3중앙><그림5중앙><그림6중앙><그림7중앙><그림8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