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 앞에 선 구은우 작가

예전에 인터뷰한 어떤 화백은 ‘人生은 二毛作’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좋아하던 그림을 그린다던 그는, 이제는 他界하여 이 세상에 없지만, 서예가 구은우 작가를 만나 인터뷰 하다보니 그 화백과 이미지가 오버랩(overlap)이 된다.

초대작가 지정서

‘서예가’ 하면 일반적으로 무언가 무겁고 고답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게 되는데, 구은우 작가는 매우 털털하고 서민적이다. 능주 만인리 2구가 고향인 구 작가는 태어난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서예는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 정신적인 취미생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만인리 인근에 漢學을 전공한 당숙(堂叔)들이 거주하고 있어 그 분들과 자주 교류하다보니 ‘서예’와의 만남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해 버린 지금, 일손이 부족한 상태에서 농사지으며 서예를 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구 선생은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아내 박순옥씨 덕분에 ‘농부와 서예가’ ‘이모작 인생’을 즐기고 있다 한다.

∎추천작가 되기까지 10여 년 세월

구 작가는 광주시전과 전남도전에 8년간 꾸준히 출품을 해오다가 이번에 추천작가로 선정되었다. 해서(楷書), 예서(隸書), 전서(篆書), 횡서(橫書)를 자유자재로 쓰지만 구 작가는 특히 예서체가 情이 간다고.

“끝가지 배우는 자세로 갈겁니다. 서예는 끝이 없습니다. 꾸준히 배우고 정진하다보면 내 자신에게도 정신수양이 되면서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깁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 마인드가 되는 거 같아요.” 사진촬영차 만인리 감농장에서 다시 만난 구 작가는 무척 행복한 표정으로 말한다.

올해 68세 라는 구 작가에게 연세에 비해 무척 젊다고 하자 곁에서 감을 고르던 아내 박순옥 여사는 “맨날 철이 없으니 그렇죠. 농사를 짓는 사람이 글씨쓰고, 기타치며 즐기며 사는데 늙을 일이 있겠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박 여사의 표정은 모든 것을 다 아우르는 ‘누이’처럼 온화하다.

현재 구 작가는 서예 외에도 나드리복지관에서 재능기부로 기타(guitar) 공연 봉사도 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메론과 토마토를 대량 재배하고, 복숭아· 감 과수원을 하며 노지에서 벼농사도 짓는 구은우 서예가.
화순예술인협회 회원이기도 한 구 작가는, 지난 10월 27일 힐링푸드페스티벌 개막식날 제26회 화순예술인협회 회원전을 갖기도 했다.

광주·전남 미술대전 입선과 특선 1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특선 7회의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구 작가의 ‘끝없는 배움의 열정’이, 겸손하면서도 욕심부리지 않고 사는 그의 ‘농부이자서예가 인생’에 영원한 ‘긍정의 선물’이 되리라는 확신이 가지며 해 저무는 만인리를 떠나왔다.

이만선 서예가와 함께한 구 작가

글씨를 쓸 때의 구 작가의 잔잔한 마음을 닮은 구 작가 자택 근처의 저수지

감농장에서 감을 따고 있는 구 작가

아내 박순옥 여사가 직접 가꾼 뜨락

지은지 80년이 된 구 작가 자택의 집 써까래와 정원

구작가 마당에 감이 말려지고 있다. 정겨운 풍경이다.

구은우 작가: 010.2638.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