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정 앞에선 나상돈 위원장

어진 선비들이 많이 배출될 지형이라는 어느 도승(道僧)의 말에 따라 ‘어질 현(賢)’자를 넣고 ‘빛 경(景)’자를 합하여 ‘경현’이라 했다고 전하는 빛담골 경현마을을 기자가 처음 방문하였던 건 2015년도 12월, 겨울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경현마을에서 직접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김장축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대숲에 안개가 자욱하고 김장축제가 열리고 있는 주민회관은 후끈한 김장김치와 인정들이 어우러져 겨울이 추운계절이라는 것도 잊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한데, 2016년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경현마을에서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꽈리고추 부각(식물성 식품에 찹쌀 풀을 발라서 말려 두었다가 필요할 때 기름에 튀겨 먹는 음식)만들기’ 행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4월의 햇살이 공연히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날, 다시 찾은 동면 경치리 빛담골 경현마을은 예전처럼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안개 대신 대숲사이를 휘도는 바람소리는 우렁찼다.

∎경현 마을

별산에 감도는 구름, 철철바위에 비치는 햇빛, 꿀봉에 뜨는 달, 가쟁이의 저녁연기, 살구정이 대밭에 내리는 비, 비녀봉의 단풍, 덕고개 풀피리 소리, 논등재에 홀로 서있는 소나무 등 아름다운 ‘경현 8경’이 있는 경현 마을은 실개천이 마을을 감싸고도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경현 마을은 동쪽으로는 도골, 용산, 서쪽으로는 꿀봉, 남쪽으로는 무름들, 설밑에, 중바우모퉁이, 담안들, 경현제 저수지, 안골, 대밭등, 서당등, 별산이 있다. 마을의 방향은 내를 중심으로 동쪽 또는 서쪽 방향으로 형성되어 있다

천혜의 환경자원을 갖춘 경현 마을에는 전남대 미술대 교수를 역임하고 도자기를 빚으면서 체험학습장을 운영하며 문화원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는 이석원 씨(60세), 민속학을 전공한 김인 씨(54세), 친환경농법전문가인 정종갑 씨 등 농촌을 계몽할 수 있는 인적(人的)자원들이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등 마을단체가 돈독한 유대관계를 가지며 마을화합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한편, 경현마을은 정월대보름이면 달집태우기, 농악, 디딜방아 거꾸로 세우기 등 전통놀이 문화 재현 및 대빗자루, 짚신, 건나물류 등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으며 비지정문화재로 1931년 경재 임병주(敬齋 林丙周)가 경현마을 뒷산 중턱에 세운 송국정(松菊亭)이 있다.

물위에 맑은 바람과 산사이에 밝은 달은 / 족히 유인(幽人)의 회포를 위로 하고
뒤란 가운데 푸른 솔과 뜰가에 누런 국화는/ 오래도록 은일(隱逸)의 지취(旨趣) 있도다

위 시조는, 처음에는 초가(草家)였던 것을 1931년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송국정에서 읊은 것라고 전한다.
정자명(亭子名) 송국(松菊)은 단순히 소나무와 국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육조시대(六朝時代) 大시인이었던 도잠(陶潛, 陶淵明)이 술과 송국을 좋아한 것에 연유해 명리(名利)를 떠나 자족하는 사람을 상징하고 있다.

경현마을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 폐교를 활용한 경복미술문화원은 그림그리기, 도자기 굽기 등 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경현마을

경현마을은 현재 45가구 84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41명이다. 사업참여하는 60명 중 40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이다

2016년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되어 2017년까지 2년간 1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건강관리와 소득활동 등을 지원받고 있는 경현마을은 농촌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소득활동, 생활환경정비, 사회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노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노령화되는 농촌을 밝고 활력이 넘치는 농촌으로 바꿔가고 있다.

