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목)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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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한 ‘천년의 전쟁’은 신 작가가 집필 투혼을 불사르며, 평생에 걸친 불교와 우리 정신사에 대한 공부를 일거에 쏟아낸 소설이다. 또한, ‘천년의 전쟁’은 작가의 평생 지적 여정을 담아낸 금세기 최고의 역사소설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라는 書評을 받으며 서점가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 작가의 본명은 ‘신평우(申平雨)’로, 경희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황순원(黃順元) 선생에게 ‘좋은 작품을 쓸 소질이 엿보인다’ 하여 유망주로 지목돼 기대를 모으며 습작을 시작했다.
∎화순이서 출신 신지견 작가
신 작가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적벽’으로 더욱 유명해진 화순 이서출신이다.
화순 출신이라는 반가움에 먼저 고향에 대한 추억이나 애틋함에 대한 질문을 하자 작가는 “‘고향에 대한 추억’이라고 하니,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 4분의 4박자,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동요가사가 먼저 떠오릅니다. 공기청정하고 싱싱한 나무들이 무성한 무등산을 등에 짊어진 이서는 십여 년 전 부모님이 타계하실 때까지 생활의 터전으로 저는 화순이 고향이 아니라 그냥 화순 사람입니다.”라고 몸은 비록 타관(他官)에 있어도 자신은 언제 어디서나 ‘화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출간한 ‘천년의 전쟁’에 대한 작가로서의 ‘말’
신 작가는 ‘천년의 전쟁’ 집필을 위해 ‘전등록’과 ‘선문염송’ 등 선불교(禪佛敎)의 경전들 속을 헤맸으며, 서산과 조선 선승들의 발걸음을 좇아 전국의 산하를 유랑하듯 답사했다 한다.
정심(淨心)선사로부터 지엄(智儼), 영관(靈觀)을 거쳐 서산(西山)으로 이어지는 조선 중기 선불교의 흐름을 그 어떤 불교 이론서보다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는 ‘천년의 전쟁’은 ‘서산의 행적’이 소설의 큰흐름을 끌고 간다.
注; ‘서산대사’로도 우리에게는 더 익숙한 ‘서산’은 조선시대 스님으로 속명은 최여신(崔汝信), 자는 현응(玄應), 호는 청허(淸虛). 법명은 휴정(休靜)이다. 1520년 출생하여 1604년 1월. 1538년 출가하여 1540년 계(戒)를 받았고. 1552년(명종7) 승과에 급제하여 대선, 중덕을 거쳐 교종과 선종판사를 겸임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3세 노구로 왕명에 따라 팔도십육종도총섭이 되어 승병을 모집, 명나라 군대와 합세, 한양수복에 공을 세웠다. 좌선(坐禪),견성(見性)을 중시하고 교(敎)를 선(禪)의 한 과정으로 보고 선종에 교종을 일원화시켰다. 1604년 1월 묘향산 원적암에서 설법을 마치고 자신의 영정을 꺼내어 그 뒷면에 “80년 전에는 ‘네가 나’이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너’로구나(八十年前渠是我 八十年後我是渠).”라는 시를 적어 사명당과 처영에게 전하게 하고 가부좌하여 앉은 채로 입적하였다. 다비한 사리는 묘향산 보현사, 안심사와 해남 대흥사에 나누어 부도를 세웠다.문집으로는 <청허당집>이 있고, 편저에 <선교석> <선교결> <삼가귀감> <심법요> 등이 있다.
신 작가는 ‘천년의 전쟁’ 집필 계기와 배경에 대해 “서산대사의 유의처(遺意處)인 해남 대흥사의 청탁으로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서산’이란 제목으로 전10권 대하소설인데, 이번에 좀 미흡한 곳을 손을 보아 ‘천년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새로 출간하여 지금 1권 2권이 서점에 나와 있습니다. 작가는 자기 작품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손에서 작품이 떠나면 평가는 오직 독자들 몫입니다.”라면서 독자들에 의해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신 작가가 추구하는 ‘문학의 세계’란?<그림2왼쪽><그림3왼쪽>
신 작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문학세계에 대해서는 사뭇 진지하고 길게 말을 이어간다.
