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뭉게소년 오경수 시인

화순군 북면 백아로길 2152-2번지에 위치한 갤러리 ‘아름다운 동행’.
그곳에 가면 입간판에 ‘선한사람들이 예쁜마음을 서로 훔치는 공유공간’이라고 씌어있다.

“예쁜마음 티켓만 가져오면 공간을 제공한다.”는 이 갤러리의 주인장 오경수 시인.
오 시인은 부인 임길남씨와 함께 광주의 집과 ‘아름다운 동행’ 갤러리를 오가며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노래를 합창하며 살고 있다.

가끔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부부들을 보게 되는데 어떤이들에게는 그냥 보여지기 위한 전시적인 행복처럼 느껴져 씁쓸하기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오늘 만난 오 시인 부부는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이 기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광산구청 총무국장을 마지막으로 지방행정직 40년 공무원 인생을 마무리 하고 시와 영상작업을 하면서 ‘어린왕자’같이 낙천적인사고로 행복바이러스를 주변에 선물하고 있는 오 시인은 어떠한 사람인지 인터뷰를 청해본다.

날아가는 새라도 붙잡아 행복을 전해 주고 싶다는 오 시인 부부

∎1955년생, 나이는 18세 이름은 ‘경수’

창가에 유채꽃을 꽂아놓은 뭉게소년의 섬세함

오 시인은 1955년생인데 나이는 18세라고 한다.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오 시인은 “현재 나이를 기준으로 종명(終命)을 80세로 생각해 계산하면 남은 인생이 18년입니다. 그래서 내 나이는 18세입니다. 왜 이렇게 나이를 계산하게 되었느냐면, 그래야 남은 생, 하루하루를 보다 더 소중하고 성실하게 살 수가 있으니까요.”
처음엔 궤변(詭辯)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참 그 다운 논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오 시인은 ‘자신’과 ‘글’은 필연관계였다면서 ‘절망은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질곡의 삶을 살아온 그에게 ‘글’을 쓰는 일은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이었다고 술회한다.

하지만 그런 힘든 삶의 역경을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오 시인은 “우리 세대는 축복받은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사(先史)문화부터 초광속문화까지 섭렵한 세대이니까요.”라면서 어린시절 몸이 아플 때면 呪術을 외우며 곡물담은 주머니로 머리를 맛사지하면서 병을 치료해 주던 祖母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해준다. 진통제 한 알 먹으면 금세 낫는 요즘을 살고있는 신진세대들에게는 드라마속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 여길 것이다.

∎‘나는 엄청난 부자’

오 시인은 2012년 발간한 그의 영상 에세이집 ‘낮달 품어 나는 새’ 에서 “누구나 삶을 살아감에 있어 목적이 있고 꿈꾸는 이상이 있을 것이다...자신의 존재론적 의미를 생성과 소멸의 상관관계에서 찾다 보면 결국 그 답은 자연에서 구할 수 밖에 없게 된다.”라고 작가의 말을 쓰고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에서 자신은 엄청난 부자라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갤러리 근처에 위치한 금호리조트, 아쿠아나 온천, 주변에 펼쳐진 자연경관을 모두 자유롭게 보고 즐기니까요. 또한 반찬이 없으면 바로 앞 산에 올라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나물을 채취할 수 있답니다. 도시도·오지도 아닌 곳에서 이렇듯 자연을 가까이하며 모든 걸 누릴 수 있으니 저야말로 부자이지요.”라면서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사람들도 인심이 좋고, 마음이 풍요로워 시골사람들이 도시인들보다 행복하게 산다고 덧붙이는 오 시인은 머지않은 날에 귀농·귀촌인들과 네트워킹을 통한 공동체도 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삶’이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다.

공식적으로 전주 소리문학관에서 ‘시의 이론과 실제’를 강의하고 광주 동명동 젊은 화가들과 ‘도시 창작문화인들의 모임’도 가지고 있다는 오 시인은 요즘의 자신의 삶이 ‘노는 문화속에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매우 유익하고 즐거운 나날이라고 한다. 또한, ‘글’과 ‘영상’작업을 통하여 자기성찰의 기회를 가지면서 욕심을 내려놓고 살기 때문에 마음이 지극히 평온하고 행복감은 倍加되고 있다고.

