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가위손' 홍문표씨

능주 전통시장거리를 지나 능주초등학교 가는 길을 따라 정암길 100번지 모퉁이에 가면, 옛날 낡은 필름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순이발소’가 자리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시골이발소 같이 보이지만, 그 곳은 군 장병의 머리를 15년 동안 무료로 깎아주는 ‘보석’같은 마음의 소유자인, 이발소대표 홍문표씨의 일터이자 보금자리이다.

이발업경력 48여 년 되는 홍씨는 충청도 공주가 고향으로 전북 군산에서 살다 처가가 있는 남평 근처의 화순으로 1983년도에 이사와, 능주 현재의 자리에 이발소를 개업했다.

화순이발소 전경과 내부

▪‘사랑의 가위손’ 홍문표씨

지난 2000년부터 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봉사를 시작하게 된 홍씨에게는 어떤 계기가 있었다.

당시 46세였던 홍씨는 배에 복수가 차올라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고.절망에 빠진 홍씨는 생(生)과 사(死)의 기로에서 절박한 심정이 되었고 급기야 ‘만약 병을 치료하여 낫게 된다면 죽는 순간까지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병원의 췌장암 판정은 ‘오진’이었고, 홍씨는 어둠의 나락에서 결심했던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기로 하는데, 마침 평소 이발관 단골이던 근처 군부대 간부가 ‘부대 이발병의 기술이 부족하니 기술을 전수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홍씨는 이 때부터 매주 부대를 방문, 이발병에게 기술을 전수해주면서, 장병들에게 무료이발을 해주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또한 홍씨는 군부대 봉사 외에도 4명으로 구성된 협회 회원들끼리 소향원과 이양에 있는 삼성요양원에도 이발봉사를 나가고 있다.

▪봉사는 생활의 일부

홍씨는, 자신은 조용히 자신의 일상생활 일부로 봉사를 하고 싶은데 사람들 입소문을 통해 홍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상(賞)도 수상하게되고 언론사의 취재요청도 받는다며 쑥스러워한다.

실제로 홍씨는 자신이 무료이발을 해주는 군부대, 화순군 등에서 여러차례 표창을 받았다.

홍씨가 받은 감사장과 표창장

▪선행(善行)은 대(代)를 이어 간다.

부인 김점덕여사와 사이에 형제를 둔 홍씨는 자녀들도 홍씨를 본받아 어린시절부터 봉사정신이 투철하더니, 현재 직장도 큰아들은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작은아들은 119구급대원을 지원해 근무하고 있다고.

혹시 가훈(家訓)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독실한 크리스천인 홍씨는 “가훈이랄 건 없고 평상시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라면서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성경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생활하고 있는데, 어쩌다 ‘재능기부’차원의 봉사가 세상에 알려져 이번 연말 행정자치부 시상예정인 ‘봉사상’ 표창을 면(面)에서 행정자치부에 내신하였다면서, 과연 자신이 수상대상자로서 자격이 되는지 심적으로 부담이 많다고 한다.

홍씨의 48년 이발업인생이 담긴 이발도구와 이발소 내부의 액자 속 성경말씀

▪‘이발업’은 나의 ‘천직(天職)’, 봉사는 ‘소명(召命)’

1954년생으로 올해 62세인 홍씨는 자신의 천직인 이발업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할 것이며 ‘봉사’역시 계속할 것이라 말한다.

요즘은 건강 100세 시대라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지 않을것이라 말하는 홍씨는, 하루하루를 밀알처럼 영근날들로 만들고 싶다고.

제대하는 장병들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정표(情表)로 그림도 남겨주고 가기도 하고, 전역한 장병들이 나이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홍씨 안부를 묻기위해  위해 이발관을 찾아올 때면 더 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홍문표씨.

62세라는 세속적인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이는 홍씨의 외모는 아마도 젊은 장병들과 교감하면서 선한마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찾으며, 군부대원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다정하게 머리를 깎아주는 홍씨에게 기자도 마음을 표창장을 전하고 싶다.

제대 장병이 주고간 엽서, 뒷부분에 장병이 연필을 사용하여 그린 홍씨 부부그림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홍씨 마음 닮은 소박하면서도 예쁜 채송화

*이발소(理髮所)는 흔히 이용원(理容院), 이발관(理髮館), 이용소(理容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발소 입구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이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등(燈)이 있다.

이 등의 의미를 기자도 기사를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정보공유 차원 에서 올려본다.

18세기경까지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외과의사의 역할도 겸했으므로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이발소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한다

당시 건강법 가운데 하나가 몸에서 피를 빼는 것이었는데 피를 빼는 기술을 익힌 이발사에게 가서 피를 뽑았다.

이발사는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색깔로 표시했는데 파란색은 정맥, 빨간색은 동맥, 하얀색은 붕대를 의미했다.

1540년 외과의(外科醫) 이면서 이발사인 프랑스의 메야나킬이 둥근 막대기에 이 세 가지 색깔을 칠해 정문에 내걸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세계 공통의 표시가 되었다고 한다.

훙문표씨: 010.2683.7926