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교정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임점수회장

누구에게나 초등학교 때의 추억은 아련한 그리움이다.

기자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부임지를 따라 초등학교(우리 시절엔 국민학교)를 네 번 전학다녔는데, 그 시절 추억이 도회지에서 다닌 중·고등, 대학시절 보다 훨씬 더 애틋하고 선연(鮮然)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하얀 나비달린 고무신 신고 긴머리 찰랑거리며 울퉁불퉁 황톳길 달려 다니던 일, 엄마가 오빠와 동생이 있는 외가에 가신 날은, 텅 빈 집에 들어가기 싫어 탱자나무나 옥수수대로 세워진 관사 울타리 아래 쭈그리고 앉아 마냥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던 일, 오전반(午前班)인 날(그 시절 시골학교는 수업이 이부제(二部制)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공부했다)이면, 하학 후 이웃집 언니들 따라 바구니 들고 들로 산으로 나물캐러 가던 일 등 등....

▪임점수(任點洙) 화순오성초등학교 총동문회장

지난 9월27일 추석 날, 경전선(慶全線)이 지나가는 화순역(驛) 옆에 자리한 화순오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제25회 화순오성초등학교 총동문체육대회가 열렸다.

추석 아침상을 물리고, 기자는 화순오성초등학교를 찾아, 어릴 적 꿈과 희망을 키운 교정에서 그 시절로 돌아가 그 때를 회상하며 선·후배간의 격의 없는 대화와 정을 나누는  총동문체육대회를 지휘한, 임점수 총동문회장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져 보았다.

개회행사가 끝나고 만난 임점수 화순오성초등학교 총동문회장은 “유년시절 애틋한 추억이 깃든 이 교정은 천진난만한 이상과 희망을 싹 틔우고 길렀던 인생의 고향이었습니다.” 라고 오성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가 학교 다니던 1960년대 당시 오성초등학교는 시골 오지학교 였습니다. 모두가 가난하고 어려웠던 그시절, 교통도 불편하여 대외적인 교류나 접촉도 거의 없던 어린 우리들에게 훌륭한 선생들의 귀한 가르침은 지혜를 심어주고 인격형성의 밑거름이 되었지요. 그래서 소년시절 저의 꿈은 교사였습니다.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임회장 친필

▪임회장이 회상하는 오성초등학교

벽라리 2구가 고향이고 오성초 23회 졸업생이기도 한 임회장이 다니던 오성초등학교는 교사(校舍)가 일본식 건축양식이었고 숲이 울창했으며 체육관도 없었다고 회상한다.

학생들 거의가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형편 이었으나, 당시는 학년마다 2 개반 만 있어 2년 정도 차이나는 선·후배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돈독했으며 우정도 깊었다 한다.

초등학교 졸업 후 도회지로 나가며 지금은 거의 소식을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지만 임회장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특히 동네친구였던 이인균, 예뻤던 여학생 김선희(?)를 기억에 남는 친구로 뽑았다.

▪렌즈에 담아내는 임회장의 화순사랑, 자연사랑

예로부터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 연민의 정을 느끼는 사람은 선(善)하다고 한다.

유·소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내서인지 자연사랑이 유난한 임회장은 이제는 도시화 되어가는 고향을 보면서, 감수성 깊은 소년의 가슴을 꿈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채색시키던, 이제는 사라진 옛 고향풍경에 대해 짙은 향수를 느낀다.

현재 어엿한 중견 건설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사회에 우뚝 선 임회장은, 매일 바쁜 업무에 쫓기는 일상이지만 서양화 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10 여 년 전부터는 사진에 심취해 자연생태계를 렌즈에 담는 예술적 여유를 즐기는 멋쟁이 이며 환경보호가이다.

“화순이 귀한 철새 도래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세계조류보호종인 호사비오리, 원래는 텃새였지만 멸종해 철새가 되어버린 먹황새가 귀한 겨울손님으로 화순을 찾아 옵니다. 또한 화순에는 분포 북방한계선이 제주 한림읍인데 화순까지 들어와 자라고 있는 살아있는 화석식물이자 법정 보호식물인 솔잎난(솔잎난과에 속한 상록 양치식물)도 있어요. 귀한 철새들과 희귀 야생화들의 보호차원에서 군당국의 절대적인 관심이 요구됩니다.”

기자가 철새도래지를 질문하자 알려지면 보호되지 못한다며 침묵으로 답하는 임회장은 화순이 고향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하여, 임회장은 화순을 찾아오는 철새 들이 날아오는 철을 기다렸다가 마중나가며 그 때 그 때 작품 사진들로 담아두고 있다.

임회장의 작품 호사비오리-2005년 3월 17일에 천연기념물 제448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 매우 드물게 도래하는 겨울 철새이다. 주로 러시아 우수리지방과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며, 중국의 동부와 중부지역에서 월동한다.

임회장의 작품 먹황새-천연기념물 200호로 지정, 보기드문 겨울철새이다.

임회장의 작품 솔잎난

임회장의 작품-은방울꽃(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사진작품은 오성초에 기증...임회장 모교사랑

자신 스스로 사진촬영에 있어 ‘프로(professional)’라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실력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임회장은, 자신이 소중하게 담아 온 작품들을 나중에 모교에 기증할 예정 이다.

이는, 자라나는 꿈나무 후배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철새나 야생화들을 자신이 소중하게 담은 사진으로나마 접하면서 어린 감성에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심고, 그들의 인성교육과 정서함양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임회장의 후배사랑이자, 오성초등학교가 후손대대 자랑스러운 학교로 남기 바라는 모교사랑이기도 하다.

또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전람회 계획도 하고 있다.

▪강인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담대하게,,,

임회장은 자신이 성장하던 시절에는 화순이 전남 군 단위 중 가장 낙후되고 못사는 곳에 속했는데 지금은 교통의 요지가 되며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한다.

발전이 있으면 그만큼 잃는것도 있게 되는 세상사 이치가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임회장은 앞으로도 화순이 더욱 미래지향적인 아름다운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이제는 군민 각자가 단합하고 친목을 다지면서 화동순리(和同順理)의 단초(端初)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비록, 환경오염으로 고향의 텃새들은 떠났을지라도,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철새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내년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떠나보내는 ‘고향지킴이 텃새’역할을 기꺼이 자처하는 임점수 회장.

임회장은 자신의 성격처럼 ‘강인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담대하게’ 임회장 삶에 있어 ‘영원한 요람인 고향과 모교발전’을 위해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 한다.

지금은 자그마하게 보이는 운동장이, 그 시절에는 엄청 넓고 크게 느껴졌을 오성초등학교 학생 ‘소년 임정수’에서 청년기를 거쳐, 이제는 장년으로 세월의 유장함을 느끼며 모교와 고향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임회장의 앞으로의 삶은 더욱 보람되고 아름다우리라!

총동문회날 오성초 전경

임점수회장: 010.2176.9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