∎경현마을 2017년 영역별 추진계획

경현마을 운영위원회의 농촌건강장수마을 활동계획을 살펴보면 3월~ 11월 건강관리 및 학습사회활동, 3월~ 6월 교육장 및 환경정비활동, 4월 공동경작활동, 11월에는 평가회를 개최한다. 자문위원들의 활동상황을 살펴보면 노인복지 및 깨끗한 마을만들기는 공병민 동면장, 건강체크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정기홍 동면보건소장이 지원하고, 조용태 동면파출소장은 노인 안전교육 및 지도활동, 박판석 천운농협조합장은 노인건강프로그램 참여활동을 지원하고 화순노인회 공한식 씨는 노인교육 프로그램 연계지원 및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3월27일에는 마을회관에서 농촌건강 교육에서는 닭요리 실습을 비롯해 놀이예술심리 치료로서 음악체조와 풍선놀이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농업기술센터 이옥선 기술보급과장이 ‘인생교육’ 강의를 하여 호평을 받았다.

‘농촌건강장수마을 육성’ 사업은 농촌 노인의 건강관리와 학습활동을 통해 사회활동 참여기회 제공과 노후의 질적 생활 기반 향상에 궁극적인 취지가 있는데, 지난 해 시범마을로 선정된 경현마을은 교육과 더불어 사회활동인 마을 공동 경작으로 고구마를 재배해 판매를 하는 등 마을 노인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꽈리고추 부각 만들기’

오늘 행사는 화순군이 지난 4월, 전통음식 솜씨 보유자의 노령화와 서구화된 식문화 트랜드 변화로 점차 잊혀져가는 우리 음식문화를 재현, 계승하고 전수하기 위한 취지에서 동면 경현 농촌건강장수마을에서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부터 맛보았던 음식을 되살리고, 마을주민 소득활동으로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전통 음식문화 계승활동을 통한 마을공동체 소득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前年도 부터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조유순 강사를 초빙해 2회에 걸쳐 강정 및 꽃절편, 고구마 조청 만들기 프로그램을 경현마을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 운영했고, 앞으로도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부각 및 복숭아 양갱 만들기 등 8회 운영할 예정이다.

나상돈 위원장은 “올해로 끝나는 농촌건강장수마을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2주에 한 번씩 교육장에서 전통음식과 한과, 된장 등을 만들어 수익사업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특히 경현마을이 장수마을이 되면서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여 적적하고 정체되었던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진취적인 마인드로 변화되고 있다.”라면서 고추와 쌈배추 등을 가꾸어 로컬푸드에 납품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꽈리부각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는 임호준 노인회장

한편, 경현마을 일이라면 항상 솔선수범하는 경현마을 터줏대감 임호준 노인회장은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이 올해 2017년까지인데 나상돈 위원장의 수고가 많다. 우리도 열심히 협력하고 있는데 작년에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더 열심히 해서 전남도에서 으뜸가는 경현마을을 만들겠다.”라면서 “오늘의 꽈리고추부각만들기 행사는 ‘전통음식만들기’를 놀이로 생각하며 즐겁게 하면 노인들 心身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 지난 4월12일에는 마을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마을회관, 도로변, 마을정자 주변 쓰레기 수거와 꽃밭 조성도 하였다고 전한다.

∎경현(景賢)마을을 영원한 건강장수마을로!

농촌건강장수마을사업을 통해 郡당국과 지역 자문위원들, 어르신들, 지역민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농촌사회개발 프로그램을 개발과 사업의 연속성을 위한 수익창출 아이디어를 창안하여 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우리 스스로 삶의 터전을 가꿔 자손들이 돌아오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경현(景賢)마을을 영원한 건강장수마을로 만들겠다고 다부진 의지를 표명하는 나상돈 위원장.

그의 소박하면서도 간절함이 깃든 소망이 어쩌면 경현마을 모든 어르신들과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하며 경현마을이 영원한 건강장수마을로 남기를 바란다.

경현마을 어르신들이 일군 송국정 앞 꽃밭

어르신들이 공동경작하는 텃밭

꽈리부각만드는 작업

꽈리부각 만드는 과정을 강의 하는 조유순 강사

마지막 찌는 과정이 끝나고 말리고 있다.

나 위원장이 기르는 귀여운 강아지들

경현마을의 정겨운 탱자나무 울타리

대사골에서 바라본 경현 마을

나상돈 위원장: 010.3610.3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