∎‘아기’같은 마음으로,,,童詩가 더 좋다.

文壇 登壇시 동시로 데뷔했다는 오 시인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마음이 ‘아기’시절도 되돌아 간다고 말한다. 세속적인 나이는 많지만 정신연령은 젊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하는 오 시인에게 知人들이 붙여준 별명은 ‘뭉게소년’ 이라고.

한편, 작년 삶과 죽음사이를 오가는 사건(?)을 겪으며 앞으로의 삶은 새로운 관계의 생성을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 말하는 오 시인은 지금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서 지나온 과거를 재배치하고 미래를 재단하여 철저하게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것인가’를 묵상하고 있다고.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서면서 오 시인의 외동아들 ‘오는새벽’君 이야기가 나오자, 기자를 위해 자신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76가지 약초를 발효시킨 효소를 내오며 조용하게 앉아있던 오 시인의 부인 임길남씨가 “저는 남편이 있어 행복하고 남편은 제가 있어 행복하고, 우리부부는 아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들도 우리가 있어 행복하다고 하니 우리는 모두 서로가 존재하기에 행복합니다.”라면서 날아가는 새라도 붙들어 자신들의 행복을 전하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오 시인 부부는 결혼 7년만에 귀하게 얻은 아들 ‘오는새벽’군을 남들이 보기에는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방임주의적 교육을 하고 있다. 오 시인 부부는 이에 대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도록 하기 위함일 뿐이다.”라면서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타인들에게 ‘예쁨 받는형’으로 성장해서 부모된 입장에서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쁜 마음티켓 들고 아름다운 동행으로 오세요!

올해 오 시인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자신이 작시한 시 ‘섬꽃 이야기’가 가곡으로 만들어져 ‘응답하라,가곡! 제주를 노닐다’라는 타이틀로 음반이 제작되었다. 음반 발매 기념으로 지난 4월1일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발표회가 열렸는데 오 시인은 앞으로 매년 한 번씩 서울에서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오 시인은 화순군민이든 누구든 예쁜마음의 티켓만 가졌다면, 스크린이 내부에 장착되어 영화도 상영할 수 있고 아담하지만 복층으로 된 전시공간에 작품전시도 가능하며, 워크샵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동행 갤러리에 초대한다고 마음 너른 주인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10년 전 처음 이 건물을 경매받아 리모델링 할 때 오 시인은 전시하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 못하는 가난한 동료 화가들을 위한 배려의 차원이었다고.

지금도 꿈을 꾸며 때론 영상으로, 때론 글쓰기를 통해 지난 시간들의 기억소지들을 복귀하고 재현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꿈길을 연다는 오경수 시인.

인터뷰를 마치면서 오 시인의 시 한편을 소개한다.

오래된 풍경 속으로/오경수

밤이면 별빛이 총총히
산 아래까지 내려오는
골 깊은 산마을에
불빛이 하나 둘 켜지고
개천가 외딴집에도
불빛이 하나 더 들어온다

돌 반 흙 반보다도
자갈이 더 많은 거친 땅
가끔은 멧돼지가
텃밭 고구마를 일찌감치 거두고
고라니가 채소밭을 일궈
콩을 심는다

검붉은 흙을 드린 손톱 밑에
향기로 말하는 취나물이 자라고
보랏빛 산도라지
예쁜 웃음꽃이 피어나는 곳
사람도 자연이 되어
자연공부를 하며 산다

이제 오고 가는 길 익숙해 졌고
사연 많은 고개 길 찬찬히 올라
거북이 등판 같은
사람들의 손등에 내손을 포개며
아버지의 따스한 손길을
더듬어 본다.

오늘도 “나는 1955년생 나이는 18세 이름은 경수”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어린왕자’를 닮은 오 시인과 부인 임길남씨가 전하는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싶다면 ‘예쁜 마음의 티켓’을 가슴에 품고 화순군 북면 백아로길 2152-2번지에 위치한 갤러리 ‘아름다운 동행’을 찾아가보자!
오경수 시인: 010.3624.6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