“여기에 대한 답은 굉장히 많습니다만, 다음과 같이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부와 권력, 두 축이 이끌어가는 자본주의 사회가 양산한 세속적 철학이 난무하는 사회에 소설이 안 팔려, 서점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 문학(소설)이 던질 메시지가 무엇일까?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앞으로의 비전은 과학이며 자본주의는 사라질 것이라고 한 학자들 책도 좀 보았습니다. 그러나 탐욕의 문화와 사회의 무관심은 삶의 질을 떨어뜨렸고, 신분 격차를 많이 벌려놓아 긴장과 고통만 안겨주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인종적 갈등, 핵무기 확산, 지구온난화는 자본가나 비자본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위협이자 생명을 조여 오는 무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획기적인 정치 리더로도 해결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쯤 되면 종교가 나서야 하는데, 종교자체가 세속화되었고 종교 간의 적대감으로 치유는커녕 되레 종교 그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날로 탐욕주의로 치닫는 경제의 고삐를 틀어쥘 정치, 외교 리더십의 무력화는 대다수 국민을 경제적 공황에 빠뜨려 가고, 경제 분석만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해 줄 대안이 없음에도 세속적 철학은 앞장서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 교육이라 하겠으나, 우리 교육 현장을 보면 미래의 가치를 바람직하게 프로그래머 할 인격의 완성자를 길러내고 있다고 기대를 걸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문학이 답해야 할 차례라고 생각하면서 저의 작품 속에서 이 문제의 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경희문학상에 대해 부연하자면 경희대학이 제 모교이자, 황순원 선생님 제자로 젊은 시절 촉망받던 문학도였습니다. 올해 경희문인회에서 경희문학상 수상자로 확정되어 오는 11월 18일 시상식을 한다고 알려와 며칠 전, 관계 문인들과 교수 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라면서 작품 속에서 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 앞으로 자신이 추구해야할 문학세계라고 한다.
∎“‘선가귀감(禪家龜鑑)’도 번역중이시라고 들었는데요?”
신 작가 知人이, 기자에게 “지금 작가님은 ‘선가귀감(禪家龜鑑)’도 번역중 이십니다.”라고 귀띔을 해주어 작가에게 여쭙자 “선가귀감은 다른 분들의 훌륭한 번역본이 많이 나와 있는 책이어서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제가 다시 번역할 의미가 없는 책입니다. 제가 번역을 한다면 소설가여서 문장이 좀 깔끔할 것이라는 것밖에 없는데, 출판사 쪽에서 번역을 해달라고 해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꼭 필요하다고 거듭 부탁을 해서 쓰던 작품을 중단해 놓고 지금 그걸 손보고 있습니다.”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한다.
∎화순군민들에게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
신 작가에게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에게 동향인으로서, 또한 저명한 작가로서 한 말씀을 부탁드렸다.
“제가 군민인데 새삼스럽게 할 이야기는 없고, 이서면에 경관이 제법 괜찮은 곳에 제 산이 좀 있는데, 그곳에다 제 서재와 문학관을 하나 마련했으면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오기는 했습니다만, 저에게 그만한 경제력이 없어서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
다소 겸연쩍어 하시는 말투에서, 평생을 순수한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온 신 작가의 인생여정이 애잔하게 전해진다.
예술가든 과학자든 누구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몰입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고 후세들에게도 자랑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물려주고자 할 것이다.
1944년 生이시니 올해로 72세를 맞이하는 신지견 작가의 ‘토담아래 핀 채송화’ 같은 ‘소박한 꿈’이 꼭 이루어지길 소망하면서...작가님! 항상 건안하시고 좋은 작품들 기대합니다.<그림4중앙>
신지견 작가: 010.3606.6412
엄태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