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농원 복숭아꽃밭에서 미소 짓는 박민자 대표

4월 이다.

T.S.엘리어트는 그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 첫 행에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 4월’을 ‘잔인한 달(the cruellest month)’이라고 표현했지만, 나에게 있어 4월은 긴 겨울지나고 병아리 솜털같은 햇살아래 찬란한 빛깔로 대지 위를 수놓는 꽃들의 잔치가 있는, 생명의 달이자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달이기도 하다.

거리에 나서면 길켠에서 눈에 띄는 화사한 봄 꽃들.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마음을 설레게 하는 복숭아꽃이 만발했을, 화순군복숭아연합회영농조합법인 박민자(朴珉子)대표가 살고있는 도곡 효산리를 찾아본다.

∎도곡효산리 그린농원

2013년 2월도 다 지나갈 무렵 처음 찾았던 그린농원은 아직 복숭아 가지에 봄 기운만 파릇파릇 오르고 있는, 바람이 몹시 세찬 날이었다. 저 멀리 화순전남대병원까지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농원의 전망이 참으로 좋아 추운것도 잊고 감탄하고 있을 때 농원의 주인장 박대표는 ‘하늘이 주신 장소’라고 아주 경쾌하고 자신있게 말했었고, 그 때 난 복숭아꽃이 만발하면 무릉도원이 여기이겠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그린농원은 고인돌공원입구 도로에 들어서자 마자 저 멀리 분홍색 꽃동산이 눈에 들어오면서, 금방 ‘저 곳이 그린농원’임을 알아차리게 했고, 나도 모르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흰동네~~~’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오늘도 기자를 보자마자 박대표는 집 아래의 바위 틈틈 사이로 솟아오른, 아직은 꽃을 피우지 않은 이름모를 푸르른 화초들을 가리키며 “조금 지나면 이곳에서 갖가지 꽃들이 피어나 온통 꽃밭이 되어요. 그래서 나는 매일 꽃길을 걷게 된답니다”라며 목소리에 행복을 가득담아 말한다.

이미 분홍빛 화려한 꽃바다를 이루고 있는 3,500평 그린농원은 발길 닿는 곳마다 화사한 복숭아꽃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에게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을 약속하며 인사를 전하고 있다.

박대표의 ‘그린농원’에서는 대옥계, 경봉, 장택백봉, 천중도엑셀라, 장호원황도를 재배해오고 있는데 올해는 ‘대극천’이라는 조생종 신종을 5월에 식재하여 7월 초 수확할 예정이다. 책자(冊子)에 따르면 대극천은 당도가 높고 식미가 우수하며 비가와도 당도변화가 적다고 한다.

그린농원에 활짝 핀 복숭아꽃

∎화순군복숭아연합회영농조합법인 박민자(朴珉子)대표

지난해 2월 설립된 화순군복숭아연합회영농조합법인.

협업적 농업경영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공동출하 및 가공 등을 통하여 조합원의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설립된 화순군복숭아연합회영농조합법인은 화순군복숭아연합회에 속하는 총 313 농가중, 250 농가가 가입했으며 대표이사에 신동연대표, 상무이사에 박민자 현대표가 선임되었었다. 하지만 신대표의 병환으로 인하여 지금은 박민자 전 상임이사가 화순군복숭아연합회영농조합법인 대표가 되었다.

박대표는 취임사에서 조합원들이 정관에 명시된 규칙만 잘 지켜주고 따라준다면 대표로서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화순군영농조합법인을 반석위에 올려놓을 것이며, 전국 어느복숭아영농조합법인보다도 우수한 법인체의 면모를 보여줄것이라 다짐했다고. 하여, 박대표는 복숭아연합회시절에는 무언가 마음이 가벼웠는데 법인대표가 된 지금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조합의 발전을 위하여 매진하게 된다고 전하며 지금도 취임 당시의 초심을 간직하고 있다.

250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이끌어가야하는 대표로서의 중책이 그래도 수월할 수 있는 것은 지역별로 이사를 배정하여 탁월한 조직력이 법인을 일사천리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면서 박대표는 조합원들의 협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 인터뷰 당시에도 기자의 눈에 도곡의 여장부처럼 보여졌던 박대표는 지금도 여전히 적극적이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과 진취적인 기상을 보여준다.


∎박대표가 자부하는 ‘명품 화순복숭아’

박대표는 “화순은 기후나 지형이 복숭아 재배에 유리하여 당도가 높아 타지역 상품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복숭아품평회에 참여하면 화순복숭아의 우수한 품질을 확실히 보고 느껴 복숭아 농가들도 자긍심을 갖게 되지요.”라며 복숭아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복숭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한편, 법인을 만들고 난 후 올해 처음으로 퇴비, 복숭아 열매 씌우는 봉지, 농약을 대체하기 위한 친환경농자재인 석회유황합제 등을 공동구매로 시도해 보았는데 대량구매이다 보니 우량 품질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게 되어 전체농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뿌듯해 한다.

박대표는 군에서 복숭아농가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친환경 약제구입 지원금, 박스제작 보조금 등 협조를 해주어 항상 고마운 마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타지역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맛좋은 고품질의 복숭아를 생산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 화학 비료보다 유기질 퇴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2016년도에도 복숭아 천공병(穿孔病, 세균성구멍병이라고도 하며, 복숭아가 마치 산탄총에 맞은 것처럼 시커먼 구멍이 나는데 구멍이 둥글기보다는 다각형모양이 특징)친환경 방제 약제 구입비를 군에서 지원해 주어 도움이 되었지만, 아직도 농가들의 자부담 비율이 크기 때문에 실제 농가에서 체감하는 복숭아 농사에 따르는 재정적인 부담에 대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박대표는 전한다.

∎화순군복숭아연합회영농조합법인 대표로서의 포부

평생을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농업 경영인으로서 겸손한 마음으로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농법에 대한 지식 체득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박민자 대표.

FTA타결로 전국적으로 복숭아 재배추세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전국적으로 조합원이 250명 되는 법인 규모는 ‘화순군복숭아연합회영농조합법인’이 유일하다면서 다른 작물 재배 권유도 받았지만 오로지 ‘복숭아’재배 만을 고집하면서 복숭아를 사랑하고 있는 박대표는, ‘名品 복숭아’로 ‘名品 화순’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한다.

아울러, 전년도 화순읍사무소에서 개최했던 복숭아품평회를 올해는 복숭아 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 능주 수동마을 일원에서 개최할 거라는 계획도 밝힌다.

한 눈을 팔지 않고 열심히 한 길을 가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도곡의 여장부에서 이제는 ‘名品 복숭아’로 ‘名品 화순’을 빛내고 싶다고 포부를 말하는 박대표 모습에서 언뜻 ‘복숭아 女王’같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부디, ‘화순복숭아’가 ‘전국적인 명품’이 되어 ‘名品 화순’을 대한민국 전체로, 더 나아가 바다 건너 외국까지 홍보하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라면서, 시경국풍(詩經國風) 제01주남(第一 周南)에 실린 ‘도요(桃夭)’ 시를 올려본다.

桃之夭夭(도지요요) 싱싱한 복숭아 나무여!
灼灼其華(작작기화) 붉은 그 꽃 화사하네
有蕡其實(유분기실) 탐스런 열매 열렸네
其葉蓁蓁(기엽진진) 푸른 그 잎 무성하네
之子于歸(지자우귀) 시집가는 아가씨여!
宜其室家(의기실가) 그 집안을 화목하게 하리

박민자대표: 010.5002.4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